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의사 순국 기념일 맞아 니시무라 미치코 교수 강연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코요이모 호시가 카제니 후키사라사세루.”
익숙한 시구를 읽는 소리가 두 가지 언어로 들렸다.
전주 근영중 3학년 2반 학생들과 니시무라 미치코(60) 일본중앙대 교수가 윤동주의 ‘서시’를 함께 낭독하고 있었다.
26일 전주 근영중에서 한·일역사공동수업이 진행됐다. 이날의 주제는 △안중근 의사와 동아시아의 평화 △윤동주 시인 △손기정 마라토너 △위안부 문제 등 4가지로, 하나같이 ‘평화’라는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는 테마였다.
한국에 25번째 방문한 것이라는 니시무라 교수는 “한국에는 주로 3월에 오는데, 바로 안중근 의사 때문”이라고 밝혔다.
안 의사는 1910년 3월 26일에 뤼순 감옥에서 사형을 당해 순국했으며, 이 때문에 이 시기에 한국에 자주 방문한다는 것. 이날이 안 의사 순국 105주년 기념일이었다.
그는 “이토 히로부미는 일본 내에서 영웅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일본 내에서의 인식을 설명하면서 본인도 일본인의 한 사람으로서 안 의사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20년 전에 서울 안중근기념관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1900년대 초반에 벌써 마치 지금의 EU처럼 동아시아의 3개 나라가 서로 싸우지 않고, 공동 화폐도 만들고 공동으로 은행도 만들고 서로 언어도 가르치고 상공업도 발전시키며 살자는 동양평화론을 주장했다는 데에 충격을 받았고 안 의사를 존경하게 됐다”고 말했다.
니시무라 교수는 이어 본인의 은사이자 고 손기정 옹과 친한 사이였던 야마모토 씨의 이야기를 들어 ‘스포츠를 통한 평화’를 설명했고, 또 동지사대학 선배인 윤동주 시인의 이야기를 통해 문학을 통한 동아시아 우호를 이야기했다.
특히 니시무라 교수는 윤 시인의 ‘흐르는 거리’라는 작품에 나온 “새로운 날 아침 우리 다시 정답게 손을 잡어 보세”라는 대목을 설명하며 “동아시아 3국이 정답게 손을 잡고 평화로운 새 미래를 표현하는 의미로 들렸다”고 말했다.
위안부 문제, 독도 문제 등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니시무라 교수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인으로서 마음으로부터 진심을 담아 사과한다”고 말했다.
니시무라 교수는 또 “일본이 지금부터라도 진실한 역사를 인식하고 주변국과 협력해 나아가야 한다”면서 “한국과 일본의 역사 인식이 서로 너무나 다른데, 이 같은 기회를 통해서 서로 간극을 좁힐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수업을 들은 이 반 정서린 학생은 “몰랐던 것들을 많이 알게 돼서 좋다”면서 “우리 나라 학생들은 일본을 안 좋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수업을 통해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일역사공동수업을 11년째 진행해오고 있는 이 학교 조은경(47) 교사는 “동아시아 평화, 나아가 세계 평화를 위해서는 여러 번 배워야 한다”면서 “학생들의 인식에도 변화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앞으로도 이 같은 수업을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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