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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야당의 출현과 미생지신

▲ 위병기 서울본부 정치부장

야권 통합신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26일 중앙당 창당대회와 함께 공식 출범했다.

 

의석 130석이나 되는 거대 야당이 출현하면서 당장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과 사실상 1대1 대결구도가 형성됐다.

 

좀 더 길게보면 2년후 총선, 3년후 대선까지 겨냥한 거대 야당의 출현에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지금 좌불안석이어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여권 수뇌부에 있는 사람중 거대 야당의 출현을 걱정하는 사람을 만나기 어렵다.

 

솔직히 표현하면 걱정하기는 커녕, 표정관리를 할 정도다.

 

그것은 바로 통합신당이 ‘기초 무공천’약속을 국민앞에 표방했기 때문이다.

 

여권 인사들은 드러내놓고 말은 하지 않지만“꽃놀이패도 이렇게 좋은 꽃놀이패가 없다”는데 공감한다.

 

통합신당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킬경우 수도권을 포함한 주요 지역에서 새누리당이 압승을 거둘 수 있고, 만일 무공천 약속을 뒤집는다면 얼마나 좋은 공격거리가 될지를 알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거대야당이 출범하는 바로 그 순간, 통합신당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호남과 영남의 선거구도가 특정정당 중심으로 더 고착화된 상황이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중부권의 선거 결과는 향후 총선이나 대선을 향한 중대한 분수령이 될 수밖에 없다.

 

신뢰를 말할때 인용하는 미생지신(尾生之信)이라는 고사가 있다.

 

춘추시대 노나라에 미생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사랑하는 여자와 다리 아래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기다렸으나 여자가 오지 않자 소나기가 내려 물이 밀려와도 끝내 자리를 떠나지 않고 기다리다가 마침내 교각을 끌어안고 죽었다는 이야기이다.

 

전국시대의 종횡가인 소진은 미생의 행동을 신의로 보지만, 도가사상가인 장자는 이를 작은 명분에 집착하는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는 대표적 사례로 들고 있다.

 

2010년 1월 당시 정몽준 대표는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는 박근혜 대통령(전 대표)을 간접적으로 비판하며 ‘미생지신’이라는 중국의 고사성어를 꺼냈다.

 

정 대표는 국민과의 약속과 신뢰를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세종시 수정에 반대하는 박 전 대표를 빗대어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는 “미생은 진정성이 있었고, 애인은 진정성이 없다. 미생은 죽었지만 귀감이 되고, 애인은 평생 괴로움 속에서 손가락질 받으며 살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국민과 약속했던 기초선거 공천포기를 헌신짝처럼 저버린 새누리당이 국민의 심판을 받아 선거에 어려움을 겪어야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국민과 약속을 지키려는 통합신당이 더 어려움에 처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론’과 지방선거 승리가 중요하다는 ‘현실론’ 사이에서 과연 통합신당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궁금하다.

 

이제 곧 브라질 월드컵이 시작된다.

 

만일 한팀은 유니폼을 입은채 정예멤버가 출전하고, 다른 팀은 유니폼을 입지 않은채 후보들까지 모두 출전해서 서로 정예멤버라고 우겨대며 경기를 하면 결과가 어떨까.

 

브라질에서는 그런 경기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지방선거에서는 얼마든지 그런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위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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