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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감기' 한 여름밤…재앙이 몰려온다

전염병 시달리는 현대인의 불안 / 폐쇄된 도시의 생존을 위한 사투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여름 왜 안나오나 했다. 해마다 여름철 극장가의 단골손님인 공포영화가 올해는 유난이 뜸했다. 이런 갈증을 한번에 날려줄 영화가 주말 스크린을 수놓는다.

 

밀입국자로부터 삽시간에 퍼지기 시작한 조류인플루엔자. 사망자가 속출하자, 당국은 병이 시작된 성남시 분당구를 폐쇄한다.

 

몰려드는 환자 탓에 병원 업무는 마비되고, 국회의원 등 일부 계층은 헬기를 타고 도시를 탈출한다. 공포가 지배하는 무질서 속에서 어린 딸 미르(박민하)를 잃어버린 감염내과 전문의 인해(수애). 소방대원 지구(장혁)의 도움으로 간신히 딸을 찾지만, 아이가 감염됐다는 사실을 알고 불안에 사로잡힌다.

 

'감기'는 조류인플루엔자나 신종플루 등 전염병에 노출된 현대인들의 불안을 서식 삼은 재난영화다. 도시 폐쇄 → 불안의 증폭 → 폭동과 무질서 등 최근 재난을 소재로 한 소설과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구조를 영화는 따라간다.

 

빠르게 편집된 감각적인 장면들로 채워진 '감기'는 인해와 지구의 티격태격 로맨스로 초반을 끌고나간다. 지구의 동료 경업(유해진)의 실없는 농담이 싱거운 웃음을 전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본궤도에 오르면서 영화는 클리셰로 넘쳐난다. 불안하면 늘 등장하는 마트에서의 사재기, 명령에 따라 민간인을 공격해야 하는 군인의 심리적 갈등, 자기 한목숨 살겠다고 아이마저 희생시키려는 비정한 어른, 폭도로 매도되는 성난 군중….

 

상업영화에서 대중과 접점을 찾아간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진부함은 필요하다. 주요 캐릭터들의 변화와 상황에 잘 맞아떨어질 때 이런 클리셰는 빛을 발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점에서 '감기'의 캐릭터 구축은 조금 아쉬움을 남긴다.

 

생명을 걸고 시체 더미 속에서 찾은 아이, 그것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언제 총에 맞을지도 모르는 위험한 상황에서 홀로 남겨두고 다른 사람들을 구하러 가는 지구의 행동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유해진, 이희준, 마동석 등이 각각 연기한 캐릭터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고, 이에 따른 이야기도 가끔 덜컥거린다.

 

캐릭터 구축과 이야기의 매끄러움에서 아쉬움을 남기지만 수많은 인원이 동원된총격전과 시가전 등 스케일이 큰 장면은 김성수 감독의 장기가 잘 묻어난다. 스펙터클한 장면 등을 찍기 위해 순제작비만 100억 원이 들었다. 전시작전권 문제, 관료주의에 대한 비판 등 사회·정치적인 이슈도 함께 녹여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미르를 연기한 박민하의 존재는 이 영화의 백미다. 귀엽고 깜찍한 이 꼬마 소녀의 천연덕스런 연기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데뷔 10년을 넘긴 수애도 새침한 감염내과 전문의이자 어깨가 무거운 싱글맘의 모습을 비교적 잘 소화해냈다.

 

'비트'(1997), '무사'(2001) 등을 만든 김성수 감독이 '영어완전정복'(2003) 이후 10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복귀작이다. 정유정의 소설 '28'과 소재와 구성적인 측면에서 다소 유사한 점이 있어 이 소설의 독자라면 전체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을것 같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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