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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징크스, 대통령 징크스

연합뉴스

국내 프로축구 최강을 자랑하는 전북현대가 지난 22일 아시안컵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 일본 가시와 레이솔과의 원정경기에서 졌다. 그 것도 3골을 먼저 내주면서 패했다. K리그 22경기 무패 신기록을 세운 전북의 자존심이 구겨졌다. 이로써 전북과 가시와 전적은 1무5패가 됐다. 이름하여 전북의 ‘가시와 징크스’다. 가시와전 여파인지 전북은 곧바로 26일 전남과의 경기도 놓쳤다. 단순한 1패가 아니라 K리그 23경기 무패 신기록 달성에 실패한 것. 전북의 22경기 무패는 작년 9월 6일부터 쌓아왔던 기록이다. 묘하게도 전북이 신기록 시작 직전 패한 팀은 전남이다. 징크스의 서막이랄까. 그 날 2골을 넣으며 전북에 수모를 안긴 전남의 이창민은 “우리는 중요한 순간에 전북을 이긴다”고 말했다. 전북에게 ‘전남 징크스’가 생긴 것이다.

 

스포츠 세계에는 징크스가 즐비하다. 그 중 축구 징크스가 유달리 많다. 그만큼 인기가 높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축구계 징크스가 ‘펠레의 저주’다. 이는 펠레의 월드컵 승부 예상이 번번이 빗나간 데서 연유한다. 한국 국가대표팀도 역대 월드컵에서 흰색 상하 유니폼을 입으면 승리하지 못한다는 ‘화이트 징크스’가 있다. 선수들의 징크스도 유별나다. 안정환은 경기 전 머리를 감지 않고 손톱도 자르지 않는다. 이영표는 게임을 앞두고 축구화 끈을 두 번 이상 만지지 않는다. 레알 마드리드 호날두는 미리 단골미용실에서 머리손질을 한다. 베컴은 진열대와 냉장고의 물건들을 좌우로 정렬하고 물품의 숫자는 짝수로 맞춘다. 첼시의 존 테리는 경기 전 탈의실에서 항상 같은 소변기만 쓴다.

 

징크스(Jinx)는 재수 없고 불길한 현상에 대한 인과(因果) 관계적 믿음이자 미신이다. ‘내가 세차하면 꼭 비가 오더라’는 머피의 법칙과도 유사하다. 징크스는 두 가지 유래가 있다. 하나는 그리스에서 마법을 부릴 때 이용했던 뱀처럼 긴 혀를 가진 훙측한 ‘개미잡이 새’의 이름 jynx가 변형되어 jinx가 됐다는 설이다. 다른 유래 하나는 1968년에 나온 유명한 노래 ‘기병대장 징크스’(Captain Jinks of Horse Marines)다. 기병대장 징크스가 나팔소리 때문에 병이 나고 말에 오르다 모자가 떨어지는 등 불길한 일들이 계속 생긴다는 가사에서 비롯됐다는 설이다.

 

최근 ‘성완종 파문’을 계기로 등장한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 징크스’가 입길에 오르내린다. 정리하면 이렇다. 2013년 5월 미국 방문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사건. 한 달 뒤 중국 방문을 앞두고 남재준 국정원장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파동. 같은 해 9월 러시아 순방 때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체포. 이어 10월 APEC 참석 시 기초연금 공약 파기. 2014년 4월 중동순방 전 세월호 침몰. 6월 중앙아시아 순방 시절 문창극 총리 후보자 친일 발언 논란. 10월 유럽 순방 중 김무성 대표 개헌발언 파문. 올 3월 중동 순방 때 마크 리퍼트 주미대사 흉기 피습. 4월 성완종 자살 리스트로 이완구 총리 사퇴.

 

사실 징크스는 원인과 결과의 관계보다는 대부분 우연에서 비롯된다. 또 징크스가 반복되면 더 이상 징크스라 할 수 없다. 어떤 팀이 특정 팀에 계속 지면 그건 징크스가 아니라 그저 실력이 모자랄 뿐이라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징크스는 자신의 실수나 실패에 대한 도피 수단이자 책임을 남 탓으로 미루는 자기합리화다.

 

문제는 스포츠 세계의 징크스는 재미와 이야깃거리를 제공하지만 대통령의 해외순방 징크스는 국가와 국민을 참 힘들게 한다는 사실이다. 징크스의 운명은 깨지는 데 있다. 하루빨리 ‘대통령 해외순방 징크스가 깨졌다’는 소식을 듣고 싶다.·체육부장·편집국 부국장

김성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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