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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어줘 고맙다" 눈물바다

60년만에 이산가족 상봉…치매·노환으로 못 알아보기도

▲ 1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 첫날인 20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이영실(88)할머니가 딸 동명숙(67)씨를 붙잡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1차 상봉에서는 남측 상봉 대상자 82명과 동반 가족 58명이 북측 가족 180명을, 23~25일 진행되는 2차 상봉에서는 북측 상봉 대상자 88명이 남측 가족 361명을 만날 예정이다. 연합뉴스
두 살배기였던 딸이 백발이 성성한 60대 노인이 돼 아흔 살이 넘은 아버지 앞에 섰다. 아버지는 평생을 미안해하고 그리워하던 딸을 앞에 두고 밀려드는 회한에 말을 잇지 못했다.

 

3년4개월 만의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린 20일 오후 금강산호텔. 전쟁통에 헤어진 부모와 자식이 60여 년 만에 재회했다.

 

손기호(91) 할아버지는 딸 인복(61)씨와 외손자 우창기(41)씨를 만났다.

 

손 할아버지는 딸을 눈앞에 두고 말을 잇지 못한채 눈물만 흘렸다. 인복 씨는 “아버지, 못난이 딸을 찾아오셔서 고마워요!”라며 울면서 아버지를 껴안았다.

 

박운형(93) 할아버지도 북한에 두고온 딸 명옥(68)씨와 동생 복운(75·여)·운화(79)씨를 만났다. 박 할아버지는 평양에서 혼자 직장생활을 하다 1·4 후퇴 때 남쪽으로 피난을 왔다. 석 달이면 돌아갈 수 있겠지 하던 세월이 60년을 훌쩍 넘기게 됐다.

 

강능환(93) 할아버지는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아들 정국(64)씨와 처음으로 만났다. 결혼한 지 4개월도 안 된 아내와 1·4 후퇴 때 헤어진 강 할아버지는 아들의 존재조차 모른 채 60여 년을 살았다. 그러다 지난해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로 선정돼 생사확인을 거치면서 북한에 남긴 아내의 뱃속에 아이가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

 

하지만 상봉장에 마주선 아들과 아버지는 한눈에 봐도 영락없는 부자였다.

 

강 할아버지는 “한번 안아보자”라며 아들에게 다가갔다. 둘은 얼싸안고 말없이 눈물만 흘렸다.

 

몇몇 이산가족들은 치매 등 노환으로 가족을 눈앞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김영환(90) 할아버지는 북녘에 두고 온 아내 김명옥(87) 씨와 아들 대성(65) 씨를 만났다. 이번 상봉단 82명 가운데 배우자를 만난 것은 김 할아버지가 유일하다. 김 할아버지와 이번 상봉에 동행한 아들 세진(57) 씨는 “아버지는 북쪽 가족들에게 젊을 때 그렇게 헤어졌다는 미안함을 안고 살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할아버지는 연로한 탓인지 아내를 잘 알아보지 못했다.

 

이영실(88) 할머니는 딸 동명숙(67) 씨와 동생 정실(85·여)씨를 만났다. 그러나 치매를 앓고 있는 이 할머니는 딸과 동생을 모두 알아보지 못했다.

 

이번 1차 상봉에서는 이들을 포함해 모두 11명이 북한에 있는 자녀와 만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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