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은 정부가 지정한 문화도시다. 남원에 국가 지정 39건, 전북도 지정 82건 등 역사문화유적이 즐비하고 판소리와 춘향가, 음식, 공예 등 남원 특유의 다양하고, 또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자랑스러운 문화 요소들이 많기 때문이다. 정부가 남원을 문화도시로 선정한 것은 잘 한 일이다. 그러나 정부가 정작 충절의 고장 남원의 위상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과거 남원은 왜구와 일본군이 북상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요충지였다. 인근 구례와 함양도 그렇다. 왜적이 도성을 향해 진격할 때마다 이 지역 관군과 주민들은 수십만 왜적을 맞아 싸웠다. 그래서 남원성 전투와 구례 석주관 전투, 함양 황석산 전투는 치열했다. 남원시 향교동에 위치한 ‘만인의총’은 일본이 1597년 조선을 재침했을 당시, 북상하는 일본군을 맞아 남원성 사수에 나섰다가 장렬하게 산화한 1만여 명의 군사와 관리, 주민 등을 합장해 모시고 있는 애국 성지이다. 남원성의 군관민은 1597년 8월13일부터 나흘간 5만6000여명에 달하는 일본군을 맞아 사흘간 치열하게 싸웠다. 물밀 듯이 쇄도하는 적군을 맞아 피범벅이 돼 싸웠지만 끝없이 몰려오는 적을 감당할 수 없었다. 이복남, 이신방 등 장수와 아군, 주민 등 전원이 남원성을 사수하다 옥쇄했다. 지금은 사라진 남원성은 옛 남원역 부근이다. 지난해 남원성 전투 당시 가장 치열했던 북문 터가 발굴됐다. 당시 일본군에 의해 처참하게 파괴된 역사의 현장이 조금이나마 그 흔적을 드러낸 것이다.
현재 전라북도는 만인의총을 사적 272호로 지정, 매년 9월26일 만인의사 순의제향을 거행하고 있다. 문제는 매번 먼산 쳐다보듯 대하는 정부의 태도다. 충남 금산의 칠백의총을 국가가 관리하듯 만인의총도 당연히 국가가 관리해야 하지만 한사코 외면하고 있다. 벌써 15년째 소가 닭 쳐다보듯 한다.
평화로울 때 위기에 대비하는 민족이 전쟁을 막고,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임진왜란과 일본제국주의 침략 등은 그렇지 못했다. 위기를 극복해 냈다고 자랑스러워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지만, 우리 민족이 어리석어 위기를 자초했던 역사는 반성해야 한다. 만인의총에 그 교훈이 담겨 있다.
정부는 만인의총을 국가관리 유적지로 지정해 관리해야 한다. 민간단체가 찾아낸 남원성 북문터도 제대로 발굴, 선조들이 보여준 위대한 충절정신을 후세가 뼛속깊이 새기고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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