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 시스템 없는데다 대학·실업팀 적어 한계 / 도체육회-경기단체간 소통·화합 미흡도 문제
올 제주 전국체전에서 17개 시도 중 종합득점 순위 14위라는 근래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온 전북선수단을 바라보는 체육계의 마음이 편치 않다.
그동안 학교체육 활성화, 대학과 실업팀 창단, 전폭적인 예산 지원과 우수 선수 영입 등을 외쳐왔지만 전북이 처한 낙후된 경제 현실로 인해 매번 대답 없는 메아리에 그쳐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체육인들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도체육회와 경기단체는 열악한 환경을 탓하지 않고 향토의 명예를 두 어깨에 걸머진 채 전국체전에서 남부럽지 않은 성적을 거두어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사실상 꼴찌로 추락한 이번 95회 전국체전 성적 때문에 체육계 안팎에서 환골탈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학교 체육=전북체육의 추락은 기본적으로 학교체육에서 선수 양성과 수급 시스템이 미비하고 선수들이 갈만한 대학과 실업팀이 매우 부족하다는 데서 비롯된다. 더구나 근래 들어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엘리트체육인이 되려는 어린 선수들이 고갈되면서 선수 기근현상이 가속화되는 추세다. 얼마 전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난 전북체육중학교의 입학경쟁률이 5년 내내 0.5대1에도 못 미치고 있다는 사실은 도내 학교체육의 문제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선수 발굴과 육성,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는 ‘학교체육 활성화’라는 화두가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그러나 학교 체육의 전반을 담당하는 전북도교육청의 입장은 아예 체육전담부서를 통폐합할 만큼 우호적이지 않다. 교육청은 또 체육담당 장학사도 줄였다.
△대학·실업팀 부재=불모지나 다름없는 대학과 실업팀의 현주소도 체육계의 해묵은 숙제들이다. 중학교와 고교에서 선수생활을 해도 진학할 대학이나 실업팀이 없으면 선수생활을 포기하거나 타시도의 학교와 팀으로 갈 수밖에 없다. 대학과 실업팀이 부족한 전북도가 매년 체전에서 중하위권 수준의 성적표를 받아들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게다가 전북에서는 기존의 실업팀마저 해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주)하림의 양궁팀은 계열사인 모 홈쇼핑으로 넘어갔다가 지난 2013년 말 해체됐다. 도체육회가 임시로 팀을 맡고는 있지만 신분상 불안감을 느낀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낼 리가 만무하다. 팀을 잃은 선수들은 그야말로 ‘체육계의 비정규직’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도내 몇몇 기업을 제외하고는 아예 팀 창단은 생각도 하지 않는 풍토도 문제다.
△우수선수 미확보=경기력 향상을 추동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도내 우수선수의 타시도 유출방지와 A급 선수의 영입도 쉽지 않다. 여기에는 단 한 푼이라도 더 준다면 팀을 옮기는 체육계의 황금만능주의가 자리한다. 애향심에 호소하는 방식도 이미 옛날 얘기가 됐다.
실업팀의 우수선수 영입은 항상 예산 문제에 봉착한다. 도체육회의 선수영입 비용은 12억 원 대이지만 스카웃 비용이 수천 만 원에 달하는 A급 선수 몇 명이면 금방 바닥이 난다.
실업팀을 운영하는 도내 12개 시군(정읍 장수 제외)도 한정된 예산으로 인해 우수 선수 영입은 꿈도 꾸지 못할 형편이라는 하소연이다. 형식적인 운영과 쥐꼬리 예산만 투입하면서 ‘면피용’으로 실업팀을 운영한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전북체육의 추락은 타성과 관행에 젖은 일부 경기단체와 지도자에게도 있다는 게 체육계의 시각이다. 예전에 보여줬던 긴장감과 승부욕을 찾아보기 힘들어 인적쇄신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엘리트 체육의 사령탑인 전북도체육회와 경기단체간 소통과 화합도 매끄럽지 못하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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