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7 15:38 (Fri)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타향에서
일반기사

산행단상

역경에 부딪히게 되면 탄식하며 두려워 말고 해결하려는 자세 필요

▲ 이철우 총리실 업무평가실장
나는 산을 좋아한다. 시간 나는 대로 산을 탄다. 동네 산이든 멀리 있는 큰 산이든 가리지 않고 탄다. 때로는 화를 삭이러 가기도 하고, 때로는 큰일을 앞두고 인내심과 체력을 담금질하러 가기도 하며, 어떤 때는 그냥 시간 보내러 가기도 하지만, 산은 언제나 내치지 않고 내가 바라는 바를 준다.

 

대학 시절 여름방학 때 남들 하는 식으로 지리산에 오르면서 산행을 시작했는데, 때로는 운동 삼아 때로는 여행 삼아 30여 년 계속하게 되었다. 처음엔 마음 맞는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과 함께 산행하였지만, 나중에는 거의 매주 혼자 동네 산을 찾거나 가끔 안내 산악회에 신청하여 원거리 산행을 하였다.

 

7년 전 여름, 산악회를 따라간 봉화 각화산 산행에서 초면의 노등산객으로부터 백두대간 종주를 해보라는 권유를 받고, 그해 가을부터 백두대간 산행을 시작하였다. 격주로 진행되는 대간 산행을 빠짐없이 계속하기가 쉽질 않아서 2년 반을 목표로 했던 대간완주를 5년 걸려서 재작년 말에야 겨우 마칠 수 있었다.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부터 금강산, 설악산, 태백산, 소백산, 덕유산을 거쳐서 지리산에 이르는 1,400km가 넘는 우리나라의 등뼈에 해당하는 산줄기를 말한다. 현재 우리가 백두대간 종주라고 할 때에는 이중 남쪽의 지리산에서부터 설악산 북단 진부령까지의 680km 산줄기를 이어서 산행하는 것을 말하는 게 보통이다. 전라북도에는 지리산에서 덕유산 북단의 삼도봉에 이르는 약 135km의 대간 길이 지나간다.

 

실제 대간 산행을 하면서 680km의 산행길이 능선으로만, 중간에 한 번도 물을 건너는 일 없이 이어진다는 점이 새롭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이리저리 감기고 휘돌아서 아득하게 이어진 능선길을 몇 시간이고 걷다 보면 어느 틈엔가 산을 걸으면서도 하늘을 헤치고 나아간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처음 2~3시간의 숨찬 고행이 지나고 나면 다리는 오르락 내리락 힘든 길을 계속 걷지만 하늘과 산과 내가 하나 된 듯한 무념무상의 상태를 느끼기도 한다. 대간 산행이 주는 독특한 매력이다.

 

전국시대의 일본을 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인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나는 도쿠가와가 말한 인생의 비유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먼 길’이 대간 길이라고 생각한다. 대간 산행을 하다 보면 오르막이 수없이 지겹도록 반복된다. 저만치 보이는 봉우리만 오르면 오늘 산행 중에 오르막은 끝날 것으로 생각했지만, 막상 올라보면 또 다른 높은 봉우리가 앞에 버티고 서있는 일이 흔하다. 결국 마음을 비우고 산을 타야 편하게 산행을 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또 다른 봉우리가 나타나도 ‘아, 너 왔구나!’ 하는 심정으로 담담하게 걸을 수 있어야 산행을 계속할 수 있다. 누구든지 삶을 살아가면서 힘든 일을 많이 겪게 되고, ‘禍不單行’이라는 말이 있듯이 반복해서 역경에 부딪히게 되는 일도 자주 있다.

 

그럴 때마다 힘들다고 탄식하거나 어려운 일이 또 닥칠까 두려워하기보다는 그럴 수 있다고 아니 그러려니 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해결해나가는 자세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들어 가까운 동네 산행마저 게을리 하다 보니 살집은 늘어나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태도가 무디어졌음을 실감하고 있다. 일 형편을 보아서 너무 길지 않은 종주산행을 시작해볼까 생각중이다.

 

△이철우 실장은 국무조정실 규제심의관실 과장, 대통령 경제비서관실 행정관, 농림수산식품부 원양협력관 등을 역임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