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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마도 기행] 한 맺힌 역사 흔적 '가슴 먹먹' 빼어난 풍광에 '마음 치유'

하롱베이 닮은 아소만, 울창한 편백나무숲 절경 /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 기념비…조선 유적 곳곳

▲ 지난 1996년 일본의 해변 100선에 선정된 미우라 해수욕장.

함박눈 덕분에 가을은 기억이 됐다. 단풍잎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펑펑 눈이 내리며 스노우볼(snow ball) 속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아직도 가을의 끝자락을 붙들고 미망을 놓지 않고 싶다면 일본 대마도(쓰시마)를 추천한다. 일본 영토에 편입됐지만 부산으로부터 49.5㎞, 일본 후쿠오카와는 138㎞ 떨어져 국내 관광객이 주류를 이룬다. 당일치기의 경우 면세점을 이용하려는 쇼핑족이 애용한다. 대마도는 거제도의 2배 크기로 88%가 산지다.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대대적으로 조성됐고 리아스식 해안으로 1박2일 또는 2박3일의 일정은 낚시와 삼림욕 등으로 치유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더욱이 오랜 기간 한반도와 일본 사이 징검다리 역할을 하면서 인연의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어 역사기행을 통한 의미 있는 여행지로도 남는 곳이다.

 

△ 한국인 맞춤형 관광지로 인기몰이

 

지난 22일 오전 9시30분 부산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한 여객선은 1시간40분이 넘어 배멀미가 밀려올 때쯤 대마도 이즈하라항에 도착했다. 다행인 것은 올 때는 1시간10분 가량으로 시간이 단축된다는 점이다. 배를 타고 내릴 때 자전거와 낚시대를 챙겨가는 여행객이 눈에 띄었다. 얼굴과 검지 지문 인식을 위해 40분 가량을 감수해야 했다. 입국 절차를 마친 뒤 여행객을 반기는 것은 맑고 파란 물과 부드러운 바다 내음이다. 바닷가라 하기에는 ‘짠내’가 모자랐다.

▲ 에보시타케 전망대에서 본 대마도의 하롱베이, 아소만.

대마도는 일본 나가사키현에 속한 섬이다. 크게 위·아래 가미지마와 시모지마의 2개 섬으로 이뤄져 있고 가운데 아소만이 자리한다. 이즈하라는 아래 섬의 도시다. 도심이라 부르기에는 소박하다. 날씨는 우리나라보다 5도 이상 높아 완연한 가을날이었다. 도심을 향해 바다를 왼쪽에 두고 걷자 도심으로 들어서는 길이 나온다. 이어 우리나라 해역에서 떠내려 온 사람들이 머물다간 표류민 거주지였던 곳은 현재 ‘자위대 모집’이라는 홍보 문구가 붙어 있었다. 잠시 뒤 도착한 쇼핑센터 옆 주차장에는 한국인 관광객을 실어나르기 위한 대형버스가 줄지어 서 있었다.

 

전주에 본사를 둔 후불제 여행사 (유)투어컴 박배균 대표(48)는 “대마도 관광객의 80% 가까이가 한국인일 정도로 각광을 받고 있다”면서 “몇몇 호텔은 한국인의 자본으로 운영되고 주로 1박2일, 여유롭게는 2박3일 일정으로 짜여져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부산에서 배를 이용하는 만큼 목돈을 들이지 않고도 역사기행과 힐링여행을 함께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마도는 어업과 진주양식, 서비스업이 주요 산업이다. 이촌향도 현상으로 한적한 여행을 하기에 적당하다. 대마도 인구는 3만5000명에 못 미치지만 연간 한국인 관광객은 15만 명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6일에는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이 대마도의 해상자위대 기지와 주변을 둘러보고 한국 자본을 겨냥해 “외국 자본이 인접지역을 사들이는 상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안보상 중요한 곳이기에 감시가 필요하다”는 말이 화두가 되기도 했다.

 

시내 곳곳의 상점도 한국어 간판과 메뉴판이 구비돼 있다. M주점에는 손님이 조리해 먹는 안주의 경우 만드는 법을 밑줄까지 쳐 한글로 비치했다. 한 권의 노트에는 최근 3달간 한국인 관광객이 남긴 사연이 가득 적혀 있었다. 주인장 역시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오랜 인연 속 애증관계

 

대마도에는 조선과 관련된 역사유적이 산재돼 있다. 사찰에서는 신라·고려 불상이나 조선 범종은 물론이고 신라 왕자 미사흔을 탈출시키고 처형당한 박제상의 순국비, 조선 숙종 때 조난으로 숨진 조선역관사 108명을 기리는 역관사비 등이 있다.

 

이즈하라에도 여러 흔적이 남아 둘레길을 걷듯이 찬찬히 둘러볼 수 있다. 대마역사민속박물관을 입구에는 ‘조선국통신사지비’가 자리해 200년간 12번 통신사 일행을 맞았던 대마도와의 인연을 살펴볼 수 있다. 박물관에는 두루마리로 된 통신사 행렬도가 전시돼 있다. 얼굴 표정이 다른 162명의 사절단이 에도성을 향하는 모습이 묘사돼 있다. 당시 대마도의 수행자는 432명이라는 기록도 첨부됐다.

 

이와 함께 구한말 유학자이자 의병장이었던 최익현의 순국비도 빠질 수 없다. 지난 1986년 일해재단의 주도로 백제 비구니가 지었다고 전해지는 절, 슈젠지에 순국비를 세웠다.

▲ 덕혜옹주와 대마도 도주 후예인 소 다케유키 백작의 결혼을 기념한 봉축비.

식민지의 비극을 온몸으로 겪은 고종의 고명딸 덕혜옹주의 발자국도 남았다. 덕혜옹주는 1931년 5월 대마도 도주의 후예로 당시 엘리트였던 소 다케유키(宗武志) 백작과 결혼한 뒤 백작의 본가인 대마도로 신혼여행을 온다. 당시 대마도 인구 6만3000여명 가운데 3분의 1일을 차지했던 재일동포가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십시일반 기념비를 세웠다. 우리나라 관광객이 늘자 지난 2001년 대마도에서 이를 복원했다.

 

△편백나무숲 만끽

 

대마도에는 고속도로가 없다. 산지에 난 좁고 구불구불한 길은 마주오는 차 2대가 한번에 통과할 수 없을 정도다. 개발보다는 보존이 우선이다. 일본은 정책적으로 편백나무와 삼나무를 촘촘히 심어 산길 곳곳에서 빽빽한 숲을 볼 수 있다. 대마도는 나무섬이라 할만큼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내뿜는다는 편백나무가 섬 전체에 조성됐다. 이 나무를 돈으로 환산하면 일본 인구의 4년치 식량을 구입할 수 있다는 풍문이 나올 정도다.

 

히타카츠 인근의 슈시삼림공원은 단풍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편백나무와 참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가운데 산책로를 따라 늘어서 단풍나무가 가을의 운치를 선사한다.

 

대마도에서 한국이 가장 가까이 보이는 곳에 조성된 한국전망대는 맑은 날이면 부산의 거리가 보인다고 한다. 또한 전망대 앞바다에는 해상자위대 기지도 볼 수 있다.

 

대마도를 둘로 나누는 아소만은 대마도의 하롱베이라 불린다. 이곳을 360도 조망할 수 있는 곳이 에보시타케 전망대다. 리아스식 해안으로 겹겹이 바다에 떠있는 작은 섬들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다.

 

아소만 남쪽 세강 유역에 조성된 아유모도시 자연공원은 대마도에서 가장 높은 산인 다테라야마의 원시림 26㏊로 이뤄졌다. 이곳은 은어가 돌아오는 곳으로 유명하다. 세강의 계곡은 천연 화강암으로 싸인 경관이 장관을 이룬다. 인근에 잔디썰매장, 골프장, 캠핑장, 삼림욕장 등이 산책로로 연결돼 있다.

 

이어 남쪽의 미우라 해수욕장으로 가면 고운 입자의 천연 모래 해변과 에메랄드 빛 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지난 1996년 일본의 해변 100선에 선정된 아담한 해수욕장이다. 한철에는 한국인 관광객으로 붐빌 정도로 매력적인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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