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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봄, 시농대제로 시작하자

꽃보다 더 일찍 봄을 준비하는 것은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다. 땅을 살피고, 물을 보고, 씨앗을 준비한다. 그리고 하늘을 가늠하여 씨 뿌리는 날을 선택하고, 그 하늘에 풍성한 결실을 기원하는 기도를 드린다. 이것이 곡창지대의 봄이다. 그러니 농도의 봄은 풍년기원제라는 의식으로부터 출발한다고 할 수 있다.

 

수도작농업을 하는 우리 땅에 대형저수지가 생기고 나서부터 통수식을 했다. 통수식은 농수를 공급하기 전에 풍년 기원을 담은 제례의식으로 한국농어촌공사는 전국 각지에서 통수식을 하고, 겨우 내내 닫혀있던 저수지의 수문을 연다. 대표적으로 정읍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백파제 통수식’이 있다. 그리고 봄에 열리는 풍년기원제로 선농대제가 있다. 일제강점기에 폐지되었던 풍년기원제를 살려놓은 것은 제기동 주민들이었고, 92년 이후부터는 동대문구가 중심이 되어 현대적으로 재조명하여 이제는 국가행사가 되었다.

 

그러나 농도로서 대한민국식품수도임을 자처하는 전북의 봄은 조용하기만 하다. 벽골제라는 농업문화자원을 간직한 김제마저 고요하다. 그러다가도 가을이면 갖가지 잔치를 연다. 본질은 오간데 없고 축제라는 보너스만 즐기는 셈이다. 씨앗이 없고, 물이 없고, 기도와 정성이 없이는 결실이 없으니 어찌보면 감사해야할 일은 가을이 아니라 봄인 것인데도 말이다.

 

전북에는 농사의 시작을 알리고 희망의 씨를 뿌리는 시농대제(始農大祭)가 있어야 한다. 농업의 중요성을 열 번 강조하는 것보다 기원제를 통해 농업의 신성함을 알리는 것이 바르고 빠른 일이다. 특히 가시화될 수 있는 새로운 농업자산을 가진 새만금사업지역에서는 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전북의 봄은 시농대제로 문을 열자. 농민을 아낀다는 대통령과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농식품부장관, 지역의 일군인 단체장, 이 땅의 농산물을 지키려는 농민단체 등이 참석하여 한 해의 안전한 먹거리와 식품산업의 융성을 기원하자. 여기에 전북의 미래산업인 종자산업행사로 씨앗축제를 덧붙이고, 전통농기구산업 핵심공간인 전주시 용머리고개를 중심으로 한 대장간문화를 얹으면 ‘대한민국 시농대제’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지금 동북아 농업지역에서 한국의 위치는 한층 높아져있다. 일본이 원전사고후유증으로 농수산물에 대한 위기가 왔기 때문에 한국농업의 의미는 더욱 커지고 있다. 그래서 현재 진행 중인 농생명수도 주요사업에 시농대제와 같은 농업문화축제 부분을 포함시켜 발전시킨다면 전북은 새만금지역에 새로운 문화관광자산을 확보하고, 나아가‘아시아권 농생명문화’대표 지역이라는 권위도 함께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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