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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예방이 더 중요한 뇌졸중, 치료제 선택 장벽 없애야

▲ 정슬기 전북대병원 신경과 교수

몇 달 전 70대 초반 할머니가 갑자기 왼쪽 다리 근육의 통증과 위약감을 호소하며 응급실에 찾아왔다. 심방세동을 오랫동안 앓다가 3년 전 이로 인해 뇌졸중이 발병한 이후, 재발을 예방하기 위한 치료를 계속해서 받아 오던 환자였다. 검사 결과, 다행히 뇌졸중은 아니었고 뇌졸중 예방을 위해 복용하고 있던 와파린 부작용으로 인한 근육 내 출혈로 진단되었다. 심각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와파린 복용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으로 환자는 출혈이 발생한 다리의 고통과 불편함을 호소했고, 동시에 약물 중단으로 뇌졸중 재발에 대한 두려움을 함께 호소했다.

 

많은 환자들이 심방세동이 뇌졸중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하지만, 심방세동은 뇌졸중 발병 원인의 20%를 차지하는 무서운 질환이다. 심방세동이란 심방이 규칙적으로 뛰지 않고 심방의 여러 부위가 무질서하게 뛰면서 불규칙한 맥박을 형성하는 부정맥의 일종이다. 심방이 제대로 수축하지 못해 심방 내에 혈액이 정체되고 뭉쳐지면서 혈전(피떡)이 발생하고, 이렇게 생겨난 혈전이 떨어져 뇌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다. 더구나 우리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유병률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심방세동 환자들에게 있어 뇌졸중 예방은 중요하다. 이때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로 와파린이 오랫동안 효과적인 약제로 인식되어 왔다. 그로부터 60년만에 아픽사반, 다비가트란, 리바록사반과 같은 신약들이 개발되었다. 신약은 효과와 안전성 모두 기존 치료제보다 뛰어나 미국심장학회, 미국뇌졸중학회, 유럽심장학회 등 전 세계적으로 권고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대부분의 환자들에게 약값이 싸다는 이유로 와파린이 처방되고 있다. 신약의 경우, 와파린을 일정 기간 사용하며 효과가 없거나 조절이 잘 되지 않는 환자에게만 의료보험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절 여부에 대한 판단 조건과 기준이 까다로워 실제로 많은 환자들은 신약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와파린은 오랫동안 많은 환자들에게 처방되며 혈전성 뇌졸중 예방에 효과가 좋은 치료제로 잘 알려져 있지만, 복용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와파린 복용 시에는 일상적인 식습관에서 된장이나 채소 등과 같은 비타민 K가 많은 음식을 제한해야 하며, 효과 발현에 개인차가 크고 일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또한 다른 약물과 함께 투여할 때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조심해야 하는 등 환자들이 감수해야 할 불편함이 많다. 무엇보다 와파린 자체의 부작용에 주의해야 하는데, 가장 위험한 부작용은 위 환자에게 발생한 것과 같은 출혈이다.

 

환자들은 의료진의 처방을 믿고 따른다. 이런 환자들에게 더 안전하고, 더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치료제가 있음에도 제한적인 급여 환경 때문에 차선의 처방을 내려야 하는 일선 현장에 서있는 필자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뇌졸중은 국내 사망원인 2위로, 발병하면 생명을 위협하거나 평생을 불구로 살 수도 있는 치명적인 질환이기 때문에 선제적인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술이 발전하면서 많은 질환들이 적절한 예방 및 치료 방법이 제시되어 이를 활용하며 더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좋은 치료제가 많은 환자들에게 그림의 떡이 되지 않고, 적절한 치료에 활용되어 환자들의 건강과 안전에 좀 더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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