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바쁜 삶 속에서도 소중한 가치 찾을 수 있는 여유로운 2014년 되길…
잠시 후 남편이 아내에게 답장을 보냈다. “방금, 쪼금, 입금”
신년 시무식에서 직원들과 나눈 인터넷 유머다. 2014년 한해 “지금”, 곧 현재를 황금같이 소중히 여기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자는 다짐과 함께 한 말이다.
최근 시간을 소재로 한 외국영화를 감명깊게 보았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남자가 주인공이다. 주인공은 후회되거나 지우고 싶은 과거로 되돌아가는 시간여행을 하게 되고, 그 과정을 통해 매 순간 순간 최선의 선택을 해야만 후회없는 삶을 살 수 있다는 인생의 진리를 차츰차츰 깨달아 간다는 감동적인 줄거리다.
그렇다. 이 영화가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처럼, 후회없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매 순간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 그런데, 어떠한 선택이 과연 “최선의 선택”인가. 그 해답은 결국 무엇이 소중한 것인가라는 가치판단의 문제에 달려 있다. 지리산 포수의 예화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지리산 포수는 노루 사냥의 달인이었다. 그의 눈에 한번 띈 노루는 이미 죽은 목숨이라 할 만큼 노루 잡는 데 둘째 가라면 서러운 그였다. 오십 평생을 지리산을 누비고 다닌 그였지만, 안타깝게도 바래봉의 황홀한 철쭉, 노고단의 창망한 운해, 천왕봉의 장엄한 일출은 그의 것이 되지 못했다. 평생을 노루 엉덩이만 쫓아 다니다 보니 지리산의 멋진 산천경개를 음미하고 누릴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물론, 노루를 잡아 돈을 버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리산 자락에 피어 있는 이름 없는 들꽃의 향기에 취해 보고 풀벌레 소리를 벗삼아 밤하늘에 휘영청 떠 있는 보름달을 바라보는 것도 그 못지 않게, 아니 그보다 더 소중한 일일지 모른다.
비교와 경쟁이 맹위를 떨치는 세상에 사는 현대인들은 어찌 보면 지리산 포수의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언제나 무엇인가를 성취하는 일에 정신없이 바쁘다. 그러다 보니 매일매일의 삶속에서 만나는, 소박하고 자잘해 보이지만 진정으로 소중한 가치들을 놓치기 십상이다.
시한부 암환자들에게 남은 시간을 어떻게 쓰고 싶냐고 물으면 백이면 백 예외 없이 돈을 더 벌고, 더 크게 출세하는 데 시간을 쓰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성취적인 일보다는 가족과 시간 보내기, 친구와 화해하기 등과 같이 관계를 맺은 사람들끼리 사랑을 주고 받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고 싶어 한다.
죽음앞에 인간은 진실해지는 법이다. 시한부 환자에게 남은 시간은 1초도 허투루 쓸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다.
그런 사람들이 한결같이 남은 시간을 성취보다는 사랑에 쓰겠다고 말한다면, 우리네 삶에서 사랑이 성취보다 정말로 더 소중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동안의 삶을 돌이켜 보면 나 역시 지리산 포수의 신세와 크게 다르지 않았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부터라도 내 앞에 끊임없이 밀려오는 “지금”의 시간을 가장 소중한 것들에 바치기로 다짐해 본다. 어느 노랫말처럼 저 높이 솟은 산보다는 여기 오름직한 동산같은 삶, 내가 가는 길만이 아닌 동행하는 사람들의 길도 함께 비추는 삶을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 나 스스로에게 매일 매일 이런 질문을 던져야겠다. “그대, 오늘이 당신 삶의 마지막 날이라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김희관 고검장은 익산출신으로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의정부지검 검사장,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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