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보숭보숭한 할머니
지팡이처럼 굽어서도
피어나는 할머니
놀랍다
산등성이에서 손자를 기다리던 할머니가
목을 쑥 빼밀고
굽은 등을 쭈욱 펴고
풀쩍 나는 것을 보았다
막판에 키가 몇 뼘인가 올라섰다
모양새 따윈 망가져도 좋아
그저 숙이고 굽실거렸던
주름의 힘,
쫘악 펼친 우산살 웃음이
햇빛의 손바닥을 쳤다
△미처 몰라서 더 놀랍다. 늙어서도 피어날 수 있다니, 숙이고 굽실거렸던 주름의 힘으로 풀쩍 날아오르면 햇빛과 하이파이브를 할 수 있다니, 봄볕이 따사롭다. 굽은 등 쭈욱 펴고 햇빛 아래 당당하게 걷자. 김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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