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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시의 오얏나무 아래 갓 끈

▲ 엄철호 익산본부장

‘군자는 오얏(자두)나무 아래서 갓을 고쳐 쓰지 않는다.’ 중국 양나라 소명태자가 130명의 문장가 작품을 엮은 ‘문선’의 ‘악부’편에서 군자가 행할 도리를 언급한 내용이다. 악을 저지르는 행위도 나쁘지만 쓸데없이 의심을 사 분란을 일으키는 언행도 그에 못지않은 문제라는 것이다. 남에게 비난을 받는 책임은 바로 자기 자신에게 있으니 언제나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항상 주변을 돌아보라는 세심한 충고이기도 하다. 무척이나 공감이 가는 옛말이다.

 

왜 하필 자두나무 아래였을까. 갓끈을 고쳐 매려 올린 손이 하필 자두를 향해 있으니 의심을 살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자두를 따지도 않했는데 따가운 눈초리만 쏟아지니 정말 억울할 수도 있겠으나 애초 논란되고 오해 살 만한 일은 숙고해 행하는 게 좋은 법이다.

 

익산시가 지난해 특혜의혹이 제기돼 중단했던 웅포관광지의 일부 토지를 매각하는 방안을 다시 추진해 논란이다.(본보 6일자 보도) 웅포관광지 조성사업 미완료 시설 부지 30만㎡를 민간투자자에게 공개 매각해 관광지 조성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익산시의 이런 사업 구상에 대해 지역사회 시선이 싸늘하다.

 

먼저 이번 계획은 지난해 이곳을 매입해 민간 사업자에게 재매각하겠다며 추진해 불거진 특혜의혹을 깔끔하게 해소하지 못한채 계획만 약간 수정한 것에 그쳤다는 것을 지적한다. 시는 지난해 예상감정가 8만5000원(3.3㎡)에 문제의 부지를 매입해 10만원 이상을 제시하는 민간투자자에게 재매각 해 이윤을 남기겠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일각에서 이렇게 되면 웅포관광지 전체부지 247만㎡를 248억원에 매입한 현재의 토지 소유자는 무려 3배 가량의 엄청난 시세차익을 얻게되면서 강한 특혜의혹을 제기했다. 성난 지역사회 여론에 부닥쳐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던 문제의 웅포관광지 부지 매입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번과 달리 이번엔 시에서 직접 매입하지 않고 중개에만 나서겠다는 계획이지만 이 계획 또한 현재 토지주에게 막대한 이윤을 안겨주는 방식이어서 특혜논란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나아가, 이번엔 문제의 해당 토지를 매입하는 민간 투자자도 막대한 이익을 챙기게 된다.

 

민간 투자자가 관광지 조성 계획 변경을 제안해 오면 해줄 수도 있다는 조건 때문인데 현재의 콘도 건설 등의 부지가 위락시설 부지로 용도 변경될 경우 말 그대로 금싸리기 땅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웅포관광지 전체를 매입한 토지주와 웅포골프장 회원들이 부정 매입의혹을 제기해 현재 재판이 진행중인 상황이어서 부적절한 시기적인 문제도 있다. 만일 재판결과가 회원들의 승리로 끝날 경우 익산시는 토지를 불법으로 매입한 소유주의 땅을 비싼 값에 팔아준 셈이 된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고 했건 만 왜 그토록 서둘러 밀어붙이는지 도통 모르겠다.

 

순전히 관광지 조성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면 차라리 시에서 해당 부지를 매각한 가격에 일단 회수한 후 이를 직접 되 팔거나 개발에 나서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당시에 익산시가 토지 수용령까지 발동해 평당 3~4만원선의 헐값에 넘긴 부지를 웅포관광개발에서 수년간 개발을 하지 않고 방치했으니 이를 협상카드로 꺼내라.

 

개발 약속을 지키지 않은 웅포관광개발에게 책임을 물어 당시의 매매가로 문제의 부지를 되찾아 일단 위락시설 부지로 관광지조성계획을 변경한 후 시에서 직접 매각에 나서면 많은 시세 차익을 남겨 공공의 이익을 거둘 수 있다. 이를 부채상환 등에 사용하면 얼마나 의미 깊겠나. 제발 책상머리에 앉아 이법, 저법 따지며 오얏나무 갓의 억울함 만 탓 하지말고 진정으로 시민을 위한 현명한 묘책 짜보길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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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철호 eomch@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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