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기도 전에
떨어진 꽃잎 마다 슬픔이다
차가운 주검으로 돌아 온
꽃들아
미안하다 너희를 지켜주지 못해서
내 자식 같은 꽃들아
4월이 잔인하게 봄의 얼굴을 할퀴자
일상은 멈췄다
아름다운 봄날 날아든 비보에
심리적 공황이 나라를 가득 메웠다
대한민국이 슬픔의 바다에 잠겼다
눈물이 난다고
가슴이 먹먹하다고
영정속의 얼굴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이는 것도
서로의 손을 잡고 반성하는 것도
죄다 죄다
살아남은 자들의 얼굴이 부끄러운 5월
바다의 깊이도 모르면서
라면을 먹고
기념사진이나 한 장 찍자고 하는 어른들이어서 미안하다
△정성수 시인은 시집 〈아담의 이빨자국〉, 동시집 〈할아버지의 발톱〉, 동시곡집 〈동요가 꿈꾸는 세상〉, 시곡집 〈인연〉, 장편동화 〈폐암 걸린 호랑이〉 등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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