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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신뢰 회복 위한 제언

정책 투명성 세계 최하위 / 과도한 대통령 권력 원인 / 제왕적 통치 내려 놓아야

▲ 김원기 제17대 국회의장
세계경제포럼(WEF)의 최근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144개 국가 중 26위였다. 지난 20년간 줄곧 20위권 안이었는데, 많이 밀려났다. 더 충격적인 것은 ‘정부 정책 결정의 투명성’이 133위로 최하위권이며 ‘정치인에 대한 공공 신뢰’가 97위로, 베트남(49위)과 우간다(94위)보다도 아래라는 점이다. 정부와 정치인 불신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참담한 급추락이다. 왜 이렇게 됐고,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문제는 정치권의 극한 대결이다. 정치 불신과 미래 국가경쟁력 저하의 주요 원인이다. 국민 눈에는 권력다툼과 싸움질만 보이는 정치다. 국회는 대통령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전투장일 뿐이고, 정당과 정치인들은 국민은 뒷전인 채 사생결단식 대결정치를 반복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굳어지고 있다.

 

정부는 나은가. 대통령 후보 때와 취임 후의 말과 행동이 다르다. 사과도 하지 않는다. 정책의 일관성 유지는 커녕 국정의 사령탑 기능도 작동되지 않는다. 국민생활에 악영향을 미치는 데도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강변하고, 세금을 늘리면서도 증세정책은 아니라고 말한다.

 

돌아보면, 우리 정치는 많이 투명해졌다. 선거 부패도 개선됐고 공직후보자 추천과 정책 결정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도 높아졌다. 특히 민주정부 10년을 거치면서 절차적 민주주의를 확립했으며 인권, 복지, 평화, 균형발전 같은 진전된 가치들도 수면 위로 끌어올려졌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 정치가 일본보다 낫다고 본다. 그러나 정치에 대한 국민의 의식만은 과거보다 더 비판적이다. 80년대 군부독재 시절이나 90년대 초반까지도 야당 정치인은 시민 집회에서 박수받고 다녔다. 지금은 박정희, 전두환 독재시절보다 정치에 대한 불신과 조롱이 심한 듯하다.

 

정치불신을 심화한 고질적 문제는 첫째, 지역주의 구도이고 둘째, 권력의 과도한 대통령 집중이다. 많은 토론과 합의를 통해 해결방안을 찾아야 하지만 요즘 언론의 행태와 뉴 미디어를 통해서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종편 등을 통해 정치인은 연예인화하고, 정치적 이슈는 가십처럼 다뤄지고 있다.

 

정치가 국민신뢰를 얻으려면, 비상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단방약은 없다. 근본적으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입법부기 자율성을 확보하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대화와 타협의 능력을 기르고, 국회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으로서 자긍과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여당이 대통령 눈치 보기를 탈피하면 야당과의 협상이 가능해진다. 그동안은 대부분 대통령 권력이 하라는 대로 따를 뿐이었다. 그제 여당 원내대표 선출때 반란표가 몰렸다고 한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기를 바란다.

 

여건 야건 강경파가 득세하면 무한대결이 벌어지고 국민불신은 증폭된다. 악순환을 극복하려면 지도자들의 특단의 노력과 리더십이 필요하다. 필자는 2008년 5월, 17대 국회 고별 연설에서 여당에게는 소수의견 포용을, 야당에게는 물리적 저지의 자제를 권고했다. 당시엔 연목구어(緣木求魚)처럼 여겨졌지만, 후일 ‘국회선진화법’으로 반영돼 작년 정기국회때는 사실상 처음으로 물리적 충돌 없이 타협의 성과를 이뤄냈다. 이런 일이 지속될지는 누구도 장담 못한다.

 

근본적 개혁방안으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혁파’가 필수적이다. 이른바 ‘87년 체제’의 순기능은 놔두고 역기능, 특히 국가경쟁력을 좀먹는 권력의 과도한 집중과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대결적 정치가 종식되도록 해야 한다. 현 정부 출범 후 2년간 확실해진 것은 국정혼란과 정치적 갈등의 진원지가 대통령과 청와대라는 점이다.

 

정치권 원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동시에 사심 없는 위치에서, 이 나라를 정치불신의 늪에서 건져내야 한다는 사명감도 느낀다. 광복 70년, “이 과제를 포기하지 말고 함께 집중 노력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내자”고 모든 정치인, 언론, 국민에게 제안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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