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청 공무원들이다.
서로 물어뜯고 헐뜯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양측의 난타전에 공무원들을 대리인으로 찬조 출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매번 용병으로 차출되는 애꿎은 공무원들의 넋두리가 지금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속된 말로 위에서 ‘까라면 깔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한탄인데 영락없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라는 격이다.
군 복무의 힘겨운 현실을 벗어나 제대 날을 학수고대하는 병사들의 염원을 담은 의미로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는 말이 있다.
지금의 많은 익산시청 공무원들은 하도 더디게 가는 국방부 시계만을 원망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13년 3월 중앙의 한 언론에 세간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기사 한 토막이 실렸다. 강원도 이광준 춘천시장과 춘천시의회 김영일 의장이 3월9일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권투시합을 벌이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비록 ‘시장-의장 간 권투시합’은 시합을 며칠 앞두고 당사자 중 한 사람인 김 의장이 “고민 끝에 경기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무산됐지만 권투시합까지 나오게 된 그때의 얘기를 들여다보면 기가 막힌다.
당시의 춘천시와 시의회는 사사건건 충돌하며 심각한 대립양상을 보였다.
이런 골깊은 갈등이 좀처럼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아마추어 및 생활체육 복싱선수권대회의 춘천 유치과정에서 ‘농반진반’으로 시작된 일이 급기야 시장-의장 간 권투시합으로 확전됐다. 이 소식을 접한 춘천시민들의 당시 심정이 어떠했을까.
이들의 권투시합 보도는 지역사회의 불행한 일이자 창피한 일로 거의 모든 시민들이 퍽 안타깝게 여겼을 것이다. 집행부와 시의회간의 골깊은 갈등이 어찌 권투시합으로 해결될 일 인가. 시민들은 분명 권투대결보다는 진정한 화합과 소통을 위해 서로의 자성과 성찰을 더 바랐을 것이다. 아무쪼록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시장-의장 간 권투시합’이 하나의 해프닝으로 막을 내려 그나마 다행스럽게 생각된다.
그럼, 익산시민들이 춘천시장과 시 의장의 이러한 권투시합 얘기를 뒤늦게나마 전해 듣게 된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아마, 그들의 무산된 권투시합을 박경철 익산시장과 시의회 조규대 의장이 새로 이어가길 바라지 않을까.
하루가 멀다시피 상대방 상처 내기에만 골몰하고 있느니 차라리 죽기살기식 권투시합이라도 한판 벌여 경기에서 진 패자는 바짝 엎드려 익산사회가 하루빨리 조용해지길 원하지 않겠는가. 정말 말도 안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인지 잘 알고 있다. 오죽하면 이런 생각이 들까.
양 측이 최근에 보여주고 있는 작금의 사태를 그냥 지켜보고 있노라니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 울화통이 치밀어 오른다. 지역발전과 시민의 안녕을 위해 지역의 대표적 기관인 시와 시의회가 서로 힘을 합쳐 똘똘 뭉쳐도 버겁고 힘든 약육강식의 경쟁체제 속에서 우리 익산은 그저 죽기살기식으로 싸움질만 하고 있으니 이게 말이나 되겠는가. 선출직 시장과 시의원들로서 선거가 이미 끝났으니 이젠 시민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말인가.
그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차라리 그 자리에서 지금 모두 당장 물러났으면 하는 바람이 들고 있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더구나 당신네들 때문에 애꿎은 공무원들만 동네 북이 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있으니 그들이 무슨 죄인가.
그냥 꿀 먹은 벙어리 냉가슴 앓는 심정으로 당신네들을 대신해 고양이 방울 달기에 나서야 하는 그들의 원성이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는 말인가.
익산시청 공무원들도 분명 시민의 한 사람이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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