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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 에고 나 죽네!

▲ 문향허 원광대 전주한방병원 교당 교무

병원에 근무하면 아픈 사람들을 많이 만납니다. 환우(患友)들과 상담하다보면 몸의 아픔보다 마음이 더 아프다고 호소합니다.

 

"남편이 권위적이고 무능해요, 자식들도 수술할 때 한 번 들여다보더니 코빼기도 보이지 않아요. 섭섭하고 억울하고 분해 죽겠어요. 정말 제가 한심해요. 그 때 부모님이 조금만 도와주었더라면. 에고, 에고, 나 죽겄어요!"

 

이 일을 어쩔까나! 이것이 꼭 환자들에게만 해당할까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보통 사람들도 다 가지고 있는 문제들입니다. '에고'(Ego)는 심리학에선 '자아', 불교학에선 '아상'(我相)이라고 합니다. 에고는 생각과 감정을 나라고 착각하여 나와 남을 가르고, 애욕과 탐착이라는 주착심을 먹고 살아가는 특징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하면 생각을 나라고 착각하는 물질 위주의 삶입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과 부딪치며 아파하고 내 맘 같지 않다고 원망하며 생활하게 됩니다.

 

나의 에고는 무엇인가요? 내 무의식에 남아 경계를 당하면 튀어나오는 어두운 생각의 실체와 직면해본 적이 있습니까? 내 에고를 알려면 감정이 일어날 때 내가 쓰는 말을 보면 압니다. 상대가 권위적이다, 이기적이다, 무능력하다, 예의가 없다, 폭력적이라고 한다면 그것이 바로 나의 에고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에고, 에고, 나 죽네'에 그 답이 들어았습니다. 먼저 지금 내가 에고 놀음을 하고 있음을 자각합시다. 내 삶이 백척이나 되는 장대 끝에 놓여져있다는 절박함이 느껴져야 합니다. 다시 내려올 수도 없고 머물 수도 없습니다. 어떻게 하겠습니까? 거기서 잡고 있던 장대에서 한 발 더 나가는 길 밖에 없습니다. 죽을까봐 겁나고 무섭지요? 발을 떼면 죽는데 어떻게 놓느냐고요? 그래도 한 발 더 나아가십시오. 죽는 것은 몸이 아닙니다. 나라는 에고가 죽습니다. 에고가 죽는 순간, 허공에 '붕' 뜨면서 비로소 정신이 차려집니다. 나갔던 정신이 들어옵니다. 온갖 분별력을 버리는 순간, 마음이 두렷하고 고요하여 정신이 차려집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장대 끝에서 한 발 더 나가는 것일까요? 그동안 경계를 당해 감정이 일어날 때마다 상대 탓을 했지만 상대 때문이 아니고 내 에고의 어두운 생각 놀음이었음을 알아차리면 됩니다. 내가 더 권위적이고 이기적이고 무능력하고 예의 없고 폭력적이고 무정하다는 것을 수용하는 것입니다. 상대의 모습에서 내 모습을 보는 것이지요.

 

상대가 나의 모습을 비쳐주는 거울임을 알게 되는 순간 에고는 죽어버립니다. 에고가 죽는 순간 생각이 죽고 그때 참나인 정신이 차려집니다. 정신이 차려지면 텅 비어 맑고 밝고 훈훈한 빛이 몸과 마음을 감싸게 되어 진리의 위력을 얻고 '체성'(體性)에 합일하게 됩니다. 이것이 몸 병과 마음 병을 치유하고 감사하며 생활하는 비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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