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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힘

우리 문화·예술적 자산 체계적으로 활용하여 소프트 파워로 발전시켜야

▲ 최병효 前 노르웨이 대사·LA 총영사
선진국의 조건은 무엇인가? 중동의 부국들은 선진국 대접을 못 받으나 유럽의 소국들이 존중 받는 것은 왜 그런가?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전쟁의 결과로 일본 대신 한국이 분단된 배경은 무엇인가? 이러한 의문에 대한 하나의 답으로서‘문화의 힘’을 생각한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박물관 입구에는 신라토기부터 조선백자에 이르는 150여 점의 우리 문화유산이 전시되어 있다. 과거 한국과 사업하던 분이 모아 박물관에 장기 대여하였는데 1994년에 그 분이 사망하여 국제경매에 팔릴 형편이었다.

 

남반구 최대의 한국예술 컬렉션이 세계적으로 흩어질 처지이니 이를 구매하여 박물관에 장기 임대해 줄 독지가를 찾아 달라고 박물관장이 협조를 요청하여 왔다. 한인 백만장자들의 의사를 타진하니 모두 부정적이었다. 정부에 건의 끝에 우리 국립중앙박물관이 구입하여 지금까지 거기에 장기 임대로 전시하고 있다. 일 년에 수십만 명이 와서 보니 우리나라에 가져 온 것보다 더 효과적인 문화 홍보가 되고 있다.

 

1999년 가을 오사카를 방문하는 길에‘시립동양도자미술관’을 찾았다. 재일교포 이병창씨가 기증한 수 백점의 우리 옛 도자기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전주 출신으로 해방 후 오사카 영사사무소에 근무했던 이병창씨는 일본에서 건설업을 하여 모은 돈으로 우리 도자기를 구입하였는데 이를 오사카시에 기증하고 시는 이를 전시할 박물관을 건축한 것이다.

 

모국에의 기증도 검토하였으나 일본에서 돈을 벌어 일본 내에서 도자기를 사 모았으며 일본인들이 이를 보아야 재일교포들이 긍지를 가지고 살 수 있다는 이유로 일본에 기증한 것이다. 한국도자기의 아름다움을 우리보다 더 잘 평가하는 일본이 이를 더 잘 관리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하였다고 하였다.

 

필자는 LA총영사로 근무 중 미국내에 한국정원은 하나도 없으나 일본정원은 19세기 후반 이래 주요 도시에 수백개가 조성되어 일본의 문화국가 이미지를 대중 속에 뿌리박는데 큰 기여를 해왔음을 알게 되었다.

 

정원이 문명화된 인간의 의식 속에서 차지하는 열망의 비중을 생각해 보라. 에덴동산, 바빌론 정원, 무릉도원 등 인간은 정원을 지상의 천국으로 꿈꾸지 않았는가? 노력 끝에 LA 카운티 수목원내에 5000평 규모의 한국정원을 최고의 위치에 조성하도록 수목원 계획에 포함시켰고, 현지 교민들을 중심으로 40만 달러를 모아 2007년 말 수목원에 기증하였다. 이 자금으로 2008년 10월 윤선도의‘오우가’를 개념으로 하는 기초설계가 작성되었으나 1000여만불이 드는 건설비 문제로 무산상태에 있다.

 

미국 뉴멕시코의 알버커키나 아리조나의 피닉스는 근래 시에서 수백만 달러를 기채하여 일본정원을 조성하였다. 미국 각 도시는 일본정원이 없으면 뭔가 부족한 것으로 느끼는 인식이 일반 시민들에게 보편화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전후에 미국이 일본의 영토 대신에 한반도 북부를 소련에 양보한 데에는 일본의 하드파워 못지않게 오랫동안 그 문화예술에 심취하고 그 소프트 파워를 평가한 결과가 아닐까 한다. 우리에겐 인류역사상 두번째로 자기를 만든 기술과 예술성, 한글이라는 우수한 표음문자를 만든 능력, 독특한 판소리 음악과 고유한 정원의 역사가 있다. 이러한 우리의 문화·예술적 자산을 체계적으로 활용하여 성장된 하드 파워에 걸 맞는 소프트 파워를 발전시켜야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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