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불구불 6시간 산길…산골 아이들 환영에 고단함 사르르
탐사단은 쿰부 히말라야 트레킹을 마치고 루클라 공항에서 이륙한 경비행기가 카트만두에 착륙하자마자, 대원들의 소원 풀기에 나섰다. 첫째 소원은 목욕이고, 둘째 소원은 김치찌개 실컷 먹기다.
히말라야 트레킹을 시작한 이후 얼굴과 발도 제대로 씻지 못한 경우가 많았고, 부족한 김치에 젓가락을 가져가기가 서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일단 한인식당으로 달려가 김치찌개로 배를 채운 후, 일찍 호텔에 투숙해 열흘간 쌓인 때를 밀었다.
이튿날, 완주산내들희망캠프가 지원하는 ‘시리 사라다’ 학교 방문길에 나섰다. 이 학교 위치는 네팔 고르카 지역 마나슬루 산자락 깊은 산골. 학교 운동장에 서면 마나슬루 설산 한켠이 보인다.
히말라야 산맥에 자리한 네팔의 학교들이 대개 그렇듯이 ‘시리 사라다’ 학교에 가는 길은 멀기만 하다. 카트만두에서 포카라 방향으로 4시간 가까이 달리면 ‘둠베’라는 곳이 나온다. 여기에서 다시 4륜 구동 미니버스로 갈아 타고 2시간 정도 마나슬루 방향으로 달려야 학교가 보인다. 점심은 한인식당에 부탁한 김밥으로 때웠다.
이 학교는 초·중·고 과정을 모두 운영한다. 총학생수 300명으로 적지 않은 학교이지만, 교사(校舍) 규모는 우리나라 분교 수준보다 못하다. 행복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1인당 GNP는 겨우 수백 달러에 불과한 네팔의 경제적 현실을 이 학교에서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다.
교실은 벽돌을 엉성하게 쌓아 올린 벽체로 둘러싸여 있고, 칠판마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수업시간 시작과 끝을 알리는 학교 종마저 갖추지 못해, 자동차 바퀴에서 나온 낡은 휠을 망치로 때린다.
하지만 이 학교를 방문한 외부인들은 한결같이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도시에 찌든 아이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완주산내들희망캠프가 이 학교를 지원하고 나선지 올해로 벌써 4년째. 올해 구성된 ‘히말라야 오지마을 문화탐사단’이 카트만두를 출발한지 6시간 만에, 시리 사라다 학교 앞에서 하차했다.
학교 입구에 도착한 탐사단은 뜻밖의 광경에 행동이 어색해 진다. 학생들과 교사들이 학교 입구부터 교사까지 두 줄로 늘어서 꽃목걸이를 걸어주고 꽃잎을 손안 가득 쥐어준다. 운동장 한켠엔 꽃으로 장식한 행사장까지 따로 마련해 놓았다. 최고의 정성이 담긴 환영행사다.
탐사단은 한국에서 가져간 교복과 의약품을 전달하며 열렬한 환영에 답장을 보냈다. 이어 탐사단은 교직원들과 지역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학교 지원사업 협의에 들어갔다. 학교 시설과 건축물을 보수하는데 얼추 사업비가 400만원을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 탐사단은 이들의 요구를 기본적으로 수용키로 의견을 모으고, 오는 3-4월 학교를 재방문해서 공사를 시작하겠다는 언약을 전했다.
해가 뉘엿뉘엿 서산을 넘어가는데 교직원들이 퇴근하지 않고 대기상태다. 속내를 물으니 탐사단에게 저녁을 대접하고 싶다는 뜻을 전한다. 학교측은 닭 몇 마리를 잡았고, 탐사단은 꼭꼭 숨기고 아낀 소주를 내놓았다. 건배와 함께 허심탄회한 대화가 시작된다. 어두운 산길을 걸어서 퇴근해야 하는 교직원들의 사정을 고려해 저녁 자리를 일찍 정리하자는 탐사단의 강권으로 교직원들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탐사단은 차가운 교실 바닥에 침낭을 깔고 잠자리에 든다. 걱정이 되었는지 다음날 새벽녘 동이 트기도 전에 교장선생님이 탐사단의 잠자리를 살핀다.
간단히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니, 학교측에서 송별식을 준비한다. 이마에 붉은 가루를 칠하는 ‘띠까’의식과 함께 목에 쇼울을 걸어준다. 힌두교에서 축복을 비는 의식인 띠까는 제3의 눈을 상징한다고 한다. 카트만두에 들어올 때까지 이 띠까를 고히 간직하며 신의 가호를 빌어본다. (끝)
● 희망캠프가 지원하는 간호교사 '라디카 뎁코타'씨 "도움의 손길 보내 준 한국 감사"
완주산내들희망캠프는 2013년 1월 시리 사라다 학교를 방문, 이 학교 학생들과 교직원을 비롯 지역주민들이 의약 서비스를 전혀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희망캠프가 학교측에 제안해서 만든 제도가 간호교사직 신설. 희망캠프가 간호사 교육부터 학교 배치까지 책임지는 조건이었다. 희망캠프는 2013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시리 사라다 학교에서 근무할 간호사를 고르카 지역 간호사 양성학원에서 교육시킨데 이어, 올해부터 시리 사라다 학교에서 근무하도록 조치했다. 간호교사의 봉급은 희망캠프가 매달 송금해 줄 계획이다.
올해부터 시리 사라다 학교에서 근무하는 라디카 뎁코타(20)씨와 대화를 나누었다.
-15개월여에 걸친 교육과정을 마치고, 이제 막 근무를 시작했는데 주로 어떤 일을 하나요.
“간호교사이므로 학교 구성원들의 건강을 돌보는 것이 가장 큰 임무입니다. 또 산골 마을에서 의료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하는 지역주민들의 건강을 돌보는 일에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학생들과 지역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향후 계획을 말씀해 주시죠.
“건강과 보건과 관련된 업무가 이 학교와 지역에선 약간 생소한 일이므로, 기본적인 계획표를 만들어 나가는 한편 실천적인 활동을 하나씩 하나씩 내놓을 생각입니다. 앞으로 의료와 보건 관련 자격증도 열심히 획득해서, 전문인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이제 근무한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어려운 점은 없나요.
“가장 어려운 게 의약품 부족입니다. 다양한 증상에 맞는 약품이 없거든요. (이와 관련, 희망캠프는 필요한 의약품을 매월 정기적으로 공급키로 약속했다.)
-끝으로,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인상은 어떤가요.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참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산골 마을까지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세심함과 푸근함을 가진 사람들이잖아요. 고마운 마음 깊이 새기고 열심히, 오랫동안 이곳서 일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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