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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에서 배운다] 다양성 확대 통해 '아시아 영화 플랫폼' 자리매김

비주류 국가·독립 작품들 적극 발굴 / 부대행사 아시안필름마켓 위상 높여

▲ 영화 ‘카트’출연자들이 지난 7일 부산 해운대에 마련된 비프빌리지에서 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에게 무대인사를 하고 있다.

‘아시아영화의 창’을 표방하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성년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2일부터 11일까지 부산시 해운대구와 남포동 일대에서 열린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는 역대 가장 많은 23만 여명이 다녀갔다. 관객 규모로는 베를린영화제와 토론토영화제에 견줄 정도. 지역도 한국과 중국·일본 3개국 중심에서 아시아 전역으로 확장되고 있고, 독립영화에 대한 비중도 높아지는 등 다양성이 확대되고 있다. 부대행사로 마련되는 ‘아시안필름마켓(Asianfilmmarket)’ 위상도 높아졌다. 올해 영화제의 화두처럼 ‘안정’ 단계에 들어선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전북지역 축제들이 배워야 할 점을 짚어본다.

 

△ 담론 확장·세계 영화제 도약 시동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는 79개국 314편의 작품이 초청됐다. 이 가운데 부산에서 처음 공개되는 영화가 134편(월드 프리미어(world premiere) 98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international premiere) 36편)에 달했다.

▲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장으로 영화인들이 입장하고 있는 모습.

영화제는 한·중·일 3개국 영화를 중심으로 출발했지만 베트남 미얀마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레바논 등 세계 영화시장에서 소외된 서남·중앙아시아 국가들로 지평이 확장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유명 감독이나 신인들의 영화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올해는 터키와 조지아(옛 그루지아)특별전을 마련하는 등 꾸준히 새로운 영화담론을 만들어가고 있다.

 

독립영화 비중도 커지고 있다. 부산영화제는 애초 ‘백화점식 영화제’를 표방하면서 대중성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면서 최근에서는 독립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상영작의 20∼30%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김동현 감독의 독립영화 ‘만찬’을 폐막작으로 선정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아시아영화에 집중하겠다”는 부산영화제가 유럽과 아프리카로 눈을 돌리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장기적으로 부산영화제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도약하려는 준비다.

 

북경영화제 조직위원회가 부산에서 대규모 파티를 열고, 아시안필름마켓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부산영화제가 아시아 영화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부산영화제는 ‘아시아’를 중심에 두고 있지만 꾸준히 다양성을 확대하며 ‘세계’로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 세계적인 필름마켓으로 성장

▲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된 허안화 감독(맨 왼쪽)과 배우 탕웨이의 기자회견 모습.

부산시가 주최하고, 영화제 조직위원회와 부산영상위원회가 주관하는 ‘아시안필름마켓’도 부산영화제의 위상을 보여주는 행사다.

 

올해로 9회째 열린 아시안필름마켓에는 30여개 나라에서 200여 영화관련 업체가 참가했다. 전년대비 30% 증가한 규모다.

 

‘마켓 스크리닝(market screening)’에 선보인 작품은 15개국 84편. 이 가운데 17편은 영화제 공식 상영작으로 선정됐고, 67편은 아시안필름마켓에서 첫 선을 보였다.

 

특히 올해는 북경영화제조직위원회와 중국 기업들의 조직적인 참여가 이뤄졌다. 중국 최대 온라인플랫폼 기업인 ‘아이치이(iQIYI)’는 국내 제작사 두 곳의 작품 90여 편의 온라인 독점 판권을 계약하기도 했다.

 

투자와 제작, 배급에 집중됐던 영화관련 산업군도 확대됐다. 특히 올해는 한·중·일 3국을 대표하는 기획사(man agement company)들이 대거 참가했고, 포털사이트 기업도 부스를 차렸다.

 

유럽국가들도 부산영화제를 아시아 영화시장 거점으로 삼기 위해 아시안필름마켓에 공을 들이고 있다.

 

김형래 아시안필름마켓실장은 “부산아시안필름마켓이 유럽필름마켓, 칸필름마켓과 더불어 세계 3대 필름마켓으로 성장했다”며 “중국과 유럽기업들의 참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국가에서 진행 중인 영화 프로젝트 투자 유치를 위한 ‘아시아 프로젝트 마켓(Asia Project Market)’과 출판콘텐츠와 영화를 연계하는 ‘북 투 필름(Book to Film)’, 대륙 간 국가 간 공동제작과 공동캐스팅에 대비한 ‘아시아 스타캐스팅 포럼’과 ‘스타라인업’도 아시안필름마켓에서 주목받고 있는 콘텐츠다.

 

● 이용관 집행위원장 "독립성이 필수요건…안정적 재원도 과제"

다큐멘터리 ‘다이빙 벨’ 상영문제를 두고 논란이 일었던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예술인들의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존중하고, 관객들의 다양한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상영을 결정한 것”이라며 “독립성 확보와 유지는 부산영화제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영화제’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요건이자 과제”라고 말했다.

 

독립성과 함께 안정적인 예산확보도 부산영화제의 지속 과제로 꼽았다. 이 위원장은 “부산시민들의 적극적인 후원과 함께 부산시의 간섭 없는 지원이 오늘의 부산영화제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업후원이 늘고는 있지만 정부지원이 줄어 장기적인 시각에서는 아쉬움이 크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부산영화제는 축제의 가장 기본요소로 볼 수 있는 독립성과 재원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확보되는 편”이라며 “이러한 점에서 국내에서 개최되는 100여 개의 축제들이 부산을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축제 규모에 대한 집착도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부산영화제가 세계 유수의 영화제와 견줄 만큼 성장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광안리에서 1∼2만명이 모이는 작은 영화제”를 꿈꿨는데, 첫 해부터 18만 명이라는 관객이 영화제를 찾았다고. 그는 “다양한 영화에 대한 갈증이 커지는 시기에 마당을 먼저 열어준 것이 영화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분석했다. 관객 규모나 수준으로는 세계 1,2위를 다투는 베를린이나 토론토영화제에 뒤지지 않지만 규모가 중요한 평가지표가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또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과 전양준 아시안필름마켓위원장,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 박광수 감독 등 20여명의 영화인들이 하나의 목표를 두고 영화제 태동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온 것도 부산영화제가 지닌 힘”이라고 설명했다.

 

“20회 성년 맞이는 ‘성장통’을 마무리하고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라며, “‘초심’과 ‘청렴’이 부산영화제가 지금도 새기고 있는 ‘화두(話頭)’”라고 들려줬다.

 

이 위원장은 “부산이 백화점식 영화제라면 전주는 ‘대안’과 ‘독립’이라는 뚜렷한 색깔이 있는 만큼 특성을 지키고 다듬으면서 규모 있게 가꿔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며 “전주국제영화제를 사랑하는 세계 영화인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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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정 euns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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