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덕진공원 개화율 70% / 김제 하소백련축제 11일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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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일 전주 덕진공원의 자랑인 연꽃이 곱게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가운데 시민들이 연화교를 거닐고 있다. 안봉주기자 bjahn@ | ||
태풍이 지나가면서 소나기가 오락가락 한다. 이럴 때 덕진공원에 들르면 연(蓮)이 내는 ‘또르르’소리를 들을 수 있다. 연잎이 빗물을 쏟아내는 소리 말이다. 빗방울이 연잎 위에 시나브로 채워지면, 연은 무게를 이기지 못하면 스스로 고개를 숙인다.
법정 스님은 ‘연잎의 지혜’라는 잠언에서 “빗방울이 연잎에 고이면 연잎은 한동안 물방울의 유동으로 일렁이다가 어느 만큼 고이면 수정처럼 투명한 물을 미련 없이 쏟아 버린다…이런 광경을 무심히 지켜 보면서 ‘연잎은 자신이 감당할 만한 무게만을 싣고 있다가 그 이상이 되면 비워 버리는구나’하고 그 지혜에 감탄했었다”고 적었다. 어느새 비가 잦아든다. 연은 그 때부터 향기를 짙게 퍼트린다.
여름철 정취를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게 연꽃이다. 전국이 가마솥더위로 몸살을 앓을수록 연잎은 초록으로 물결치고, 연꽃은 선명해진다. 이런 저런 이유로 여름은 연꽃의 계절이다.
연처럼 깨달음과 편안함을 주는 식물도 드물다. 진흙에 뿌리를 박고 청결하고 고귀한 꽃을 피운다고 해서 ‘화중지군자(花中之君子·꽃중의 군자)’라고 부르는 이유도 새삼스럽지 않다.
연꽃은 불교와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더러운 진흙 연못에서 자라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다’고 해서 이제염오(離諸染汚)와 처염상정(處染常淨)이라고 했다. 계향충만(戒香充滿·연꽃이 피면 물속에 더러운 냄새는 사라지고 향기가 가득해진다), 화과동시(花果同時·유일하게 꽃이 피는 동시에 씨앗이 생겨난다), 종자불실(種子不失·연꽃의 씨앗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썩지 않고 있다가 조건이 주어지면 다시 싹이 튼다) 등도 불가에서 말하는 연꽃의 또다른 의미다.
유교에서도 연꽃을 순결과 세속을 초월한 상징으로, 민간에서는 연생귀자(連生貴子·빠른 시기에 아들을 연이어 얻는다)의 구복적인 상징으로 여겼다.
연은 백련, 홍련, 가시연, 개연, 왜개연, 어리연, 수련, 물양귀비 등 종류도 다양하다. 어림잡아 700여종에 달한다. 이 가운데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게 곱디고운 분홍꽃을 피우는 홍련이다. 홍련에 비해 드물지만 순백의 청순함으로 도드라진 백련도 빼놓을 수 없다.
공교롭게도 전북은 전국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홍련과 백련 군락지를 나란히 두고 있다. 덕진공원과 김제 하소백련지다.
혹여 적당하게 타협을 하고 싶다는 유혹에 흔들린다면 이번 주말, 연지를 찾았으면 한다. 연꽃이 우리에게 ‘세상이 혼탁할수록 순수하고 깨끗하게 사는 방법’을 알려줄 것이다.
△역사 깊은 덕진연지
도심공원은 덕진공원은 지금이 홍련의 세상이다. 간간히 백련도 눈에 띄지만 홍련에 비할 바가 못된다. 약 10만㎡에 달하는 덕진호 내에서 연꽃이 자생하는 규모는 4만2975㎡(1만3000여평)로, 전남 무안 백련지에 이어 국내에서 두번째로 넓다. 연지의 역사도 후백제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10일 현재 덕진공원의 개화율은 70%라는 게 덕진공원 관리사무소의 설명이다. 덕진공연 연꽃은 다른 지역에 비해 개화시기가 빠르고, 화려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덕진호의 수심이 깊은데다, 토양도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방문객이라면 누구나 연꽃에 취해 좀처럼 발걸음을 떼지 못한다. 도심에 위치한 만큼 출퇴근하듯 덕진공원을 찾는 이도 부지기수다.
△하소백련지는 축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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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제 하소백련지의 백련. | ||
하소백련지는 덕진공원과 견줘 차이가 적지않다. 무엇보다 하소백련지는 명칭처럼 백련의 세상이다.
김제시 청하면 대청리에 위치한 청운사 주변에 조성된 연지에 백련이 가득하다. 청운사 주지인 도원 스님이 지난 1999년 천안 인취사에서 백련 8뿌리를 얻어 경내 논배미에 옮겨 심은 게 백련지의 시초다. 이곳처럼 붉은 빛이 전혀 섞이지 않는 순백색의 연꽃이 가득한 군락지는 전국적으로도 드물다.
백련은 홍련보다 뿌리가 약해 아무 곳에서나 쉽게 자라지 않는다. 또 홍련이 관상에 방점을 찍는다면 백련은 식용이 가능하고 약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연향도 강해 바람이 불 때마다 주변을 극락정토(極樂淨土)로 물들인다.
마침 하소백련축제제전위는 11일부터 하소백련지 일원에서 제13회 하소백련축제를 마련한다. 20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축제는 ‘사랑, 이별, 고통, 정토’를 주제로 순백의 연꽃에 어우러진 다채로운 문화예술행사를 선보인다. 제전위는 해마다 백련지의 개화율이 20~25%에 다다르면 축제를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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