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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와 성장이 멈춘 전북체육회

▲ 이성원 체육부장
답답하고 깜깜하다. 과연 앞날은 있는 것인가?

 

전북도체육회가 시대의 변화를 외면한 채 과거에 갇혀 성장이 멈춰버린 듯하다. 잘못된 관행에 대한 진솔한 반성과 개선 의지보다는 사실을 숨기고 구실 찾는 데만 급급하다는 인상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 펜싱팀 감독 자살사건으로 불거진 전북도체육회 지원금 문제를 봐도 그렇다. ‘전북도체육회가 지난 7년 동안 감독에게 매년 3000만 원씩 예산을 지원했는데 관련 영수증과 정산서류가 없다’는 문체부 우상일 체육국장의 브리핑 내용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자, 도체육회 담당과장은 “왜 서류가 없겠느냐? 있다. 4대 악 수사반에서 요청해서 다 보내줬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족하거나 빠진 부분이 있다면 앞으로 수사과정에서 나타날 것이고 지켜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몇 년 전에도 경찰청에서 서류를 모두 가져가서 조사했지만 별 문제 없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관련 다 서류가 있다’는 그의 설명은 사실이 아니었다. 전북도체육회는 애초부터 지원금에 대한 영수증 처리를 요구하지 않았다.

 

물론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진흥공단 펜싱팀은 지난 7년 동안 전국체전에서 전북 연고팀으로 출전해서 매년 좋은 성적을 내줬다.

 

연간 팀 운영비가 8억여원에 이른다고 하니 전북도체육회로서도 3000만원씩의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아깝지 않았을 것이다. 전체 비용에 비해서는 큰 돈이 아니기 때문에 번거롭게 영수증을 요구하기 어려웠다는 게 도체육회의 설명이다.

 

체육계에서 지원금의 사용내력에 대한 영수증을 요구하지 않는 것은 일종의 관행이었다. 시시콜콜 영수증을 요구하면 상대측에서 지원금을 받지 않으려고 하고, 지원금이 없으면 일이 성사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특정인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고, 바뀌어 가고 있다. 영수증없이 공공자금을 지원한다는 발상은 더 이상 통하기 어렵다. 개인의 돈이라면 누가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문체부도 스포츠의 기본 정신인 공정성을 훼손하는 각종 비정상적 관행을 뿌리 뽑겠다며 4대 악 수사반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도 도체육회는 세상을 너무 모르고 있다. 본보 17일자 15면에 관련 기사가 나가자 도체육회 담당 과장은 ‘하지않은 인터뷰를 기사화 한 것은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또한 실명을 거론한 것은 더욱 아니라고 생각되어 기사 정정보도를 요청합니다’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왔다.

 

메일의 의미를 묻자 그는 "언제 인터뷰 했느냐?"고 따졌다. 기자가 현장에 찾아가서 내용을 물어보고 설명을 들었는데, 무슨 인터뷰가 필요한 것인지, 그가 생각하는 인터뷰가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하다. 실명 거론도 마찬가지다. 공적인 업무처리와 관련된 간부급 공인의 실명을 공개하는 것은 언론으로서는 당연한 상식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자신은 ‘서류가 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적반하장격 주장이다. 함께 자리에 있었던 다른 기자도 “서류가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확인해주고 있다.

 

지금 어이가 없는 것은 도체육회가 아니라 도체육회를 바라보는 도민들이다. 과거부터 있었던 관행이라고 하더라도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다. 진솔한 반성과 개혁의지 없이 사실을 감추고 구차한 변명만 일삼는다면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도체육회의 환골탈태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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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 leesw@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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