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선수들도 존경…즐거운 마음으로 '진짜 마지막' 준비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11일(한국시간)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의 종목별 출전권 획득 현황을 공개하면서 한국 스포츠의 올림픽 도전사에 또 하나의 금자탑이 완성됐다.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의 맏형이자 정신적 지주인 이규혁(35·서울시청)이 남자500m와 1,000m 출전 선수 명단에 포함돼 또 한 번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된 것이다.
이규혁은 소치올림픽까지 부상 등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올림픽 무대를 여섯 번째로 밟을 전망이다.
1991년 열세 살의 어린 나이에 처음 태극마크를 단 이규혁은 20년 넘게 전 세계의 빙판을 누비며 월드컵 등 숱한 국제대회를 제패한 한국의 간판 스프린터다.
세계 스프린트 선수권대회에서 4차례,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차례 정상에올랐고 월드컵 시리즈에서도 통산 14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1997년 1,000m(1분10초42), 2001년 1,500m(1분45초20)에서 각각 세계기록을 작성하는 등 국제무대에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이 강국으로 대접을 받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30대 중반을 바라보면서도 월드컵 무대를 넘나드는 그는 외국 선수들에게도 존경받는 동료로 꼽힌다.
올림픽 무대에도 늘 이규혁이 있었다.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를 시작으로 1998년 나가노,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2006년 토리노, 2010년 밴쿠버까지 다섯 대회 연속 출전한 그는 다시 한 번 도전에 나서 소치에서 여섯 번째 무대를 맞게 됐다.
한국 선수 가운데 처음이다.
한국에서는 이규혁 외에 올림픽 본선에 5번 출전한 선수만 4명이 있다.
사격 이은철이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를 시작으로 1988년 서울, 1992년 바르셀로나, 1996년 애틀랜타, 2000년 시드니까지 5회 연속 출전하며 가장 먼저 올림픽 5회 출전을 달성했다.
다음으로 동계올림픽의 허승욱이 알파인 스키를 타고 1988년 캘거리부터 2002년솔트레이크시티 대회까지 5회 연속 출전 기록을 세웠다.
핸드볼에서는 윤경신과 오성옥이 다섯 차례 올림픽을 경험했다.
윤경신은 1992년 바르셀로나, 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에 이어 2012년 런던올림픽까지 출전해 5회를 채웠다.
오성옥도 여자부에서 1992년 바르셀로나를 시작으로 2008년 베이징까지 5회 연속 출전했다.
이규혁은 이들을 넘어서 한국 선수 중 최다 출전의 영예를 안게 됐다.
사실 이규혁에게 올림픽은 늘 영광보다 아쉬움을 남긴 무대이기도 하다.
한 번도 올림픽 시상대에 서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0년 밴쿠버에서도 좌절하고는 "안 되는 것을 도전하는 게 슬펐다"며 눈물을 흘린 그는 현역 생활을 연장하고 2014 소치에서 재도전에 나선다.
이제 마음가짐은 4년 전과 다르다.
올 시즌 월드컵에서 이규혁은 단 한 차례밖에 디비전A(1부리그)를 밟지 못했다.
1차 대회의 1,000m였다.
결과는 18위였다.
그만큼 정상을 다투기에는 세월의 힘을 거스르기 어려운 상태라는 것을 자신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올림픽은 내게 희망"이라고 말하는 그는 즐거운 마음으로 '진짜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10월 새 시즌을 열면서 그가 한 말이다.
"늘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되새겨보면 마지막을 위한 준비는 하지 않았던것 같아요. 이번에는 메달과 상관없이 즐겁게 맞이하고 끝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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