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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교육이 살아나려면

▲ 객원논설위원
고등학교 교실에서 수업시간에 잠자는 학생의 유형이 두 가지라고 한다. 하나는 학원에서 이미 다 배웠기 때문에 자는 유형이다. 이는 도시 학생의 경우다. 또 하나는 학원이 아예 없어 자는 유형이다. 시골 학생의 경우다. 공교육의 붕괴와 사교육의 성행을 비유한 우스갯소리이자 현실이다.

 

우리나라에서 교육은 국가발전의 원천이었다. 일제 침략과 6·25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나라에서 오늘날 이만큼 일어선 것은 교육 덕분이었다. 교육을 통한 인적 자원 개발이 발전의 추동력이 된 것이다. 요즘은 갈수록 어려워지지만 개천에서 용이 나는, 사회계층의 선순환 구조도 교육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다 보니 많은 국민들이 교육에 목매달고, 특히 대학 입시는 그 정점에 서 있다.

 

이번에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시안)'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난 달 27일 발표가 나자마자 각계에서 여러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전 정권의 정책 지우기라는 말에서부터 간소화는커녕 학부모와 학생의 부담만 늘렸다는 비판까지 다양하다.

 

실제로 지난 정부에서 도입했던 수준별 수능(A/B형)과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 성취평가제 등은 폐지되거나 반영 시기를 유예했다.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예산을 낭비하고 교육 현장에 혼란을 준 것만은 틀림없다.

 

하지만 나름대로 고심한 흔적도 없지 않다. 한국사 수능 필수화, 수능 성적 반영 완화, 고교-대학간 연계성 강화, 대입전형의 예측 가능성 제고, 문·이과 융합안 등이 그러하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이 과연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완화하고 학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느냐 여부다. 견해가 다를 수 있으나 아쉬운 점 두 가지만 지적하겠다.

 

하나는, 학교생활기록부의 비중 감소다. 학생부는 고교 교육 정상화의 지렛대라 할 수 있다. 학생의 학교생활에 대한 거의 모든 기록이요, 평가다. 인적사항이나 출결사항에서부터 교과 성적과 비교과 활동 등을 망라한다. 여기에 학생을 가까이서 지켜본 교사가 행동특성과 종합의견을 쓰도록 되어 있다. 학생부가 제대로 기록된다면 이보다 더 정확하고 믿을 수 있는 공적 문서가 있겠는가. 나아가 학생부는 교사와 학교에 대한 평가이기도 하다. 학교와 교사가 지혜를 모아 가르친 결과물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교육의 정상화 여부는 학생부의 정착 여부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 발표에는 학생부 반영 내실화가 크게 미흡하다. 교육부는 "대입전형에서 학생부 반영 비중을 높이고, 각 대학이 학생부 교과성적과 비교과 활동사항을 충실히 평가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대학이 주요 전형요소로 선뜻 활용할 만큼 학생부의 신뢰도를 높이기 힘들다. 오히려 수시에 대한 교육부의 간섭이 심해지면서 대학들이 수시 인원을 줄이고 정시로 옮겨갈 가능성이 커졌다.

 

이와 관련된 입학사정관제도 마찬가지다. 한때 '교육계의 4대강'이라는 비아냥에도 고교교육을 되살리는데 일정한 역할을 해왔으나 이번에 유명무실화되어 유감이다. 또 하나는, 문·이과 통합안의 적극적인 검토다. 문·이과 통합안은 보편적인 교양교육의 완성이라는 고등학교 교육의 취지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뿐만 아니라 창의적이고 융복합적인 인재를 필요로 하는 시대의 흐름과도 어울린다. 우리의 구분은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이다. 뱃심있게 밀고 나가되, 구체적인 방안은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 교육정책 비전은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교육'이다.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우기 위해서는 예전의 국영수 중심의 점수 경쟁으로 되돌아가선 안된다. 잠자던 학생이 깨어나서 학교활동에 참여해야 고교교육이 살아난다. 그러기 위해 교육부가 앞으로 있을 공청회 등을 통해 더 많은 고민을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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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진 chos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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