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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잡스' VS '엘리시움'

■ 잡스 (드라마/ 127분/ 12세 이상 관람가)

- 아무도 몰랐던 잡스의 이야기

그분이 돌아왔다. 스마트 기기의 혁명을 이뤄내며 전 세계를 열광케 한 스티븐 잡스가 영화를 통해 매니아들을 찾는다. 하지만 너무 큰 기대는 마시라.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잡스로 빙의한 애쉬튼 커쳐의 연기는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다.

 

'잡스'는 스티브 잡스의 삶을 그린 전기 영화다. 영화는 요동쳤던 잡스의 삶을 비교적 평탄하게 그렸다.

 

자유로운 영혼의 히피였던 잡스(애쉬튼 커쳐)는 대학을 자퇴하고 절친한 친구 스티브 워즈니악(조시 게드)과 컴퓨터 사업을 창업한다.

 

상호는 '애플'. 모니터와 키보드가 일체인 혁신적인 상품을 출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시장에서 승승장구한다.

 

하지만, 경쟁 관계인 아이비엠(IBM)의 부상과 회심의 작품이었던 '매킨토시'가 이사회의 간섭 탓에 실패하게 되면서 결국 회사에서 내쫓기게 된다.

 

'잡스'는 아이팟을 발표하는 순간부터 시작해 방출됐던 그가 애플로 복귀하는 시점까지를 그렸다. 시기적으로 따지자면 197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다.

 

영화는 전기 영화의 전형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성공과 실패로 이어진 삶의 변곡점을 따라간다. 문제는 그 곡선의 파장이 다소 밋밋하다는 데 있다.

 

맨발로 성큼성큼 걸어 다니는 잡스의 모습,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잡스의 얼굴 등 외형적인 부분에 영화는 치중한다. 현란하게 흔들리는 카메라만큼 잡스라는'캐릭터'의 내면을 깊이 있게 흔들어서 보여주진 못한다.

 

물론 잡스가 이 세상을 떠난 지 2년밖에 지나지 않은 데다가 그의 팬층이 두텁다는 점을 고려하면 새롭고 다채롭게 그의 삶을 조명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겉핥기식으로 잡스의 생애를 조명하지만, 형식적으로 잡스를 그럴싸하게 구현한 애쉬튼 커쳐의 연기는 칭찬해 줄 만하다. 걸음걸이와 헤어스타일은 물론, 야망에 깃든 눈빛과 날카로운 감성은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스윙보트'(2008)를 연출한 조슈아 마이클 스턴 감독이 연출한 두 번째 장편영화다.

 

■ 엘리시움 (판타지/ 109분/ 청소년 관람불가)

- 상위 1%의 천국 VS 버려진 지구의 전쟁

로봇이 시중들고, 늙지도 병들지도 않는 엘도라도.

 

영화 '엘리시움'은 유토피아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분위기는 뜻밖에 어둡다. 주연 맷 데이먼의 얼굴에는 햇살 한 조각 내비치지 않는다. 낙원의 삶을 꿈꾸지만 실제론 지옥에 발을 내디디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엘리시움'은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를 그린 작품이다.

 

환경오염으로 넝마처럼 돼버린 지구는 가난한 자들로 득실대고, 상위 1%의 부자들은 가난과 질병이 없는 우주정거장 엘리시움으로 이주한다.

 

엘리시움에서 살겠다는 당찬 꿈을 지닌 고아 소년 맥스(맷 데이먼). 하지만 세월은 그의 꿈을 집어삼키고 맥스는 다른 가난한 이들처럼 절도와 강도질로 연명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간호사가 돼 돌아온 어린 시절 풋사랑 프레이(앨리스 브라가)를 본 후 맥스는 마음 한켠에 고이 접어놓았던 '엘리시움 이주'라는 꿈을 꺼내 놓는다.

 

지구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구체적이다. 전작 '디스트릭트 9'에 묘사된 요하네스버그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우기에 곰팡이 번지듯, 가난의 먼지가 이곳저곳 퍼져 있고, 인간 대신 치안을 담당하는 로봇이 툭하면 행인을 불심검문한다.

 

가난과 부자유가 사이좋게 악수하는 곳. 엘리시움은 정제된 난민촌과 같다.

 

'디스트릭트 9'으로 주목받은 닐 블롬캠프 감독은 거칠고 조악한 방식으로 퇴락한 지구의 풍경을 보여주는 데 주력한다. 핸드헬드 방식으로 촬영한 카메라는 계속해서 흔들리고, 커트도 숨 쉴 틈 없이 빠르게 전개된다.

 

고성과 땀 냄새가 뒤섞인 지구와 정갈한 바흐의 음악과 향기가 넘치는 엘리시움에 대한 대비를 통해 감독은 '상위 1%만 누리는 천국'의 부도덕을 정조준한다. 특히 엘리시움의 권익을 대변하는 로데스 델라코트(조디 포스터) 국방장관의 허무한 몰락은 이 같은 사실을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엘리시움에 사는 권력자의 지령으로 지구인을 사냥하는 무시무시한 캐릭터 크루거(살토 코플리)와 아슬아슬하게 난관을 헤쳐나가는 맥스의 캐릭터도 이 영화의 볼거리 중 하나다. 특히 각종 첨단 무기를 사용하는 크루거의 강렬함과 잔혹함은 상상이상이다.

 

무음(無音)을 적절히 사용해서 영화의 리듬감을 살리는 테크닉,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치고는 상당히 짧은 109분간 휘모리장단에 맞춰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감독의 재능은 그의 다음 행보를 기대하게 해준다.

 

'디스트릭트 9'으로 주목받은 살토 코플리의 카리스마와 자신의 목표를 향해 한발 한발 전진하는 맷 데이먼의 연기를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고, 신념을 위해 목숨도 내놓는 보수주의자 조디 포스터의 힘있는 연기도 극에 탄력을 더한다.

 

다만, 그처럼 굳건해보였던 '엘리시움'이 지구인의 침입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장면은 개연성이 조금 부족해 보인다.

 

현실 세계에서 나날이 깊어지는 빈부격차. '엘리시움'의 배경은 2154년. 앞으로 140여년 후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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