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 꽃피우는 상고대, 모악산서도 만나 / 나즈막한 섬산 올라 수평선 보는 즐거움도
아무래도 산행인구가 가장 많은 계절은 가을이다. 만산에 흐드러진 홍엽을 완상하기 위해 산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게 마련이다. 반대로 연중 등산인구가 가장 적은 때라면 겨울일 것이다. 다른 계절에 비해 준비해야할 장비·용품이 만만치 않고, ‘왜 삭풍을 맞으면서 사서 고생을 하느냐’며 한동안 등산화를 신발장에 넣어두는 등산객이 상당수다.
이런 저런 이유로 역설적으로 겨울철엔 가장 한가하고 여유있게 산을 즐길 수 있다. 다른 때 같으면 치이는 사람들로 눈살을 찌푸릴 때가 다반사지만, 지금부터 당분간은 눈을 돌려 앞뒤를 살펴봐도 인적을 찾기가 어려워지는 호젓한 산행이 가능해진다. 여기에 눈이라도 내리면 들뜬 마음을 억누르기가 벅차다. 설국에 한발짝 다가선 것같은 후련함과 함께 한발 한발이 선계(仙界)로 향하는 게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겨울산행을 보다 재밌고 의미있게 즐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새벽시간에 잠깐 볼 수 있는 상고대를 만나거나 시린 바닷바람을 맞으며 섬산을 찾아볼 것으로 제안한다. 이색적인 겨울등산 2제(題)를 만나본다
△상고대 등산= 김종제 시인은 자신의 시 ‘상고대 서리꽃’에서 ‘당신의 창문을 열고, 안을 살며시 들여다보니, 세상의 그 어떤 꽃보다, 아름다운 꽃을 가졌다’고 썼다.
상고대는 사전적인 의미로 대기 중의 수증기가 승화하거나 0℃ 이하로 급냉각된 안개·구름 등의 미세한 물방울이 수목이나 지물(地物)의 탁월풍이 부는 측면에 부착·동결해 순간적으로 생긴 백색 투명의 부서지기 쉬운 얼음을 말한다. 호숫가나 고산지대의 나뭇가지 등에 밤새 새린 서리가 하얗게 얼어붙어 눈꽃처럼 피어있는 것이다. 한자로는 수상(樹霜) 또는 수빙(樹氷)이라고 한다. 상고대는 영하 15℃ 이하의 기온에 습도가 70% 이상인 날씨에 핀다. 또 습도와 온도가 높을수록 상고대는 더욱 진해진다.
상당수 등산객들이 ‘상고대를 만나려면 해발 1500m 이상의 높은 산에 올라야 할 것’이라며 상고대 조망기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도시 인근의 상대적으로 얕으막한 산에서도 추운 날이면 상고대를 만날 수 있다. 793.5m의 모악산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다만 이른 아침 무렵에 잠깐 피어나는 만큼 여명이 트기 전에 산에 올라야 한다. 스산한 바람과 깜깜한 어둠을 헤치는 수고가 더해져야 상고대의 행운이 주어진다.
고산준령의 그것에 비해 빛깔은 곱지 않지만, 도시 인근 산에서 상고대를 조망하는 시간은 일상의 시름을 허물어주는 힐링의 무대가 된다.
△섬산행= 섬과 산을 한꺼번에 만끽할 수 있다. 섬산행이다. 서해와 남해의 보물같은 섬들이 간직하고 있는 산들은 육지에 비해 때묻지 않은 비경을 두르고 있다. 도시 인근의 산들이 넘쳐나는 등산객들로 인해 갈수록 훼손되고 있는 반면 섬산들은 상대적으로 건강한 생태계를 두고 있다.
섬산은 그다지 높지 않다. 대부분 해발 200~300m에 불과하다. 정읍 내장산 최고봉인 신선봉이 763m 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섬산을 한수 아래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섬산행의 출발점이 해발 0m에서 시작되는 만큼 제법 산을 오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대개의 섬산은 일단 처음에는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진다. 한참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산을 오르면 바다와 햇살이 뿜어내는 정경이 펼쳐진다. 정상에 다다를수록 수평선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정상에서 맞는 바닷바람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선물이다. 아침잠을 줄여 서둘러 출발하면 충분히 당일 산행도 가능하다.
다만 바닷바람이 매서운 탓에 겨울철에 섬산행에 나서려면 상대적으로 따뜻한 경남지역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이 낫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겨울 안전산행 필수품 - 보온·방풍…미끄럼 방지 아이젠 등산화
겨울산행은 어느 때보다 준비물이 많다.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는 등 기상변화가 잦다는 점에서 눈·얼음·추위에도 단단히 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겨울산행에 필요한 안전 산행 필수품은 모자와 마스크, 방수장갑, 아이젠, 등산용 스틱 등이다.
겨울철 산에 오를 때 체온손실이 많은 부위인 머리와 목을 감싸줘야 한다. 이를 위해 모자와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방풍효과가 뛰어난 기능성 소재를 사용하고, 귀달이가 있는 모자를 고르는 것이 좋다. 한기가 새어 들어올 수 있는 목과 입 주변을 보호하기 위해 넥워머를 착용해야 한다.
방수장갑도 필수적이다. 눈에 젖은 장갑을 장시간 착용하면 동상에 걸릴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두꺼운 장갑 하나를 착용하기 보다른 내·외피로 구성된 장갑을 선택해 기온변화에 따라 분리하거나 결합해서 사용하는 것이 낫다.
눈길 운전을 위해 차량바퀴에 스노우체인을 설치하는 것처럼 눈 쌓인 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아이젠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겨울산의 경우 등산객들로 인해 눈길이 다져지면서 빙판처럼 미끄럽다는 점에서 부상방지를 위해서라도 아이젠이 필수적이다.
등산용 스틱은 2개의 스틱을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T자형보다는 일자형 스틱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눈길에서 스틱으로 땅을 미리 짚어보면 보다 안전하게 길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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