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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쭈물하다가는…

▲ 안봉호 군산본부장
아일랜드의 극작가이자 소설가로서 노벨문학상까지 받았던 조지 버나드 쇼(1856~1950)의 묘비명은 유명하다.

 

자신이 직접 남긴 말을 새겨 달라는 유언에 따라 그의 묘비에는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렇게 될 줄 알았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실수하며 보낸 인생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낸 인생보다 훨씬 존경스럽다’라고 말했던 그의 이같은 묘비 글귀는 “‘자기가 해야만 하는 일들을 다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줄 알았지’ 라고 죽음에 임박해 자기 삶을 후회한다”는 의미로 후세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그의 묘비명은 후회를 남기지 말고 ‘무엇이든지 당장 하라’,‘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머뭇거리지 말고 행동에 옮기라’는 교훈을 주고 있다.

 

항구도시로서 국제도시인 군산이 현재 머뭇거리지 않고 당장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바로 군산항의 근본적인 준설이다. 현재 군산항은 심각한 토사매몰현상으로 토사가 목까지 차 올라 있다.

 

그동안 매몰된 토사를 걷어내는 작업을 통해 지방산단과 국가산단을 매립했어도 지난 30년동안 군산항에 쌓여 있는 토사량만도 1억5000여만㎥에 달하고 있다.

 

매년 준설을 했지만 밀려드는 토사로 또다시 메워져 의미를 상실한지 오래다.

 

국립해양조사원이 수심을 측정해 발행하는 해도(海圖) 역시 마찬가지다. 땜질식 준설만 한 탓이다.

 

수심이 낮아 컨테이너 부두는 생명인 정시성(定時性)을 상실, 항로개설은 엄두도 못내고 대형 선박은 곧바로 군산항에 들어오지도 못한다.

 

부두운영회사들은 낮은 수심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소송을 검토하는등 아우성이다.

 

선석이 30개에 달해 겉보기에 덩치만 커졌지 속은 곪아가고 있는 게 군산항의 현주소다.

 

군산항은 지역경제의 버팀목이다. 항구 도시에 배가 들어오지 않으면 항구는 의미를 상실하고 군산경제는 동반추락하게 된다.

 

10만명이 넘는 군산시의 인구를 뒷바라지 하고 있는 2만3000여 근로자들을 고용한 630여 기업들도 갈수록 늘어나는 물류비용부담으로 경쟁력을 잃고 고용력을 상실하게 된다.

 

결국 항구도시인 군산의 경제는 항만의 경쟁력 추락과 함께 동반 침몰하게 될 상황이 도래할 지 모른다는 우려감이 짙게 드리워진다.

 

군산항의 근본적인 준설에 관심을 갖고 현재 이 시점에서 지역사회가 적극적인 대처방안을 강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이같은 사태의 심각성을 대다수의 시민들이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항만이 야금 야금 메워져 가면서 감각이 둔해져 이를 감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관련 공무원들이 ‘자신이 공직에 있을 때 토사매몰로 심각한 문제만 발생하지 않으면 괜찮다’는 안일한 태도에 있다.

 

목까지 차오른 토사가 코까지 덮어 항구도시인 군산이 숨을 헐떡거리는 위기에 직면해서야 ‘일찌감치 조치할 것’을 하고 후회하면 그땐 늦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렇게 될 줄 알았어”라는 묘비명을 그냥 한 귀로 흘려 보내서는 안된다.

 

군산항의 해저(海底)는 오늘도 밀려드는 토사로 조금씩 그리고 서서히 메워지면서 군산의 숨통을 조여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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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봉호 ahnbh@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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