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문화예술거리 등 기획 / 참여자 주도 문화사업 강조 / 예술가, 지역 아는게 우선
“문화 매개 인력, 즉 기획자를 양성해 주민이 필요로 하는 자원을 파악·연결하고 궁극적으로 참여자가 주도·참여하는 문화사업이 돼야 합니다.”
행위예술가에서 문화기획자로 활동하는 김은미 씨(40)는 “문화 매개 인력이 하고 싶은 사업이 아닌, 대상자가 원하는 사업을 찾아야 한다”며 “주민의 신뢰를 먼저 쌓고 이후 네트워킹 중심으로 사업비를 적게 들이고 큰 효과를 내도록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본업인 행위예술뿐 아니라 레지던시 큐레이터와 프로그램 매니저, 마을단위 문화사업 대표 등으로 나서며 지역의 문화기획자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 2011~2012년 익산 익옥수리조합레지던시 큐레이터와 프로그램 매니저, 같은 기간 익산 국제퍼포먼스아트 페스티벌 총괄 디렉터, 2012년 문화이모작 ‘슬슬놀이터-솜씨 맵씨 조각보열전’사업 대표를 맡았다.
이후에는 익산 창작스튜디오 레지던시 큐레이터 프로그램 매니저를 거쳐 지난 1월 (사)익산시생활문화예술동호회 문화기획자로 근무했다.
일반 시민, 예술가 등과 다양한 사업을 실행한 그는 ‘지역’과 ‘주민’을 열쇳말로 강조했다.
그는 “예술가가 자치단체의 예산을 지원받았다면 적어도 지역을 아는 과제는 필수다”며 “익산 문화예술의 거리 사업의 경우 예술가는 지역의 이야기를 나름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주민은 관람자가 아닌 참여자로 유도하는데 중점을 뒀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원비에 기대면 사업구역 바로 옆동네의 주민은 소외감을 느낀다”며 “주민 노래자랑이나 지역의 특성을 살린 패션쇼 등과 같이 주민이 계획·실행해 관의 간섭을 덜 받고 주인공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을단위 사업인 문화이모작 사업으로 그의 원칙은 더욱 강해졌다.
그는 “익산시 금마면 동고도리 황동마을에서 할머니들과 조각보를 만드는 동아리로 시작해 체험관까지 만들었다”면서 “애초 3개월짜리 사업이었는데 다른 사업비를 받아 지속하도록 하는 한편, 당시 이장님이 매개자로 주도한 결과 호평을 받았다”고 들려주었다.
아울러 그는 “조각보를 만들기 위해 마을에 들어갔는데 실제 눈이 침침하거나 손에 감각이 없고 허리가 아파서 못하는 분들도 상당수였다”며 “외부인은 모든 주민의 참여율과 성과를 성공 척도로 여기지만 문화예술은 사람이 하는 만큼 비참여자와 참여자를 모두 배려하고 과정을 주시해야 한다”고 보탰다.
김 씨는 문화기획자 이전에 작가였다. 익산 출신으로 익산고와 한국교원대 미술교육과, 한성대 예술대학원 패션예술학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2013년에는 전북도의 해외 전시 지원사업에 선정돼 독일에서 ‘뒤셀도르프에 이브의 사과를 던지다.’라는 개인전도 했다.
그는 중학교 때 미술 교사를 존경하며 작가와 교육자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교원대 재학시절 수행한 교생실습에서 직업에 안주하는 미술 교사의 모습을 보고 실망했다. 현실적으로 교원 임용을 준비하는데 어려움도 있었다. 이후 그는 분장으로 진로를 바꿨다. 현재도 광주보건대 피부미용과의 겸임조교수를 하고 있다. 익산에서 벽화작업을 하며 문화기획자로 들어서게 됐다.
김 씨는 문화기획자에 대한 인식 전환을 소망했다.
그는 “돈보다 사람이 시너지가 크다”며 “기획자의 아이디어나 노동력 등을 당연하게 여기는 인식이 바뀌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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