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7 18:49 (Fri)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데스크창
일반기사

익산시의 구미속초

▲ 엄철호 익산본부장
관직은 본인의 능력에 좌우되지만 갖가지 인연이나 운도 무시할 수 없다.

 

‘관운’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다. 하지만 기본적인 실력을 갖춘 인사가 격에 맞는 자리를 얻는다면 별문제가 없으나 그렇지 못할 경우 항상 말이 나오고 논란이 빚어지기 마련이다. 나아가, 인사 참사라는 최악의 평가까지 듣게 된다.

 

‘구미속초’란 고사성어가 있다.

 

‘개 꼬리로 담비 꼬리를 대신하다’라는 뜻으로 쓸모없는 사람에게 관직을 함부로 주는 것을 이른다. 원래 이 말은 중국 고서인 ‘진서’의 ‘조왕륜열전’에서 유래했다. 진나라 ‘사마륜’은 쿠데타를 일으켜 당시 황제이던 ‘혜제’를 폐위시키고 스스로 황제가 됐다.

 

정통성이 약했던 만큼 사마륜은 자신이 신임하는 인물만 벼슬을 내려 기용했고, 그의 친인척은 물론 노비와 시종들에게도 관직을 주었다.

 

당시 관리들은 관모의 장식으로 담비 꼬리를 달았다.

 

그런데 권력남용으로 갑자기 관리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담비 꼬리가 모자라게 되자 비슷한 개 꼬리로 대체해 달았다. 백성들은 이를 몹시 못마땅하게 여기며 담비 꼬리가 모자라니 개 꼬리로 이어댄다고 조롱했다.

 

능력은 물론 자질, 품성 등을 따져보지도 않고 함부로 벼슬자리를 내준 인재등용 실패를 비꼬았다.

 

이 이야기를 새삼 곱씹어 보고 있노라니 익산시청 어느 공무원이 떠올려진다. 박경철 시장이 출범하면서 계약직 공무원으로 특별 채용된 A 씨가 임용 1개월 25일 만에 중도하차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익산시 인사위원회는 지난달 25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A 씨에 대해 행정 최고의 벌인 파면을 결정했다.

 

100억 원대 설계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에서다. 그렇지만 인사 최고 결재권자인 박 시장은 인사위원회의 이 같은 파면 결정에도 불구하고 아직껏 꿈쩍을 하지 않고 있다. 인사위원회가 괜한 헛심만 쓴 것 아닌가 하는 씁쓸함이 가득하다.

 

급기야 익산시 공무원노동조합이 나서 문제의 공무원에 대한 즉각 파면을 촉구하는 내부 게시판 성명서까지 발표했지만, 이 역시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청 안팎에서는 박 시장의 오랜 침묵을 두고 이런저런 뒷말이 무성하다.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것이다 등등 확인되지 않은 소문만 날로 증폭되고 있다. ‘참새가 대붕의 뜻을 어찌 알리오마(燕雀不知大鵬)’는 그 이유와 배경이 정말 궁금하다.

 

만일 내가 시장이라면 인사위원회 결정을 존중해 즉각 파면 조치하고 공직사회 안정과 정통성 확보에 나서겠는데, 아울러 내가 문제의 직원이라면 시장의 각별한 배려(?)로 익산시청에 무혈입성할 수 있는 은혜를 입은 만큼 시장의 무거운 어깨를 다소나마 가볍게 덜어주기 위해 스스로 길을 선택할 것인데 시장이나 문제의 직원이나 아직 그 어떤 움직임에 나서고 있지 않으니 그 이유와 배경이 진짜 궁금하다. 시중에 떠도는 여러 소문이 제발 사실이 아니길 그저 바랄 뿐이다. 사실 수족 같은 측근을 내친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나름의 억울함을 부르짖고 있는 마당이니 더더욱 힘든 고뇌 일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늦출 수도 없다.

 

이젠 박 시장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일단 구설수에 오른 것만으로도 충분히 책임을 물을 수 있기에 하는 말이다.

 

모름지기 평범한 가정에서도 신뢰를 주지 못하는 가장은 가족들로 하여금 찬밥 신세 받기가 일쑤이다.

 

하물며 시장이 시민은 물론 공무원들로 하여금 믿음과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이는 곧 참새조차 쫓지 못하는 허수아비나 다름없다. 조직의 기본은 공명정대하고 엄격한 인사원칙이 존중될 때에 가능해진다는 것을 거듭 지적한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엄철호 eomch@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