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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무대 우승' 전주 온고을여성축구단] 공 차는 매력에 푹~ 그라운드 여풍 당당

회원 24명, 일주일에 두 번씩 꾸준한 연습 / 생활체육대축전 결승전 짜릿한 역전승도 / "협동·배려심 생겨…여성들 동참했으면"

▲ 지난 8월 강원도 속초에서 열린 생활체육대축전 여성부 축구대회에서 역전 우승을 차지한 전주 온고을여성축구단 선수들이 아중체련공원에서 연습을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추성수기자chss78@

“여자가 웬 축구냐고요? 한번 빠져들면 그 치명적인 매력에서 벗어날 수 없답니다”

 

전주 온고을여성축구단은 창단된 지 이제 만 6년 된 신생팀이다. 그런데 최근에 일을 냈다. 지난 8월 강원도 속초에서 열린 생활체육대축전 여성부 축구대회에서 ‘덜컹’ 우승을 해버렸다. 그 과정도 믿기지 않을 만큼 극적이었다. 2부팀으로서 준결승전과 결승전에서 1부팀을 꺾었다. 특히 결승전에서는 2-0으로 지고 있다가 힘겹게 동점을 만든 뒤 승부차기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 모두가 얼싸안고 한동안 눈물을 쏟았다. 지나간 세월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생활체육을 즐기는 여성 축구팀은 도내에 전주 온고을과 전주 교차로, 익산 주얼리, 정읍 단풍미인, 완주 한바탕 등이 있다. 전국적으로는 100여 개 팀이 있으며, 이 중 1부가 10여 개 팀이고 나머지는 2부이다.

 

전주온고을에는 현재 24명이 가입해 있으며, 20대부터 50대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 대부분 직장을 다니거나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이다. 축구를 한다고 하면 주위에서는 ‘여자가 무슨 축구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운동복이 아닌 사복(?)을 입고 있으면 축구하는 사람이라고 믿기 힘들다. 여느 가정집 주부와 똑같다.

 

이들이 축구와 인연을 맺은 동기와 과정은 모두가 다르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가 축구없는 생활을 상상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일요일에) 축구를 하지 않으면 1주일을 지내기가 매우 힘들다”는 임미림 회장(50)은 “20회 유소년 여자 축구를 TV를 통해 보면서 ‘여자도 축구를 하는 구나’하는 것을 알게 됐어요. 지소연 선수를 보면서 너무 예쁘고 좋아보였습니다. 축구를 해보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생겼고, 내가 감히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있었지요. 그렇지만 주위에 알아보니 여자 축구단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연락했고, 그렇게 축구와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온고을여성축구단이 결성된 뒤 초기부터 활동한 임 회장은 “원래 성격이 내성적이었는데 넓은 운동장에서 여럿이 모여서 축구를 하다보니 협동심과 배려심이 생기고 성격도 많이 활달해진 것 같다”며 “여성들도 집에만 있지말고 나와서 함께 운동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축구를 시작한 뒤 남편과 이야기도 잘 통하고, 남편도 적극적으로 도와준다”고 자랑했다.

 

강미애씨(40)는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 때 축구를 시작했는데, 축구 용어를 모르니 함께 TV 중계를 보고 있어도 대화가 안됐어요. 길거리에서 단원을 모집한다는 플래카드를 보고 곧바로 연락해서 나가봤는데, 의외로 재미있었습니다. 아들이 고2가 됐는데, 지금은 아들과 함께 TV 중계도 보고 운동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일요일 운동 때면 아들이 함께 나와서 이모들에게 가르쳐주기도 하고 합니다. 집에서는 제가 (아들에게) 잔소리를 하는데, 운동장에 나가면 아들이 시아버지, 시어머니 같고 가끔씩 지적을 받을 때면 자존심이 상하기도 합니다.” 강씨는 “축구로 통해 아들, 딸과 거리가 훨씬 가까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온고을여성축구단은 일주일에 두 번씩 만나서 운동을 한다. 일요일에는 오전 6시부터 8시까지 아중체련공원에서 운동장 반쪽을 이용하고, 수요일 저녁에는 덕진체련공원 골문 뒷쪽이나 풋살장을 빌려서 주로 개인운동을 한다. 단 한 번도 축구장 전체를 사용하면서 연습해본 적이 없다. 마땅한 운동장이 없다보니 설움도 많다. 여자라고 무시하고 운동하고 있는 경기장에 들어와서 공을 뻥뻥 차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도 이들은 2008년 3월 창단이후 2013년과 2014년 전북연합회장기 2연패와 지난해 충북지사기 전국대회 3회 등 이번 속초 대축전 우승 이전에도 적지 않은 성적을 냈다. 또 오는 27일과 28일에는 전북을 대표해서 서산에서 열리는 문화체육장관배 전국 여성 축구대회에 출전한다.

 

각종 대회에 출전하려면 버스임대와 숙박 등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든다. 신광에너지 전용균 회장 등 개인적인 알음알음을 통한 후원도 있지만, 회원들이 몇 만원씩 걷어야 한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김밥이나 반찬 등을 만들어 가기도 한다. 그래도 가족과 함께 소풍가는 기분이고, 마냥 기쁘고 신난다.

 

“바람이요? 여자 축구도 남자 축구처럼 대접받는 때가 왔으면 좋겠어요.” 박지선 감독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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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 leesw@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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