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 전공, 한지만 사용 / 간결한 동화적 그림 선봬 / 10월 뉴욕 첼시서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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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보영 작가 작품. | ||
하얀 여백을 배경으로 똑같은 창문이 늘어서 있다. 하지만 유리창 안, 삶의 모습은 제각각이다. 화분을 가꾸거나 새를 키우거나 책을 읽는다. 사람은 없지만 사물을 통해 삶을 미루어 본다. 잿빛 도심도 속살을 들여다보면 따뜻함이 스민다. 창문 밖 상막한 콘트리트에는 풀이 자라고 기린이 서 있다. 도시화와 현대화를 상징하는 아파트에도 생명이 핀다.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이보영 작가(29)는 사적인 삶의 공간에 있는 사물을 통해 소통을 이야기한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소외된 인간의 모습에 주목했다. 한국인의 60% 이상이 거주하는 공간에 대한 성찰과 그것이 만들어 내는 풍경을 간결하게 묘사하며 ‘혼자가 아님’을 나타내고 있다.
그는 감정 경험을 사물로 재조합한다. 아파트 창문 안과 밖에 놓여있는 사물은 한 개인의 경험과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주인과 함께한 라디오, 여행가방, 음료수, 책, 장화 등의 물건은 개인의 과거와 현재를 볼 수 있는 대상이다.
“특정 사물을 보면서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고 주변 사람을 연상하는 자체가 소통의 시작입니다. 외부와 내부를 연결하는 창문처럼 제 그림을 보고 다른 누군가를 생각하는 여유를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한국화를 전공한 그는 순지 또는 장지에 한국화의 채색 재료를 쓴다. 장르에 대한 경계를 경계하며, 포근한 느낌을 주기 위해 한지를 고집한다. “그림과 실제 이미지가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는 그의 말처럼 화폭에서 나오는 동화적 감성은 평소 그의 인상과 맞물린다.
그는 대학교 졸업 즈음 아파트라는 소재에 집중했다.
그는 “예전에 살던 아파트에서 방의 창문을 열면 앞 동이 그림처럼 딱 평면으로 보였는데 어느날 그 안에 들어있는 각기 다른 이야기가 궁금했다”면서 “처음에는 방 창문에서 관음증에 걸린 사람처럼 사진을 찍다 저녁에 플래시가 터져 앞 동의 거실에 있던 이웃이 놀라는 모습을 보고 숨기도 했다”고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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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빠르게 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소외된 인간의 모습에 주목한 이보영작가. | ||
그는 이어 “지금은 기억 속에서 사물을 재조합한다”면서 “기린은 초식동물이 지닌 친근함과 온순함을 주기 위해 즐겨 넣었는데, 1차원적으로는 긴 목으로 아파트의 1층부터 위층까지 관통할 수 있어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그림이 점점 단순해진다는 평가에 대해 그는 “처음에는 보이는 것을 담고 다양한 색을 칠했지만 점점 묘사에서 나아가 생각을 더하면서 간결성이 커졌다”며 “최근에는 차가운 회색의 벽에 대한 반대 급부로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이들의 울음소리와 이웃간 소소한 말다툼 등 사람 사는 모습을 그려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보영 작가는 전주예고, 전북대 예술대학 미술학과, 동 대학 교육대학원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전북대 미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5년과 2006년 온고을 미술대전 입선, 2009년과 2010년 한성백제미술대전 장려상을 수상했다. 2010년에는 art INCULTURE(아트 인컬쳐) 주관 신진작가 육성 프로그램인 ‘동방의 요괴들’에 선정됐다. 올 전북도 해외전시지원사업에 꼽혀 오는 10월1일 뉴욕 첼시에서 7번째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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