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씨는 지난달까지 이 아파트에서 살았다.
마침 비가 내리자 조씨는 창밖으로 추적추적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이중삼중으로 굳게 닫힌 그의 집 대문 양쪽 벽은 불에 그을린 자국이 선명했다.
조씨는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손과 다리가 떨려 차마 움직일 수가 없다.
지난달 2월 14일 새벽녘에 난 원인 모를 불 때문에 조씨와 두 딸, 손주는 보금자리를 잃었다.
다행히 당시 집 안에는 아무도 없어 가족들은 다치진 않았다.
하지만 한순간에 터전을 잃게 되면서 조씨 자신은 누나 집으로, 그리고 딸과 손주는 원룸으로 이사하면서 가족들은 졸지에 뿔뿔이 흩어졌다.
이달 10일 첫째딸(20)이 둘째아이를 낳으면서 가족들 사이에 웃음꽃이 핀 것도 잠시 조씨는 다시 실의에 빠졌다.
일용직을 전전하고 있는 그의 형편으로는 손주들의 기저귀·분유값도 제대로 마련하기 힘든 처지이기 때문.
게다가 수년전 교통사고를 당해 머리를 크게 다친 둘째딸(18·지적장애 3급)은 사고 이후 심한 우울증, 수면장애를 앓던 끝에 때때로 자해를 시도하는 등 그의 속을 까맣게 태우고 있다.
조씨는 이때마다 십수년전 말 없이 집을 나간 아내가 원망스럽다.
아이들의 엄마라도 있었다면 고정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크기 때문.
기초생활수급비와 둘째딸의 장애연금, 월수입을 모두 합해도 월 130~140만원 남짓 한 돈으로는 다섯 식구가 먹고 살기 힘든 처지이다.
“막 아이를 낳은 큰딸, 몸과 마음이 아픈 둘째딸이 있어 병원에 갈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비교적 시간 조정이 가능한 노동일을 하게 됐지만 벌이가 시원치 않아 입에 풀칠하기가 힘듭니다.”
조씨는 불에 타 제대로 된 모습조차 찾아볼 수 없는 집이지만 온 가족이 한지붕 아래 모여 살았던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따뜻하고 안전한 보금자리가 필요한 두딸과 손주들에게 이제는 자랑스러운 아버지이자 할아버지고 되고 싶다는 조씨.
“금쪽 같은 아이들과 손주들에게는 항상 축복만이 내려지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부모대의 불행이 자식들에게까지 옮겨가는 것을 바라는 부모는 없습니다.”
조씨에 대한 후원·봉사는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063-903-0638)와 후원계좌(농협 301-0116-9695-71)를 통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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