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한 대형사업 중 상당수가 정상 진행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지역별 차별도 심각하다. 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한 사업들이 부산, 서울 등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유독 전북과 제주, 울산만 제외돼 있다. 제주도가 특별자치지역인 점, 울산의 경제력이 전국 최고 수준인 점 등을 감안할 때 '2% 경제'에 허덕이는 전북만 빠진 셈이다.
민주당 조정식 의원이 국회예산처에서 제출받은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3년부터 올해까지 실시된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타당성 없음' 판정을 받은 사업 중 모두 23개 사업의 공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들의 총 사업규모는 11조2455억 원이다. 현재 설계비 등 초기 비용으로 정부 예산 3300억 원이 투입됐다. 지역별로는 부산·경남이 7개로 가장 많고, 대구·경북과 광주·전남이 각각 3개, 경기 2개 사업이다. 서울과 강원 등 대부분 지역에서도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국가 예산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총 사업비가 500억 원 이상이고, 국가 재정 지원 규모가 300억 원 이상인 신규 사업에 대해 사전에 실시하는 조사다. 경제성 분석, 정책적 분석, 지역균형발전 분석 등을 토대로 종합평가가 내려진다. 점수가 0.5를 넘어야 사업이 진행된다.
조정석 의원이 지적한 23개 사업은 모두 종합평가 점수 0.5를 넘지 못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수천억 원이 투입돼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11조 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국가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정부 잣대에 의해 똑같이 탈락한 사업들이지만 전북의 낙제 SOC사업들은 언제 다시 추진될지 기약이 없고, 부산 경남 등의 탈락사업들은 버젓이 정부 예산 지원을 받아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니 분통터질 노릇이다.
이는 권력의 횡포다. 정치권력이 정부의 정책 집행을 무너뜨린 탓이다. 또 제대로 지키지도 못할 법을 만들어 놓고 낙후 지역을 역차별하는 정부의 횡포다. 강한 자에 약하고, 약한 자에 강한 정부의 부끄러운 모습이다. 마지막으로 전북도와 정치권의 안일함이다. 지역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업이라면 예타 탈락 후에도 지속적으로 정부를 설득하고 요구했어야 한다.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타지역 정치권은 무산된 사업을 살려내는데 전북 정치권은 왜 못하는가. 끊임없는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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