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트인 바다풍광에 피로 싸악 / 산행후 신선한 생선회 맛 일품 / "삶 여유·힐링 만끽하는데 최고"
‘××산악회’이라거나 ‘××등산클럽’이라는 이름의 등산동호회는 전국적으로 셀수 없을 만큼 많다. 최근들어 아웃도어의 중심이 캠핑으로 옮아가고 있다지만, 등산열풍은 현재진행형이다.
그 가운데서도 전북섬산악회는 여느 산악회들과는 뭔가 다르다. 섬과 섬이 품은 산을 주로 찾기 때문이다. 섬지역 산을 찾는 동호회는 전북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드물다.
지난 2월 결성된 전북섬산악회는 위도를 비롯해 전남 보길도의 뾰족산과 비금도의 그림자산, 인천 덕적도의 비조봉, 경남 연화도의 연화봉과 욕지도의 천황산 등을 찾아 바닷바람와 산바람의 묘미를 만끽하고 있다.
“섬산행의 즐거움은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무엇보다 질리지가 않습니다. 웬만한 육지의 산들은 정상에 오를 때까지 줄곧 오르막길을 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섬산은 다릅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교차합니다. 힘들다 싶으면 한참동안 내리막길이, 뭔가 질린가 싶으면 다시 오르막길이 이어집니다. 사방이 바다여서 산행에서 탁트인 풍광에 감탄사를 연발하는 것도 섬산행의 또다른 묘미입니다”
이 산악회 김환수 회장(45)은 섬과 섬이 품은 산을 차례로 오르면서 ‘섬산전도사’가 됐다.
김환수 회장은 “섬산을 알면 알수록 오묘한 맛에 빠져들게 된다”면서 “섬산이라고 절대 우습게 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 산악회는 ‘뭔가 색다른 등산을 즐겨보자’는 기치를 내걸고 김환수 회장과 지인 6명이 의기투합해 결성됐다. 7명의 창립회원들이 3명씩의 회원들을 추천했고, 차츰 수를 늘려 정식 동호회원은 34명이 됐다.
이 산악회는 아직은 신생동호회인 만큼 일반회원들을 참여시키지 않는다. 김환수 회장은 “전국적으로 섬등산산악회가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섬산행에 대해 자료나 정보가 없는 탓에 우리 산악회를 중심으로 섬등산 코스를 차곡차곡 정리하기 위해서라도 당분간은 불가피하게 배타적으로 운영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결성이후 한달에 한번꼴로 섬산에 오른다. 섬산행과는 별도로 짬을 내 틈틈이 내륙의 산을 찾기도 한다. 이들의 산행원칙은 아직은 ‘당일산행’이다. 이른 새벽에 출발해 부안, 통영, 목포 등을 찾아 배편으로 그날의 공략할 섬으로 향한다. 평균산행시간은 4시간 가량이다. 산행의 피로는 거의 느끼지 못한다. 산행에 나서는 동안 풍광과 비경에 탄성을 연발하면서 눈호사를 즐겼기 때문이다.
일몰시간을 고려해 서둘러 섬을 빠져나오면 산행이 마무리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회원들은 배에서 내린 뒤에는 인근의 맛집으로 발길을 돌린다. 물좋은 생선을 만날 수 있는 산지인 만큼 제철 생선회로 산행의 여운까지 만끽한다.
김환수 회장은 “섬산행의 재미에 덤으로 맛있는 음식까지 곁들여져서 인지 회원들이 섬산행 날짜만 손꼽아 기다린다”고 귀띔했다.
30대에서 60대 초반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산악회 회원들은 10년 이상의 등산경력을 가진 베테랑들이다. 이 산악회외에도 2~3개 산악동호회 활동을 같이 하면서 거의 매주 산에 오른다.
특히 김종문 산악대장(47)이 산악회내 최고의 산사나이로 통한다. 험한 코스가 나올 때마다 선두에 서서 길을 헤치는 일을 도맡곤 한다.
대개의 등산 동호회원들이 그렇듯, 회원들도 등산을 즐기면서 체력을 유지한다고 했다. 김환수 회장도 섬산행에 빠지면서 건강을 되찾았다고 흐뭇해 한다.
“젊은 시절부터 술을 지나치게 좋아해선지 한동안 건강에 이상신호가 켜졌습니다. 그 결과로 협심증 시술도 받았죠. 그러다 최근 몇 년동안 등산에 집중하고, 올해들어서는 섬산행에 나서면서 이제는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이래저래 섬산행을 끊을 수 없을 것같습니다”
회원들은 섬산행을 통해 여유와 느림의 의미를 깨닫는다고 말한다. 다른 등산동호회의 경우 앞만 보고 쫓악가는 산행이 다반사인 반면 회원들은 더디게 가는데 익숙하다는 것. 산악회의 구호도 ‘좀 더디게, 좀 여유있게, 좀 느리게’다.
회원들은 “섬산을 완보하면서, 거친 숨으로 내며 가파른 길을 오르면서 ‘아 내가 살아있구나’하는 상념에 젖는다”면서 “섬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이국적인 풍광이 더해져 삶의 여유와 힐링을 만끽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달에는 오는 28일 경남 통영의 소매물도를 찾는다. 하얀 김을 내뿜으며 한려해상국립공원내 작은 섬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망태봉에 오를 예정이다. 아직 산행이 3주일 가량 남았지만, 회원들은 하루에도 몇번씩 등산배낭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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