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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푸드 운동, 사회 정의 이끌어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

▲ 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학교 대우교수
피폐한 농촌과 공룡처럼 몸집이 커진 도시가 함께 살자는 것이 로컬 푸드 운동이다. 이것은 20세기 후반 서구에서 시작됐다. 식품의 이동거리를 단축시켜, 신선한 먹거리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영국에서는 시장이 생산지로부터 50킬로미터 이내에 있을 경우를 로컬 푸드라고 힌다. 광활한 미국 땅에서는 운송시간이 24시간 이내일 때로 정의했다. 일본에서는 ‘지산지소(地産地消)’라 해, 특정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그 곳 소비자들에게 제공되는 것을 일컫는다.

 

생산자-소비자 직거래 확대

 

2008년부터 이 운동은 한국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있다. 농민들은 자신들의 농산물을 가까운 도시의 직거래장터로 가져간다. 상품진열도 가격책정도 스스로 한다. 포장이나 운반도 스스로 알아서 하고, 재고물량도 날마다 스스로 거둬간다. 자신의 농산물에서 농약이 과다 검출되거나 품질과 규격에 문제가 발생하면, 스스로를 처벌한다. 현재 여러 도시에서 이런 방식의 직거래가 이뤄진다.

 

한국의 농산물 유통단계는 7단계나 된다. 그것을 단 한 개로 줄인 것이 로컬 푸드 장터다.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직거래가 정작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기왕의 농산물 시장이 소농들에게 매우 불리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기업농 또는 대농들은 여러 가지 유통경로를 독점하다시피 했다. 농민의 대다수인 소농들의 처지는 사뭇 달랐다. 소농은 일정한 종류와 수량을 꾸준히 생산하는, 공장식 농업에 적응하기 어렵다. 그들은 자급자족 위주다. 다품종 소량생산이 특징이다. 이러한 소농이야말로 마을공동체를 지켜온 힘의 원천였다. 그들의 존재방식은 생태계의 존속에도 기여했다. 긍정적으로 평가될 부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이 낮다는 이유로 소농들은 결국 시장에서 소외됐다. 농촌사회를 농가부채와 고령화의 수렁에 빠뜨린 주범은 바로 시장의 논리였다.

 

한국사회가 눈부신 경제개발을 이뤘다는 20세기 후반에도 농촌의 비극은 심화됐다. 농촌에는 노령연금의 혜택을 누리는 사람이 거의 없다. 농촌이 살기 좋은 곳이라면 노령화 지수가 도시보다 갑절이나 높을 이유가 없다. 한국의 식량자급률이 20퍼센트대로 추락하고 만 것도 농촌이 궁지에 몰렸기 때문이다.

 

다행히 한국은 국제시장에서 부족한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제공받는다. 현재로서는 식량조달에 어려움이 없다. 이런 상태는 과연 무한정 지속될 수 있을까? 우리는 이처럼 중요한 문제에 무관심하다. 그 틈을 노리고 국내외 중간상인들이 마구 끼어들어 돈벌이에 열중한다. 죽어나는 것은 생산자인 국내외의 농민과 최종소비자인 우리네 시민이다.

 

소농 살리고 도시민에게는 건강을

 

오늘날의 시장은 불의하다. 소비자의 가격부담은 줄어드는 일이 없는 반면, 생산자인 농민의 소득은 최소생계비도 못된다. 브라질의 바나나 농장에 고용된 농민들은 소비자가격의 3퍼센트 미만을 나눠가진다. 이 판국에 비교우위론을 들먹이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단시간 내에 시장의 왜곡을 바로잡고, 식량자급의 과제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도 불가능한 과제라고는 볼 수 없다. 세계굴지의 산업 국가들도 식량자급률이 100퍼센트 이상이다. 암시하는 바가 적지 않다. 로컬 푸드 운동의 시작은 소농을 살리고, 시민들에게 건강을 약속한다. 그러나 결국에는 식량자급 문제에도 기여할 것이다. 국제교역에도 자극을 주어, 해외의 농민들도 자급자족적 공동체를 회복하려는 열망에 불타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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