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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하우스서 9년' 은비네에 희망을

수도시설도 없이 다섯 식구 고달픈 삶 / 초록우산, 주거 개선 모금 동참 호소

   
▲ 정읍 한 마을 은비네 가족이 살고 있는 비닐하우스. 사진제공=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방 뒤에 주방이 있는데 그곳에서 엄마가 음식을 하고, 저희는 주방에서 씻어요. 겨울에는 잘 씻지 못해서 세수만 하고 가끔 목욕탕에 가요. 비닐하우스(집) 뒷산에서는 종종 멧돼지가 내려오기도 하지만, 쥐, 모기, 파리 같은 벌레가 많아서 생활하기 어려워요.”

 

스스로 힘으로 벗어날 수 없는 빈곤의 함정에 빠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은비(가명·14)네 가족.

 

은비네는 2006년부터 현재까지 정읍의 비닐하우스 안에 임시로 얇은 합판을 덧대 만든 2평 남짓한 공간에서 변변한 수도시설, 화장실도 없이 다섯 식구가 살고 있다. 방을 만들고 남은 비닐하우스에는 쌈 채소, 고추, 감자 등으로 농사를 지어 식자재를 해결한다.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소득으로 삼남매를 포함한 다섯 가족이 살기에는 매우 빠듯하다. 다른 가족들도 형편이 어려워 은비네를 도와줄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은비네가 사는 비닐하우스를 찾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관계자들에게 어머니(49)는 그동안 숨겨왔던 복잡한 심정을 전했다.

 

“씻을 수 있는 따뜻한 물이 나오는 목욕탕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제대로 씻지 못한데다 똑같은 옷만 입고 다닌다고 학교에서 놀림을 당해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땐 마음이 찢어져요.”

 

어머니는 아이들의 작은 부탁도 들어주지 못한 상황에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원래 살던 집이 무너질 위험이 있어서 농사를 짓기 위해 마련한 비닐하우스 안에 임시로 살고 있어요. 하루빨리 컨테이너라도 사서 집으로 개조하고 싶지만, 쉽지 않네요.”

 

아이들에게 비닐하우스 생활은 말처럼 쉽지가 않다. 여름에는 비닐하우스 안 온도가 높아 일상적인 생활이 어려워 밖에 있는 평상에서 지낸다. 주방에서 불을 사용할 때는 가스통이 폭발할 위험이 있다. 특히 주방과 욕실이 없는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어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있다.

   

답답한 건 삼남매의 아버지(52)도 마찬가지다. 비닐하우스를 짓기 위해 받은 생계형 대출이 있는 상황에서 컨테이너 집은 그야말로 꿈같은 이야기다.

 

“첫째(16)는 달리기를 잘해요. 도 대회에서 3등도 하고 학교에서 선수로 키우려고 하는데 뒷바라지가 쉽지 않네요. 둘째가 은비인데 여자라서 방이라도 따로 마련해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어요. 특히 7살 된 막내는 협심증을 가지고 태어나서 작년에 정읍시의 도움을 받아 심장 동맥 시술을 받았는데, 심한 충격을 받으면 재수술을 해야 해서 조심스러운 상황이에요. 생계를 꾸리느라 아이들에게 좋은 옷이나 맛있는 음식을 사주지 못했는데 그늘 없이 자라준 삼남매에 늘 고맙고 미안합니다.”

 

삼남매의 학용품 구입비용도 부담될 때가 많았다는 은비 아버지는 한때‘차라리 죽고 싶다’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다. 집이 없는 상황에서 점점 희망까지 잃어가는 아이들을 위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은비네처럼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가정을 발굴해 주거개선 사업을 펼치는 러브하우스 캠페인에 나섰다.

 

우선 은비네 주거 개축에 드는 비용 마련을 위해 모금활동에 들어갔다. 여기에 전북후원회의 지원을 더해 주거를 개축할 예정이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관계자는 “생계의 어려움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웃에 대한 언론보도가 끊임없이 나오는 건 그만큼 복지사각지대에서 놓인 가정들이 많다는 것”이라며 “은비네처럼 주거 환경 자체가 열악해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이웃들에게 사회적 관심과 후원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후원자들은 월 1만원 이상 정기 및 일시후원 참여, 물품후원 등을 통해 아이들을 돕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북지역본부 063)276-2800/2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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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나네 nane01@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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