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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료 현실화' 어법과 건강한 공영방송

▲ 김은규 우석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요즘 KBS 프로그램을 시청하다보면 자주 접하는 문구가 있다. ‘수신료 현실화, 건강한 공영방송의 시작입니다’와 ‘이 프로그램은 여러분의 소중한 수신료로 제작 되었습니다’라는 것. 이를 다른 말로 하면, 공영방송 KBS는 국민들의 수신료를 통해 운영되니 수신료를 인상해 달라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수신료 올려달라는 것인데, KBS는 이를 왜 ‘수신료 현실화’라는 말로 포장하고 있는 것일까?

 

'인상'을 '현실화'로 포장

 

이를 해독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을 살펴보아야 한다.

 

하나는 국내 공영방송의 수신료가 현실적으로 낮게 책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공영방송인 KBS의 주 재원이 수신료이고, 물가상승, 경제성장 등의 상황을 고려할 때 수신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논리이다. 실제 국내 수신료는 1981년에 2,500원으로 책정된 후 지금까지 변화 없이 고정되어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수신료는 TV 수상기를 보유한 가구는 의무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준조세라는 점이다. 과거에는 각 가정을 방문하여 수신료를 징수하였지만, 1994년부터 징수업무를 한전에 위탁해 전기세에 포함 납부토록 하고 있다. 때문에 수신료 인상은 결국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지출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경제가 어렵다고 여기저기서 아우성인 상황에서 준조세의 인상을 반기는 국민이 누가 있을까. 때문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지혜를 발휘하여 ‘수신료 인상’이 ‘수신료 현실화’라는 말로 포장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수신료 현실화’ 어법에서는 정작 중요하게 고려해야 될 본질적인 요소가 빠져있다. 바로 ‘공영방송’의 가치이다. 공영방송은 독립성과 공정성이 생명이다. 그러기에 공영방송의 재원으로 수신료를 납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KBS를 보면 공영방송으로서의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다. MB정부 시절 진행된 방송장악의 결과로 국정홍보 방송으로 전락되어 있고. 많은 국민들이 공영방송 KBS를 외면하고 있다.

 

수신료가 준조세인 만큼 인상을 위해서는 KBS 이사회 심의, 방송통신위원회 검토, 국회 승인의 절차가 필요하다. 현재는 기존 2,500원에서 4,000원으로 인상한다는 안이 방송통신위원회에 넘어가 있는 상황이다. KBS 이사회의 야당 추천 이사들의 불참 속에서 여당 추천 이사들만의 일방적 의결로 통과된 안이 방송통신위원회의 검토를 기다리고 있다. 정부여당 측 위원이 우세인 방송통신위원회, 여당이 다수 의석을 확보한 국회의 논의 절차가 남아 있는 것이다. 소통보다는 힘의 논리가 우선시되는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 수신료 인상안을 밀어붙일 수 있는 구조이다. 그러나 공영방송에 대한 현재적 실망과 원칙적 기대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밀어붙이기식 힘의 논리는 국민적 저항을 초래 할 수 있다. 벌써부터 KBS 수신료 인상 반대 및 납부거부 서명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독립성·공정성 확보해야

 

결국 수신료 인상 논의에서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권의 입맛에 따른 낙하산 인사를 방지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공정한 저널리즘의 실현 방안 등에 대한 대책이 먼저 제시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수신료 현실화’가 포장이 아닌 진정성을 갖는 어법이 될 것이고, 국민들도 기꺼이 지갑을 열 것이다. 수신료 현실화가 건강한 공영방송의 시작이 아니라, 건강한 공영방송 대책 마련이 수신료 현실화의 시작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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