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사업자 이자 장기연체로 전주 3곳 255가구 '경매 위기' / 전주시·정치권·정부 공조로 LH 매입, 국민임대 전환 계획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임차인 대부분은 임대기간이 끝나고 분양을 통해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길 꿈꾼다.
그러나 자금 여력이 없어 분양은 꿈꾸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임대사업자의 부도라는 날벼락을 맞게 되면 별다른 자구책 없이 정부 대책만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임대사업자의 부도나 장기 연체 등의 사유 발생 시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공공주택 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이 개정돼 올해부터 시행됐지만 정작 보증금 지원 규모와 임차인 통용 범위, 연체 시기 규정 등에 대한 세부 시행규칙이 미약해 특별법이 사실상 ‘무용지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전주지역 3곳 임대아파트의 부도로 임차인들이 길거리로 내몰릴 처지에 놓였고 이에 정치권과 지자체, LH, 전북개발공사 등이 나서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이에 본보는 전주 부도임대아파트 3곳의 현황과 구제 대책 진행상황 등에 대해 알아봤다.
△전주지역 3곳 아파트 부도 현황
임대사업자의 경영난으로 부도위기를 맞은 전주지역 국민임대아파트 3곳의 대다수 임차인들이 임대차보호법을 적용받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임차인 보증금의 우선변제권을 인정하는 임대차보호법과 지가상승 등에 따른 보증금 및 임대료 인상 등을 인정하는 임대주택법이 서로 상충하는 모순으로 임차인들의 우선변제권이 소멸되기 때문이다.
국민주택기금의 장기간 연체로 부도위기에 놓여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임대아파트는 전주시 우아동 효성임대아파트(99세대), 전주시 중화산동 효성 신촌마을 임대아파트(147세대), 전주시 서서학동 효성 흑석마을 임대아파트(150세대) 등이다.
이들 세 곳의 임대아파트는 임대사업자인 지엠건설 대표가 지난해 11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국민은행으로부터 지원받은 국민주택기금 연체가 시작됐다.
문제는 이들 임대아파트가 부도나 경매로 넘어갈 경우 임차인을 구제하기 위해 임대차보호법이 정하고 있는 최우선변제금(보증금의 일부)도 돌려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임대차보호법은 국민은행이 국민주택기금을 낮은 금리로 임대사업자에게 지원하면서 실시하는 근저당권 설정과 동시에 적용된다.
지난 1999년 2월 국민은행으로부터 근저당권이 설정된 우아 효성임대아파트의 경우 임대차보호법의 ‘적용기간 2001년 9월15일 이전, 보증금 한도 2000만원 이하, 최우선변제금 800만원’규정에 따라 입주민들은 보증금이 2000만원 이하일 경우에만 법적으로 800만원의 최우선변제금을 받을 수 있으며, 다른 두 임대아파트도 같은 상황이다.
그러나 2014년 현재 세 아파트 총 396세대 가운데 보증금이 2000만원 이하인 임차인은 104세대로 알려졌으며, 12월 현재 구제 대상으로 꼽힌 임차인은 모두 255세대로 집계됐다.
이는 2000년 당시 1600~1800만원 이었던 보증금이 매년 인상돼 현재 2130만원(30.49㎡)으로 한도인 2000만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보증금 한도를 정하고 있는 임대차보호법과 달리 임대주택법은 매년 임대사업자에게 주변시세 및 물가상승률에 따라 최대 5% 이내에서 임대료 및 보증금을 인상할 수 있도록 해놨다.
임대주택법 때문에 기존 보증금이 임대차보호법에서 정해 놓은 2000만원의 한도를 넘길 수밖에 없는 현실로 결국 임대차보호법과 임대주택법의 모순이 임차인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도임대아파트 구제 진행상황
전주지역 3곳 임대아파트의 부도 위기와 관련해 전주시와 정치권, 법조계, 그리고 임차인 대표가 한목소리를 내고 지난 8월부터 본격적인 피해 구제를 위한 대책마련에 나섰다.
전주시는 지난 8월12일 우아동 효성임대아파트, 중화산동 효성 신촌마을 임대아파트, 서서학동 효성 흑석마을 임대아파트 임차인 대표 및 전주시 주택과, 구청, 법무팀, 김윤덕(전주 완산갑)·김성주(전주 덕진) 국회의원의 보좌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임차인 보호를 위한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당시 회의에서는 임대차보호법과 임대주택법이 서로 상충해 입주민들이 보증금을 날릴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에 대한 문제점 등을 논의한 뒤 행정과 정치권, 주민들이 공조해 법 개정을 통한 대책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또한 LH의 조속한 임대아파트 매입 촉구를 위해 LH와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국토교통부 등 중앙부처 방문을 통해 이번 사태 해결에 대한 협조를 구하기로 했다.
이후 10월7일 경기도 성남에서 진행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윤덕 의원은 LH 이재영 사장을 상대로 “임대주택 사업자가 국민주택기금을 연체해 부도 처리되면서, 선량한 서민들이 보증금 한 푼 못 받고 거리로 내몰릴 절박한 상황에 몰려 있다”며 “공공주택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 제41조에 따라 LH가 매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고, 한국토지주택공사법 제8조 또한 ‘저소득 취약계층을 위한 주거복지사업’을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LH와 지방자치단체-지방공사가 협력해 부도 임대주택 임차인의 불안과 고통을 덜어 줄 수 있는 매입계획을 조속히 수립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 사장은 “서민들이 임대주택 부도문제로 불안해하지 않도록 국토교통부와 협의하고, 자치단체와 협조해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긍정적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이후 국토교통부는 11월20일 이 임대주택들을 ‘부도임대주택’으로 지정·고시한 뒤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매입해 국민임대주택으로 전환, 다시 공급할 방침을 정했다.
특히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이 임대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1월22일 전주를 방문해 “부도임대주택의 매입을 조속히 추진하겠다”며 “정부의 공공주택처리 지침에 따라 해당 주택을 부도임대주택으로 지정·고시한 후 LH공사를 통해 매입하고, 지속적인 거주를 원하는 입주민은 임대보증금을 유지하면서 거주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서 장관은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전주시의 이번 모범사례가 다른 지역에도 전파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 초 이들 3곳 아파트에 대한 부도임대주택 지정고시가 이뤄지고 나면 LH 등이 경매를 통해 이를 다시 매입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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