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영화사서 5년 만에 업계 2위로 도약 / 빠르고 민주적인 의사결정이 '힘'
'변호인'을 투자배급한 NEW는 지난 수년간 한국상업영화의 돌풍을 이끈 진원지 같은 곳이다.
지난 2008년 설립된 NEW는 그해 말부터 '트와일라잇' '뉴문' 등 말랑말랑한 하이틴 로맨스 영화를 배급하는 자본금 20억 원으로 출발한 작은 회사였으나 5년이 지난 작년에는 2천8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업계 2위로 도약하는 비약적인 성과를 거뒀다.
◇ 5년 만에 업계 2위로 도약 NEW가 두각을 나타낸 건 지난 2010년 차태현 주연의 '헬로우 고스트'부터. 따뜻한 가족이야기를 화두로 삼은 이 영화는 30억 원 남짓의 순제작비로 302만 명의 성적을 거두며 2배 이상의 수익을 거뒀다.
이후 2년간 '그대를 사랑합니다' '블라인드' '부러진 화살' '내 아내의 모든 것'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 내놓는 영화마다 높은 수익률을 냈다.
특히 지난해에는 투자배급사의 공룡 CJ E&M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역대 한국영화 흥행 3위에 오른 '7번 방의 선물'(순제작비 36억 원, 관객 수 1천281만 명)로 투자금액의 15배에 이르는 매출을 기록하며 '대박'을 터뜨렸다.
468만 명을 모은 '신세계'(순제작비 48억 원), 550만 명을 동원한 '감시자들'(순제작비45억 원), 560만 명을 모은 '숨바꼭질'(순제작비 25억 원) 등 내놓는 영화마다 족족흥행에 성공했다.
지난 연말에 개봉한 '변호인'도 정치영화라는 항간의 우려를 씻어내고, 9번째로 천만 영화에 오를 예정이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NEW는 전체 영화시장에서 18.1%의 매출액을 점유하며 21.2%를 차지한 CJ E&M에 이어 2위다.
그러나 편당 매출을 따지면 1위 CJ를 크게 웃돈다.
NEW는 작년 21편을 선보여 2천801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반면 CJ는 42편을 통해 3천275억 원을 벌었다.
편당 매출에서는 NEW가 133억 원으로, CJ(78억 원)를 두 배 가까운 차이로 압도한다.
그만큼 장사를 잘했다는 얘기다.
NEW는 순제작비 50억 원 미만의 영화들로 CJ·롯데·쇼박스 등 대기업들이 내놓은 100억 원 이상의 대작들과 맞붙어 잇달아 승리했다.
◇ 성공의 열쇳말은 민주적인 의사결정 NEW의 장점은 의사결정이 민주적이면서도 빠르다는 데 있다.
조직이 대기업보다슬림한 덕택이다.
특히 전체 직원들이 모여서 빠르게 의사 결정을 내리는 독특한 회사의 문화가 강점이다.
단순히 규모를 늘리는 데 치중한 게 아니라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하고, 다양한 의견이 소통할 수 있도록 '귀'를 열어 놓음으로써 영화계 공룡인 대기업들을 잇달아 꺾는 파란을 일으킨 것. 특히 NEW의 영화들을 보면 스타 캐스팅이나 흥행감독을 기용한 영화가 별로 없다.
상대적으로 대기업에서는 외면받을 법한 기획들을 발굴해서 의외의 작품들을 만들어내는 시도가 돋보인다는 평가다.
영화사업부문 장경익 대표는 앞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강점이라면 다른 회사에 비해 가장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한 작품에 대해 조직의 위에서 말단 직원까지 모두가 자기 작품인 것처럼 열정적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한 편 한편에 집중하기 위해 양보다는 질로 승부하는 편이다.
매년 한국영화 15~18편을 선택하고, 이 과정에서 얻어지는 공동의 경험을 중시한다는 게 NEW의 설명이다.
쇼박스와 메가박스를 이끌며 '괴물' '디워' '웰컴 투 동막골' 등을 히트시켰던 김우택 대표의 경영 노하우도 NEW의 성공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 '변호인'은 NEW의 노하우 집약된 작품 NEW는 지난 5년간 성공 신화를 쓰면서 투 트랙 전략을 썼다.
한쪽 날개로는 '그대를 사랑합니다' '내 아내의 모든 것'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7번방의 선물'과 같은 가족 코미디를 중심으로 했고, 다른 날개로는 '부러진 화살'이나 '피에타' 같은 사회 비판적인 영화들을 만들었다.
'변호인'은 이 같은 NEW의 영화 세계가 집대성된 작품이다.
세금 전문 변호사로 서 떼돈을 버는 전반부는 코미디다.
막노동하면서 지었던 집을 성공한 이후에 사는 장면, 단골 가계를 고집하는 장면 등은 영락없이 휴먼 드라마적인 요소를 품고 있다. 그러나 주인공 송우석이 변호인을 자처하며 시국사건의 변호를 맡게 되는 후반부는 영락없는 사회드라마다.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된 고문 장면은 '부러진 화살'의 고문 장면에 못지않고, 민주와 공화와 같은 이상적인 단어들이 떠다니는 법정 장면 은 사회드라마로서의 요건을 갖춘다.
NEW 마케팅본부의 박준경 본부장은 "특별히 추구하는 장르가 있는 게 아니어서 소재적인 제한을 덜 받는다.
장르가 휴먼이건 드라마건 코미디건 관객과 소통을 넓힐 수 있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게 기본적인 방침"이라며 "직원들이 20대부터 40까지연령대가 다양한데, 그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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