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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서정기 '호남 최초' 관장 "사회 이끌려면, 자신부터 끊임없이 개혁하고 쇄신해야"

'1000만 유림 모두 나서 '도덕 부흥운동' / 동방예의지국 국풍 재건하는 일에 헌신 / 전북 향교·유도회 유교정신 선양 앞장을

▲ 남원 출신 서정기 성균관장이 성균관 개혁과 동방예의지국 국풍 재건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국내 1000만 유림의 총본산인 ‘성균관’, 그 수장을 맡고있는 전북 출신 서정기 관장(76·남원)은 항상 언론의 주목을 받는 사람이다.

 

제30대 관장인 그는 호남최초의 성균관장일뿐 아니라, 사서오경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부 역주해 학문의 깊이를 인정받고 있다. 또한 지난 3월 취임한 이래 전국 230여개 향교 책임자인 전교들과 뚝심있게 개혁을 추진하면서 유림쪽은 말할 것도 없고 종종 사회 각 분야의 관심을 받고 있다.

 

서울시 종로구 성균관대 입구에 있는 성균관장 집무실에서 전북 출신 서정기 관장과 만나 우리 사회의 나아갈 길과 향후 성균관 재건 계획 등을 들어봤다.

 

-호남 최초의 성균관장을 맡으신 소감이 어떻습니까.

 

“일제의 침략에 호남유림의 항일의병항쟁이 가장 치열했는데, 해방 이후에는 다른 지역에 비해 침체한 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이제 호남출신으로 관장이 되었으니 다시 전통을 이어 성균학풍을 일으켜 윤리세계를 건설하는 막중한 시대적 사명감을 느낍니다. 지난 3월 유림을 대표하는 전국 600여명의 임원들이 투표를 한 결과, 분에 넘치게 당선의 영광을 안게 됐습니다. 뿌리를 전북에 둔 사람으로서 부끄럽지 않게 멎진 관장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성균관장이란 자리는 어떤 것이고, 임기 3년을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지 궁금합니다.

 

“사실 성균관은 본래 수선(首善)의 성지요, 원기(元氣)의 중심으로 나라의 지도자를 기르고 풍속을 일으키는 국가적 기능을 수행하므로 성균관장은 유림의 수장으로서 국민의 사표가 되고 학풍을 조성하는 책무가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3년의 임기동안 저는 성학(聖學)의 도통(道統)을 확립해 동방예의지국의 국풍을 재건하는 일에 헌신 노력할 것입니다. 취임 후 성균관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이는 도덕불감증으로 인해 위태로운 지경에 처한 국가를 살리기 위한 첫걸음 입니다. 사회를 지도하려면 일단 자신부터, 내가 속한 집단부터 끊임없이 개혁하고 쇄신해야 합니다.”

 

-오늘날 급변하는 사회 상황 속에서 성균관장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하신다고 보십니까.

 

“이제는 제국주의의 패도(覇道)정치를 종식하고 민본주의의 왕도(王道)정치를 구현해야 하는데, 먼저 명륜당에서 토요강좌를 통해 덕치인정(德治仁政)을 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고 왕도정치의 이상세계를 널리 알리는 일이 시급합니다. 더 이상 유림이 가만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1000만 유림이 모두 나서 도덕 부흥운동을 펴나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여름 방한했던 교황과 만난 감회와 어떤 메시지를 주고 받았는지 소개해 주십시오.

 

“교황이 방한했을때 한국천주교인에게 부모조상을 받드는 제사를 공식 인정해 주어서 대단히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고, 로마교황은 한국민이 어려운 역경을 많이 겪었음에도 민족의 긍지와 품위를 지키는데 감탄한다고 말했습니다."

 

-시대는 변했지만 유교가 할 일은 여전히 많이 있을 것 같은데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현대는 유교가 창조한 민본주의, 즉 민주주의가 발전한 시대입니다. 유교의 합리주의와 중용사상 및 대동정신이 완전히 실현되어 자유, 평등, 해방의 인권을 누리고 자주, 민주, 통일의 주권을 찾아 복지낙원의 왕도정치시대가 될 때까지 헌신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세월호 사건을 지켜보면서 개인적 이기주의에 함몰돼 이렇게까지 불행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통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람이 배우고 출세해 벼슬을 하면 국가의 명예를 높이는 것이 도리입니다.”

 

-전북에 국한해서 생각하면, 유도회나 향교가 가야 할 지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전라북도는 산자수려한 환경과 충효절의(忠孝節義)의 풍속과 예악(禮樂)문화가 발달한 고장입니다. 따라서 전북의 향교와 유도회는 전통문화를 창달하여 새 시대 세계 속에 빛나는 유교정신을 선양하는 일에 총궐기하여 새 시대를 선도할 책임이 있습니다. 저도 틈나는대로 전북을 자주 방문해서 특강을 하고, 전북이 더 풍요롭고 행복이 가득한 곳으로 자리잡도록 힘을 보태겠습니다.”

 

-평소 강연을 많이 하시는데 주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시나요.

 

“공자의 인(仁)사상과 맹자의 성선설(性善說)을 강론하면서 고매한 인격을 길러 집에서 효도하고, 나라에 충성하며 화평세계 건설에 이바지하여 죽은 뒤에 이름을 역사에 드날리고 길이길이 제사밥을 받아 먹는 귀신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우리사회에 부족한 동정심, 양보심, 존경심을 함양하고, 사리사욕을 버리고 인성을 회복하는게 결국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고, 그것이 곧 나 자신의 행복을 높이는 지름길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느끼신 소감과 우리 정치권에 하시고 싶은 말씀은 무엇입니까.

 

“대오각성하여 다시는 이러한 불행을 반복해서는 안됩니다. 정치인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보장할 책무가 있습니다. 사회 전반에 걸쳐 만연하고 있는 부정부패를 대대적으로 척결하는 정풍운동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입니다.”

 

-끝으로 전북 도민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을 전해 주십시오.

 

“전북도민 여러분께 성균관장으로서 드릴 말씀은 사람이 사는 도리는 위로는 조상을 받들고 아래로는 자손을 가르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조상님의 정신을 계승하여 자손에게 길이 전해서 뿌리있는 가문의 영광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결국 끊임없고 고민하고 성찰함은 말할 것도 없고 인내심을 가지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노력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 서정기 관장은 학생운동 두 번 투옥 '성균관대 복학생 1호'

 

서정기 제30대 성균관장은 전북은 물론, 호남 출신 첫 성균관장이다. 상대적으로 유림이 적은 호남에서 관장을 배출했다는 것은 그가 지역색이나 친소를 떠나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높은 반열에 올라있음을 짐작케 한다.

 

남원 산동에서 태어나 용성중, 서울 한성고,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한 서정기 관장은 일반인의 선입견과 달리 두번이나 투옥된 경험을 가진 특이한 이력이 있다.

 

4.19 주역으로 활동하면서 종로경찰서에 구속됐는가 하면, 대학교에서 퇴학당해 어렵게 복학한 이력도 있다.

 

그에게‘성대 복학생 1호’란 별명이 그냥 붙은게 아니다.

 

해방정국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는 일찌감치 아버지를 잃었다.

 

전남 벌교 철도 경찰관인 아버지는 좌·우익의 피비린내 나는 싸움인 여·순 반란사건때 학살당했기 때문이다.

 

훗날 그가 성균관대 재학시절 데모하다 붙잡혀 구속됐다 풀려나고 복학할 수 있었던 것도 철도 경찰관이었던 아버지를 애석하게 여긴 주위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한다.

 

구속 전력으로 인해 앞날이 막힌 그는 대학졸업 후 3년동안 두문불출 사서오경 중심으로 공부를 하면서 “왜 선인들이 공부를 했는가를 어렴풋이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지금까지 무려 47권의 책을 낼 수 있었던 것도 무섭게 파고드는 습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234개 향교 책임자인 전교를 비롯해 유도회 지부장 등이 참여하는 선거에서 그가 성균관장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도 남다른 덕성을 인정받았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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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병기 bkweegh@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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