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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실상부한 농생명 수도 대도약 기대하며

지방자치단체·도민 협력 종자에서 식품, 판매까지 가치 사슬 구축에 만전을

▲ 박진욱 한국은행 전북본부장
전쟁의 폐허에서 불과 몇 십년 만에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산업화 과정을 겪은 우리 국민들에게 농업은 왠지 시대에 맞지 않고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으로 간주되곤 한다. 특히 전북은 산업화의 열차에 제때 탑승하지 못하면서 전국대비 지역경제 비중이 낮아지는 와중에 농업 비중은 오히려 높아졌고 이로 말미암아 도민들에게 농업은 일종의 소외와 낙후의 상징으로 인식되어져 왔다. ‘농도 전북’이란 말에는 양질의 먹을거리를 공급한다는 자부심 외에 산업화에 뒤처졌다는 부정적인 어감도 숨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농업을 통해서도 높은 부가가치의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이 강조되면서 이러한 인식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농업을 단순히 농사(農事)로만 볼 것이 아니라 다른 산업과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미래의 유망산업으로 육성하자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농산물 생산(1차 산업), 가공 및 제조(2차 산업), 판매 및 관광(3차 산업)을 엮어서 농업을 6차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 있는가 하면 차제에 생명이라는 말을 더해 농생명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거창한 계획도 있다.

 

이렇게 농업의 판을 새로이 짜는 야심찬 계획의 중심에 이제 전북이 농생명수도로서 당당하게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한 배경으로 한창 개발 중인 전북혁신도시에 농촌진흥청 및 산하 소속기관, 한국농수산대학 등 농업지원기관이 대거 입주를 앞두고 있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여기에 애초 이전대상에서 빠졌던 농업기술실용화재단도 도내에 둥지를 틀 예정이다. 또한 정읍에는 방사선육종연구센터가 이미 위치해 있고, 김제에는 민간육종연구단지(시드밸리)가 조성 중이다. 수확한 농산물을 가공하기 위한 국가식품클러스터도 익산에 만들어지고 있다. 과거에 농사만 짓던 전북이 재해나 병충해에 강한 씨앗을 개발하고 시험재배 등을 통해 실용화 가능성을 타진한 다음 실제 작물로 재배하여 식품으로 가공한 후 판매하는 농업 관련 전(全) 산업과정을 아우르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와 함께 농업을 첨단산업화하려는 지자체의 의지도 높은 상황이다. 전라북도는 올해 초 지역경제의 성장을 견인할 신(新) 4대 비전을 제시하였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농생명수도 건설이다. 게다가 정부가 지역경제활성화대책의 일환으로 서울과 세종을 제외한 전국 15개 광역자치단체에 재정, 기술개발 등을 맞춤식으로 지원할 지역특화발전 프로젝트 후보군에도 전북은 농생명 허브 조성을 올린 바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농업을 지역특화발전 전략으로 삼은 것인데 그만큼 농업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러나 기대가 반드시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기대를 실현시키기 위한 제반여건을 조성해 나가는 것은 지자체와 도민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인프라는 갖추어지고 있는데 이를 원활하게 작동시킬 소프트웨어의 확충에는 문제가 없는지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체계적이고 글로벌한 시각에서 농식품 분야의 두뇌집단과 정보가 모여들게 하고 중앙정부와 협력하여 법적, 제도적으로 강력한 추진체를 만들 필요가 있다. 또한 관련 인프라 간 연결고리를 잘 꿰어 흔히 말하는 종자에서 식품, 판매까지의 가치사슬을 구축하는데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도민들도 이제 농업을 사양산업이 아닌 첨단산업으로 인식하고 힘을 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끝으로 한 가지 덧붙이자면 막연히 미래에 농업이 유망하다고 하니까 육성하기보다는 중국내 고품질 식품수요층 등 분명한 타깃을 정하여 일을 추진하는 것이 성공가능성을 높여준다는 점을 고려하면 좋겠다. 지자체 등 관련기관들 및 도민들의 노력과 힘의 결집을 통해 전북이 우리나라를 넘어 동북아의 명실상부한 농생명수도로 크게 도약하고 도민들의 삶이 윤택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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