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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에 '국립간척사 박물관'을 만들자

▲ 객원논설위원
우리나라 서남해안, 특히 서해안의 국토사는 '간척의 역사'라 할 만하다. 오랫동안 바닷물을 밀어내는 응전의 역사였기 때문이다. 서해안은 해안선이 복잡해 육지 깊숙이 들어와 있고 간만의 차가 크다. 더구나 야산이 많아 바다를 막는 바위와 돌을 쉽게 구할 수 있다. 덕분에 농토를 늘리거나 해상을 방어하기 위한 간척사업이 꽤 오래 전부터 시행돼 왔다.

 

간척은 우리만의 일이 아니다. 일찍부터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세계 곳곳에서 실시되었다. 문명 초기에는 강을 메워 농경지를 마련했고, 중세 이후엔 바다를 메워 땅을 넓히는 해면간척이 활발했다. 네덜란드와 일본이 대표적이다. 해수면보다 낮은 땅이 많은 네덜란드는 15세기 풍차 발명으로 본격적으로 시작해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새만금방조제가 준공되기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길었던 쥬다찌 지구 압슬루트 방조제는 32.5㎞에 이른다. 또 국토의 80%가 산지이긴 하나 평야 대부분이 해안에 위치한 일본 역시 오래 전부터 간척이 성행했다.

 

우리나라 간척의 역사를 증언하는 고문헌은 많지 않다. 하지만 백제때인 330년에 축조된 김제 벽골제가 "저수지가 아니고 바닷물의 유입을 막는 방조제"라는 주장(서울대 이영훈교수)이 있는 것으로 보아 소규모 간척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리고 고려는 고종 22년(1235년)에 몽고의 침입을 피해 강화도로 천도한 후 해상방어를 목적으로 연안제방을 구축했다(동국문헌비고). 이것이 간척에 관한 우리나라 최초의 기록이다. 이어 고려는 1248년 식량조달을 위해 청천강 하구에 제방을 축조했다. 조선시대에는 군량미 조달을 위해 강화도, 황해도, 평안남도 등에서 활발하게 간척지를 조성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간척사업은 일제 강점기에 시작됐다. 일본이 전쟁에 필요한 군량미를 확보할 목적에서였다. 그들은 간척 여건이 탁월한 서해안에서 공유수면매립법, 수리조합법 등을 공포해 이 사업을 독려했다. 당시 굶주림에 허덕이던 우리 민족이 불이흥업(不二興業) 방조제 공사현장에서 어떤 수난을 겪었는가는 조정래의 대하소설 '아리랑'과 임영춘의 '갯들'에 잘 묘사돼 있다. 이에 앞서 새만금 방수제 공사가 시행중인 만경강 하구언 일대는 대한제국말(1890년)에 이완용이 주도해 간척지를 만들었다. 또 일제 강점기에 고창출신 김연수가 전남 함평과 고창에서, 정읍출신 나용균이 전남 함평에서 간척사업을 벌였다. 더불어 원불교를 개창한 박중빈이 전남 영광에서 지게와 삽으로 갯벌을 막아 초창기 원불교의 토대를 쌓은 일화는 유명하다.

 

해방 이후 우리 정부가 독자적으로 간척사업을 추진한 것은 동진강간척사업(계화도)이 처음이다. 이후 현재까지 개발된 간척지는 4만100㏊의 새만금을 비롯 서산과 삼호, 영산강이 1만㏊를 넘고 시화, 석문, 이원, 남포, 삼산, 고흥, 군내 보전 등 대부분 서해안에 분포해 있다.

 

현재 우리나라 간척지의 총면적은 조성중인 것을 포함해 13만5100㏊로 국내 경지면적의 9%에 달한다. 그만큼 국토확장 효과가 있는 셈이다. 반면 생태계 변화와 갯벌 훼손, 수질 오염 등의 논란도 만만치 않다.

 

새만금사업은 우리나라 간척사업에 있어 '기념비적 사건'이다. 개발과 환경이라는 양보할 수 없는 가치가 부딪친 불꽃 튀는 현장이었다. 그 현장에 '국립 간척·자연사 박물관'을 만드는 일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여기에는 1983년 현대그룹이 충남 서산지구를 막을 때 사용했던 '정주영 공법'의 물막이 공사와 1998년 환경파괴 논란으로 백지화된 영산강 4단계 사업 등 간직해야 할 게 너무 많다. 간척사업으로 지도에서 사라진 섬들도 부지기수다.

 

이런 기록과 자료 보존을 더 이상 늦춰서야 되겠는가. 이 박물관은 우리나라의 국격을 높이는 관광과 과학기술, 교육의 국제적 명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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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진 chos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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