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15일 전국 순환정전사태 이후 전력당국은 재발방지를 위해 지난 2년간 '국민발전소'라는 이름으로 대대적인 절전운동을 벌였다. 지난해 6월 21일에는 전국에 사이렌이 울리고 일제히 신호등이 꺼지면서 약 20분간 정전훈련까지 실시했다. 그 결과 정부는 548만kW의 전기를 아꼈다고 홍보했다. 50만kW 화력발전기 11기 분량이었다. 정전훈련 10분만에 전광판의 예비력 수치는 989만kW로 올라갔다. 비상훈련의 목표는 예비전력의 확보였다.
전력당국은 블랙아웃을 예방하려면 절전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외치고 있다. 정부는 이렇게 지난 2년 동안 양치기 소년이 되어왔다. 지금까지 세계 어디에서도 예비전력이 모자라서 블랙아웃이 온 곳은 없다. 예비전력은 발전하지 않는 대기상태의 전력이다. 전력계통운영시스템(EMS)에서 계측한 적정 운영예비력에 따라 전기를 공급하면 원전 4기에 해당하는 예비전력(400만kW이상)을 과다하게 확보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는 EMS에서 계산된 적정 운영예비력과 무관하게 전력시장운영규칙에 400만kW의 운영예비력을 무조건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한 연료비 낭비가 연간 4천억원 이상이다. 또한 원전 4기가 동시에 작동을 멈출 확률은 단 1%도 안 된다. 그런데도 전력당국은 예비전력이 400만kW이하로 내려가면 비상국면을 조성하면서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진짜 블랙아웃은 예비전력이 부족해서 오는 것이 아니라, 전력의 흐름을 감시하는 기능에 문제가 생겼을 때 발생할 수 있다. 2003년 미국 동북부 대정전(블랙아웃)이 바로 그 사례다. 미국 동북부의 대정전은 송전선에 나뭇가지가 걸려 연달아 송전선로가 끊어지면서 발생한 것이다. 당시 전력의 흐름을 감시하여 문제가 생겼을 때 부하를 조정하는 전력계통운영시스템(EMS)이 고장 난 상태였다. EMS의 송전선 상태추정 기능이 고장나 끊어진 송전선로의 부하를 조정하지 못해 종속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전력계통운영시스템은 가장 경제적이고 안전하게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도입한 컴퓨터시스템이다. 지난 1년 동안 국회는 한국전력거래소가 2002년 220억원을 주고 들여온 EMS를 실시간 운전에 제대로 쓰지 않아 2011년 9.15순환정전 사태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중순 산업부와 국회가 공동으로 EMS 조사단을 구성해 80일간 현장 실사를 한 결과, 전력거래소는 EMS의 주요 기능인 상태추정, 예비력관리, 안전도제약경제급전 기능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산업부는 EMS의 일부 기능에 문제가 있었지만, 약간만 개선하면 된다는 식이다. 지금까지 EMS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엄청난 연료비를 낭비한 결과 한전의 적자가 11조원에 이르렀고, 끊임없이 국민들에게 전기요금 인상 압박을 해온 것에 대해 면죄부를 달라는 말인가? 참으로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전력운용의 뇌에 해당하는 EMS를 제대로 운용하지 못해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고, 무더위에 비지땀을 흘리게 했다. 전력난의 원인은 EMS를 부실 운용해 온 전력거래소의 경영진들에게 있는데도, 정부는 양치기소년처럼 국민들에게 계속해서 절전을 강요하고 있다. 전력 과소비(에너지 낭비) 때문에 전력난이 왔다고 하고 있다.
썩은 곳은 도려내야 새 살이 돋는다. 국민의 안전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곳에 문제가 있다면 더욱 더 엄중한 수술이 필요하다. 2011년 9.15 정전사태를 통해 알게 된 EMS의 문제가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전 의원은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전북여성정치발전센터 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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