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한지승·김태용 감독이 뭉쳐 신촌·좀비·만화 소재 3가지 색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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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모였다. 이름만으로 구미를 당기게 하는 세 남자다. 주인공은 류승완, 한지승, 김태용 감독. 이들이 모여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인 3D 옴니버스 영화 ‘신촌좀비만화(MAD SAD BAD)’를 만들었다. 케미(chemistry, 화학 작용) 돋는 이들의 만남으로도 관심은 증폭됐다. 각각 액션, 드라마, 멜로를 대표하는 3명의 감독이 자신의 스타일로 만들어낸 3D화면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이름값에 걸맞게 22초 만에 이 영화의 온라인 예매분이 모두 팔렸다.
‘신촌좀비만화’는 세 감독이 각각 신촌, 좀비, 만화를 소재로 영화 속 인물들이 도심, 미래, 산 속 현실에서 겪는 비극과 고통을 넘어서기 위한 환상을 3차원으로 그렸다.
△류승완 감독의 ‘유령’
이 작품은 지난 2012년 서울 신촌에서 일어났던 대학생 피살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해 비극성이 확대된다. 실제 사건은 당시 온라인 ‘사령(死靈)카페’에서 만난 10대 후반의 남녀 청소년과 대학생 4명이 피해자를 신촌의 한 근린공원으로 불러내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살해했다. 범행을 모의·실행한 과정이 카카오톡 등 휴대전화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영화에서는 디지털이 참극을 부르는 도구로 이용돼 현실의 잔혹성을 3D로 증폭한다. 사건은 아버지와 함께 사는 고등학생 승호(이다윗)가 온라인상에서 알게 된 소녀 여우비(손수현)의 메시지에 행동하면서부터 일어난다. ‘도와줘…’와 ‘죽여줘…’. 승호는 여우비를 구하기 위해 신촌으로 향한다. 류승완 감독은 사춘기의 불안을 스크린에 강렬하게 펼치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류 감독은 감독의 자율성이 큰 독립영화에 대한 그리움으로 마음이 동했다.
그는 “3D라는 새로운 매체환경과 함께하는 한지승, 김태용 감독에 대한 신뢰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요인 중 하나였다”면서도 “보다 중요한 것은 영화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매력적이었다”고 밝혔다.
그동안 액션을 소재로 독창적인 세계관을 구축한 그는 ‘부당거래’와 ‘베를린’으로 연이어 흥행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현재 장편 ‘베테랑’을 제작하는 가운데 전주를 찾아 그의 새로운 시도인 3D 영화를 선보인다.
류 감독은 “진심으로 이 영화에 대한 관객의 반응이 궁금하다”며 “부디 새로운 경험이면서 좋은 경험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지승 감독의 ‘너를 봤어’
배우 박기웅과 남규리의 주연으로도 눈길을 끈다. 이 영화는 두 사람이 펼치는 좀비 로맨스다. 촬영 때마다 고운 얼굴에 몇 시간씩 좀비 분장을 했다는 남규리 씨와 드라마 ‘각시탈’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박기웅 씨의 활약이 돋보인 작품이다.
미래의 어느 시점,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람들은 좀비가 됐다. 치료제의 개발로 자신의 기억을 지우는 약을 먹으며 밑바닥의 힘겨운 노동자 계급으로 살아간다. 좀비 치료자들이 일하는 공장의 매니저인 인간 여울(박기웅)은 좀비 노동자를 유난히 경멸한다. 하지만 좀비 치료자인 시와(남규리)는 그를 졸졸 쫓아다닌다. 어느 날 시와가 과로로 쓰러지자 여울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찾아간다. 이후 여울은 매일 반복되는 악몽에 시달리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서서히 깨달아가는 내용이다.
지난 1996년 ‘고스트 맘마’로 데뷔한 한지승 감독은 멜로드라마 속 섬세한 인물관계의 표현에 장점을 보였다는 평이다. 영화뿐 아니라 지난 2006년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드라마 ‘연애시대’도 연출했다.
이번에는 멜로와 3D의 조합을 좀비라는 소재로 풀어냈다.
한지승 감독은 “3D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면서 “하면 할수록 2D와는 다른 미학적인 시도나 영화적인 도전에 대한 흥미 때문에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3D의 특성이나 의미를 찾아보면 2D 때의 재미와는 분명히 다른 무엇이 있다”며 “한국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소재일 수 있겠지만 편하게 즐기고, 우선 이야기가 재미있게 전달되기를 개인적으로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김태용 감독의 ‘피크닉’
지난 2010년 배우 현빈·탕웨이와 함께 ‘만추’를 연출하며 섬세한 연출력으로 화제를 모았던 김태용 감독이 올 전주영화제에 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피크닉’을 들고 왔다. 만화책을 매개로 한 이 작품은 남매의 소풍 길을 따라간다.
초등학교 1학년 수민(김수안)은 만화책을 보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지만 자폐증을 앓는 6살 동생 때문에 애써 빌려온 만화책은 엉망이 된다. 엄마 몰래 동생과 둘만의 소풍에 나서고, 아무도 없는 절에 도착하지만 동생은 갑자기 사라진다. 겁에 질린 수민 앞에는 아름다운 환상이 드러나며 또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호시탐탐 단편영화 제작에 눈독을 들인 김태용 감독도 3D 제작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기회가 되면 항상 단평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김 감독은“3D와 관련해서 기술적인 호기심이 있었는데 이런 기회가 와서 공부를 많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영화를 통해 3D영화에서 구현해야 하는 인물이나 그 공간에 대한 것을 많이 느꼈다”며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이 돼 영광스럽고 관객이 이 영화를 어떻게 볼 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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