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7 06:01 (Fri)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문화일반
일반기사

'마당' 수요포럼 "인문·예술학과 모집 중지는 지역사회 문제"

취업률 낮은 학과 통폐합하면 향후 문화예술 인력 부족 우려 / 지역민 삶의 질 향상시키려면 대학 구성원들 인식 바뀌어야

▲ 지난 24일 한옥마을 공간 봄에서 수요포럼이 열린 가운데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심인택 우석대 교수, 조화림 전북대 교수, 김정수 전주대 교수, 황갑연 전북대 교수, 여태명 원광대 교수가 참석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정부는 문화융성이라는 말을 화두로 만들었지만 정작 관련 대학의 학과는 존폐의 위기를 겪고 있다. 인문학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인문예술 관련 학과는 취업률이라는 평가 잣대로 ‘미운 오리 새끼’가 됐다. 도내 종합대학도 마찬가지다. 미술학과, 국악과, 서예과 등 순수예술학과는 국립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모집 중지’ 또는 통·페합됐다. 대학 현장에서 느끼는 현실과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교수들로부터 들어봤다.

 

사회적기업 마당은‘대학 인문·예술교육의 내일을 말하다’를 주제로 지난 24일 한옥마을 공간 봄에서 제140회 수요포럼을 열었다.

 

김정수 전주대 교수(공연엔터테인먼트학)의 사회로 심인택 우석대 교수(국악과), 여태명 원광대 교수(서예문화예술학), 조화림 전북대 교수(프랑스학과), 황갑연 전북대 교수(철학과)가 참석했다.

 

이들은 이미 특수화된 전공 분야를 다른 학과와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는데 문제를 제기하고 지역내 문화예술 인력의 공급을 지속하기 위해 관련 학과의 존치를 강조했다. 더불어 대학의 운영자와 관리자들의 인식 제고를 역설하며, 학내 교수간의 연대를 통해 ‘함께 살아남기’를 제시했다.

 

김정수 교수는 “우리 과나 문예창작과, 미술학과 등은 취업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학생들이 오는 곳인데 이런 과를 4대 보험 기준의 취업률로 평가한다”면서 “예술강사와 무대활동을 하지만 취업률에는 안 잡혀서 학내 평가에서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운을 뗐다.

 

심인택 교수는 “정책 입안자들이 대학 기능을 취업으로만 바라보면서 인문예술계까지 동일한 잣대를 만들었다”며 “앞으로 인문예술계의 취업률은 따지지 않겠다 했지만 이미 그 지표로 희생된 과가 많다”고 진단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원광대 서예과와 우석대 국악과의 신입생 ‘모집 중지’ 결정을 두고 향후 지역사회에서 활동할 문화인력의 부족을 전망했다.

 

조화림 교수는 “국악과 서예는 대학만의 문제가 아닌 지역 문화예술계의 문제다”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앞으로 7년 뒤 도내 4개의 국악 관립단체에서 정년 퇴임자가 본격적으로 나오는데 관련 학과가 통폐합이 될 경우 더이상 도내에서 문화 인적 자원을 생산할 수 없게 된다”고 부연했다.

 

그는 이어 “국악뿐 아니라 문화시설, 소규모 단체 등 문화예술영역의 외연이 확대된 상황에서 한 분야가 아닌 전체적으로 인원을 줄여주는 방안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인문예술학과의 존폐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대학 구성원의 공감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황갑연 교수는 “총장의 교육철학뿐 아니라 학내 여론이 중요한 만큼 전체 구성원이 해당 과를 등한시하면 칼을 대곤 한다”며 “학내에서 해당 과가 학교를 유지하는데 기여한다는 인식이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이어 “다른 학과의 문제라도 지식인들이 공동체·책임의식을 지녀야 한다”며 “대학의 총장이나 보직자들이 인문예술에 대한 소양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 교수도 “정책자들이 대학의 기능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며 “전북을 이끌고 돈을 버는 사람은 이공계일지 몰라도 그 돈으로 삶의 질을 높여주는 사람은 문화예술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술대학의 등록금을 올려서라도 인력을 배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문예술대학이 생존을 위해 해당 교수진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조 교수는 “정부차원의 정책을 기대하기는 요원하지만 그렇다고 손 놓으면 폐과가 속출해 결국 총장과 보직자의 인식에 기댈 수밖에 없다”며 “해당 교수진이 존치의 정당성을 자꾸 주장하고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북대 불어불문학과가 프랑스학과로 바꾼 사례를 들며 “교수진이 위기를 공감하고 함께 살아남아야 한다는 연대의식이 필요하다”며 “우리 과의 경우 실용 회화를 습득해 번역가나 통역으로 취업할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학부에서 인문학을, 대학원에서 실용적인 전문교육을 하는 외국 사례를 참고할 만 하다”며 “공대에서 스마트폰 어플을 만들 때 인문대는 언어 지원, 철학과는 스토리텔링 등으로 학문간 협력을 통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탰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