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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모가지 비틀어도 새벽은 왔다

▲ 엄철호 익산본부장
폭정을 일삼는 왕이 있었다.

 

그는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잡아다 벌을 주었고 그것도 부족해 무당을 동원해 점까지 쳐가며 불만자 색출에 나섰다. 백성들은 감히 말하지 못했고 속으로 마음을 나눴다. 왕은 자신에 대해 나쁜 말을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태평성대가 되었다며 이를 신하들에게 자랑했다.

 

한 신하가 말했다.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물을 막는 것보다 더 위험합니다. 막혔던 둑이 터지면 그 피해가 엄청납니다. 물을 다스리는 자는 수로를 열어 물이 흐르게 하고, 백성을 다스리는 자는 백성들이 말하게 해야 합니다”

 

이어 “정치를 잘하고 못함이 다 백성들의 말에서 나온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 왕은 신하의 충언을 끝내 거절했다가 결국 백성들에 의해 쫓겨났다. 사기의 ‘주본기’ 편에 실려 있는 서주의 ‘려왕’에 대한 얘기로 여기서 유래된 고사성어가 ‘방민지구심우방천’이다. 백성들의 입을 막는 것은 강을 막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는 뜻으로 언로를 차단하려는 건 흐르는 강물을 막는 것처럼 무모한 일이며, 그런 자들의 끝은 별로 좋지 않다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특히나 3000년 전의 이 얘기는 정치지도자 등 공인(公人)들이 어떤 혜안과 통찰력, 소통의 언론관을 가져야 하는지를 일깨워주는 좋은 교훈으로 지금도 널리 회자되고 있다.

 

지난 23일 익산경찰서에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박경철 익산시장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으니 조사를 받으러 나오라는 출석 요구 통보였다. 앞서 익산시는 박 시장과 시에 대한 비판기사를 게재한 중앙일간지 A일보와 지역주간지 B신문에 대해 전 부서 구독을 중지했고, 한발 더 나아가 B신문에 대해서는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고소한바 있는데. 그 다음 번호표를 기자가 이제 받은 것 같다.

 

시에서 제공하는 보도자료만을 베껴 쓰고, 그 누군가를 향해 용비어천가만을 외쳐댔더라면 기자생활 30여 년 만에 겪는 첫 경험을 굳이 접하지 안 해도 됐을 터인데 언론의 기능인 권력에 대한 견제·비판·감시 역할을 나름 충실히 고집한 탓이 아닌지 모르겠다.

 

아울러 부정확한 보도는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정정보도를 요청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생략한 채 곧바로 수사기관에 직행한 이번 고소 건을 지켜보면서 언론의 기능을 한번 되짚어 봤다. 국민은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갖는다.

 

언론의 표현 자유가 맨 앞이다. 권력의 견제와 비판, 의혹 제기는 민주주의의 작동 원리다. 그 중심에 언론이 있고, 국민들의 눈과 귀가 바로 언론이다. 그게 없다면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어디서 얻을 것인가. 언론이 동네북이 되고서야 온전한 기사를 쓸 수 있겠는가. 당연히 언론의 고발 기능은 약화되고, 그로 인한 피해는 국민 몫이 될 것이다.

 

또한 언론은 물과 같은 것으로, 민주주의란 그릇에 담긴 물이다. 그 물엔 세상사의 천태만상이 담긴다.

 

그릇에 담긴 물을 손으로 한번 쳐 보라. 물에 담긴 당신의 얼굴은 아마 일그러질 것이다. 언론에 외압을 가해 흠씬 두들기면 세상이 일그러진다. 우리는 그걸 기억해야 한다. 언론 본연의 기능이 권력 감시와 비판이라는 사실을.

 

따라서 공인들은 언론의 감시와 비판 제기를 민의수렴의 기회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앞서 얘기한 것 처럼 백성의 입이라는 물은 흐르는 대로 놔둬야 하고, 입을 막는 장애물을 설치해서는 절대 안된다는게 올바른 정치의 길임을 재차 지적한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 한 야당 총재가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군사독재 정권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국민들의 귀를 막고 눈을 가리고 입을 막아도 진실은 가리지 못했고 결국 새벽은 찾아왔다.

엄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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