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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산내들 희망캠프 '히말라야를 가다' (중) 마나슬루 품속으로

엿새간 밤낮 걸어야 '영혼의 땅'에 / 뜻하지 않은 온천물에 지친 몸 푹 / 빼어난 풍경 "왜 여기 왔는지" 실감

▲ ‘뎅’마을 허름한 로지 창문으로 보이는 설산.

시리 사라다 학생들과 교사들과의 아쉬운 작별과 내년의 재회를 기약하며 탐사단은 히말라야 마나슬루로 향한다.

 

산스크리트어로 ‘영혼의 땅’을 의미하는 히말라야 마나슬루. 마나슬루의 신께 인사드린다는 의미에서 탐사단원들은 네팔인들이 가장 즐겨먹는 ‘달밧’을 현지인처럼 맨손으로 쓱쓱 비벼 먹으며, 경건하게 마음까지 현지화한다.

 

마나슬루 산자락 아래 산골마을 ‘아르켓 바자르’ 로지에서 여장을 풀었다. 산행 계획표에 따르면 여기서부터 엿새를 밤낮으로 걸어야 만년설과 맞닥뜨린다.

 

다음날 새벽, 자체 취사로 간단히 아침식사를 마치고 트레킹의 첫발을 내딛는다. 계곡에 접어든 탐사단은 벌써 천상의 세계를 예감한다. 빙하수 특유의 파스텔 톤 연한 파랑을 띄는 이른바 ‘아이스 블루’ 계곡수가 내달리며 빚어내는 물소리, 아름드리 울창한 숲을 스치는 바람소리, 마주치는 원주민들이 반갑게 건네는 ‘나마스떼’라는 정겨운 인사, 이들이 어우러져 수백 수천 미터에 이르는 수직 절벽을 울림판 삼아 맴돌며 빚어내는 소나타가 귓전에 머문다. 세상의 어떤 교향곡이 이를 능가할 수 있을까. 문명에 길들여진 속인들에겐 모든 것이 부족하기만 한 히말라야. 하지만 히말라야는 부실한 소찬을 최고의 밥상으로 만드는 마술을 부린다. 카트만두 호텔 식당에서도 시큰둥한 식욕을 보이던 단원들이 갑자기 식탁에 오르는 거라면 뭐든지 폭풍 흡입하는 대식가로 돌변한다. 부족함과 배고픔이 최고의 반찬이란 사실을 또 다시 되새긴다.

▲ 건기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수백 미터에 이르는 폭포가 형성되어 장관을 이룬다.

트레킹 이틀째, 뜨거운 온천물로 몸을 씻는 뜻하지 않은 호사를 누린다. ‘타토파니’마을에 접어드느 길가 노천에서 뜨거운 온천수가 흘러나온다. 지나가는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이곳 노천온천에선 반바지 정도의 복장으로 목욕을 즐기는 것이 기본 예의이다. 온천 옆에 자리한 명당 로지엔 이용자들이 줄을 이어 예약이 어렵다.

계곡 사이로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봉우리들이 건기에도 불구하고 군데군데 폭포를 만든다. 우기엔 수백 미터에 달하는 아슬아슬한 절벽 사이마다 폭포들이 장관을 이룬다. 현지인들은 대자연이 만들어 낸 깎아지른 수직 암벽과 폭포수 틈새로 가물가물 끊어질듯 이어지는 길을 만들고 묵묵히 일상의 삶을 가꾼다.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마다 숱하게 만나는 당나귀들이 등에 한가득 짐을 싣고, 험한 고갯길을 무표정하게 오간다. 차량이 접근할 수 없는 히말라야에선 당나귀가 물류를 맡는다. 워낭소리 울리며 터벅터벅 걷는 당나귀를 바라보면서, 커다란 바위를 영원히 산꼭대기로 올리는 형벌을 받은 그리스 신화의 ‘시지프스’가 문득 떠오른다.

 

꼬박 이틀을 걸으니 ‘자갓’마을에 다다른다. 이곳부터 설산까지는 마나슬루 자연보호구역이어서 입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 탐사단원들은 이미 출발 전에 카트만두에서 허가증을 받았기 때문에 간단한 확인 절차만 거쳤다.

 

트레킹 3일째. 양팔을 벌리고 여유로운 자세로 탐사단을 받아주던 히말라야 봉우리들이 점점 좁혀져 마치 협곡을 이루며, 거대한 바위 사이를 비집고 나가는 느낌이다.

 

일부 단원들의 얼굴에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그때 돌연 나타난 반바지 차림의 할아버지. 그 험한 히말라야를 맨발로 걷던 그 할아버지는 문명의 세계에서 온 단원들이 안쓰러운지 아니면 험한 곳까지 온 단원들을 환영하는지, 가볍고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스쳐 지나간다.

 

지친 몸을 추스르며 숙박지인 ‘뎅’마을에 도착했다. 숙소에 들어서니 전깃불도 들어오지 않는 조그만 방이다. 그런데 합판으로 만든 창문을 여는 순간, 모든 불만이 사라졌다. 네모진 창가에 나타난 풍경은 빼어난 미모의 설산. ‘스링기히말’의 자태에 한동안 빠져 멍하니 바라보다, 문득 ‘내가 왜 여기에 왔는지’를 다시 실감한다.

 

식당에 들러 19세 이상은 맥주, 미성년은 음료수를 마시며 고단한 하루를 정리한다. 단원 한 명은 감기와 페이스 조절 실패로 저녁도 먹지 못하고 몸져누웠다.

 

● 히말라야 숙박시설 '로지'

 

- 돌로 쌓은 벽에 비좁은 공간 '트레커 숙소'

▲ 전형적인 로지 내부. 로지 벽체는 나무나 돌을 쌓아 만든다. 돌틈이나 나무 사이로 히말라야의 찬바람이 들어온다.

트레킹 코스로 개발된 히말라야의 산행길에는 대부분 숙박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간판엔 ‘로지(lodge)’ ‘게스트 하우스(guest house)’ 를 비롯 일부는 ‘호텔’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있지만 현대적인 숙소에 익숙해진 한국인의 시각에선, 대부분 허술하기 짝이 없고 간판과는 관계 없이 시설은 거기서 거기다. 물론 최고급 수준의 몇몇 호텔은 예외이다.

 

트레커들은 숙소를 뭉뚱그려 ‘로지’로 칭한다. 로지들이 제공하는 방은 대개 카고백과 배낭을 놓으면 누울 자리만 남을 정도로 비좁고, 돌로 쌓은 벽은 마감처리가 안돼 바람이 숭숭 들어온다. 나무로 지어진 로지는 판자 틈으로 옆방은 물론 아래층 방이 서로 보이기도 한다.

 

숙박료도 그때 그때 다르다. 봄 가을 성수기 때는 1인당 1만원에서 1만5000원까지 오르지만, 겨울과 여름 비수기엔 4000~5000원 선으로 내려앉는다.

 

로지는 음식점도 겸한다. 현지들이 가장 즐겨먹는 달밧을 비롯 다양한 식사류와 빵·감자·고구마, 차와 음료수를 제공한다. 트레커를 많이 찾는 코스에선 피자까지 주문할 수 있다. 자체 취사를 원할 경우 사용료를 지불하고 취사시설과 식당시설을 이용하면 된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전반적으로 숙소와 음식료 값이 올라가는 건 히말라야 어느 지역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전기가 부족한 이곳에선 숙소에 전깃불이 들어오지 않는 곳도 있고, 카메라·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충전하는 것도 유료일 경우가 많다. 식수나 샤워를 위해 따뜻한 물을 사용하려면 별도의 비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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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모 kimk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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