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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자들의 사회

▲ 유기하 전주 MBC 보도국 선임기자
#1. 눈먼자들의 도시를 아시는가? 눈먼자들의 도시를 가보셨는가? 아니, 눈먼자들의 도시를 읽어보셨는가? 눈먼자들의 도시는 포르투칼의 노벨수상작가인 사라마구가 쓴 장편소설이다.

 

한 도시의 주민 거의 모두가, 설명할 수 없는 집단적 실명에 걸리게 되고, 그에 따라서 빠르게 붕괴되는 사회의 모습을 묘사한 그의 대표적 소설이다.

 

깨어있는 시민이 국가 어려움 해결

 

눈먼자들의 국가를 아시는가? 눈먼자들의 국가를 가보셨는가? 아니, 눈먼자들의 국가를 읽어보셨는가? 눈먼자들의 국가는 지난해 대한민국 12명의 문학인들이 세월호의 참사를 잊지말자는 뜻에서 펴낸 책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5,500원의 낮은 정가로 출판했으며, 저자들은 이 책의 인세를 모두 기부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 책이 대한민국출판계에 베스트셀러에 오르지 못한 게 이상한 일이다.)

 

2014년 한해가 지나고 2015년이 되었다. 그 도시와 국가가 달라지지 않으리라.

 

우리에게 지난 한해는 눈먼자들의 도시였으며, 눈먼자들의 국가였다. 변하지 않는 도시와 국가를 바꿀 수 있는 힘의 원천은 깨어있는 시민사회다. 도시와 국가가 어려울 때 희생적 모범을 보였던 집단은 언제나 눈뜬 시민사회였다.

 

#2. 다음달 2·8일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당대회가 열린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권리당원가운데 25%는 전북이 차지하고 있다. 주식회사로 따지면 대주주인 셈이다.

 

그럼에도 이번 전당대회에서 전북출신 가운데 대표경선이나 최고위원경선에 나서는 주자는 한명도 없다. 우리는 눈을 감고 살아왔다.

 

지난해는 갑오년.동학농민혁명 2주갑이었다. 이 역사적 대사건의 의미를 기념하기 위해 국민의 정부이후 국가기념일 제정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역간 다툼으로 국가기념일 제정문제는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눈을 감고 살아왔다.

 

전북의 공항은 어떠한가. 유종근 도지사당시 김제공항을 추진한다고 발표한 이후 지금까지 논란만 거듭하고 있으니 그 세월만 이제 20여년이다. 그 10년, 그 20년 동안 혁명의 발상지 전북의 자존감, 호남제일의 풍요로움은 다 어디로 갔는가. 우리는 눈을 감고 살아왔다.

 

#3. 세상 사람들은 왜 아무렇지 않지? 아무렇지 않은 것이 나는 너무 이상해.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게 아닐까? 혹시 말이야 우리나라 사람들이 먹는 물에 뭐든지 빨리 잊어먹게 하는 약이 섞여 있는게 아닐까? 아니면 누군가 공기 중에 누가 죽었던지 말든지 상관하지 않고 살아가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약품을 살포한 것은 아닐까? 나는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밥먹고 웃고 사랑하고 그러는게 이상해.-〈공선옥. 내가 가장 예뻤을때〉-

 

전북의 과제 짚어 잠든 의식 깨울터

 

지난해 7월 세월호 사건이 나고 세월호사건의 실체, 소위 골든타임에 책임있는 정부의 역할에 대한 규명은 온데간데 없고, 온 나라가 난데없는 백골로 나타난 사체에 빠져 있을때 우연히 읽었던 공선옥의 - 80년 5월을 겪어낸 스무살 청춘들의 시점을 그려낸 -소설이었다. 문득 나는 그 소설의 주인공처럼 아무렇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나를 보았다.

 

오늘 새벽 메아리를 시작하면서 제시한, 우리 스스로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왔던 전북의 몇몇 과제들을 부족한 필력이지만 앞으로 하나하나 솔직하게 짚어 보고자 한다. 이 새벽메아리를 통해 우리의 잠든 의식이 깨어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유기하 선임기자는 전북대를 졸업하고 1985년 전주MBC에 입사한 뒤 보도국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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