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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중국시장 들여다보니] '신창타이 시대' 진입…'일대일로' 정책 야심찬 추진

성장률 7% 내외로 낮추고 내수 진작에 집중 / 대외 역량 과시 위한 '천안문 대열병' 9월 3일 / 시진핑 반부패 운동에 '저항 전선 형성' 분석도

▲ 중국 상해 야경.

과거 중국의 위상을 소개할 때 앵거스 매디슨이라는 영국 경제 사학자를 빼놓을 수 없다. 세계사적 범위의 경제통계 연구의 권위자인 그는 기원년부터 산업혁명 시기까지 줄곧 세계 경제규모의 30% 내외를 점유해 온 거대 공동체로서 중국과 인도를 지목한다.

 

중국이 인구 10억이 넘는 통일된 공동체로 30여년간 평균 10%에 가까운 급속한 경제 성장을 달성한 사실은 분명 역사적으로도 미증유의 사건이지만, 중국의 부상은 그들 본연의 위치를 되찾아 가고 있다는 맥락에서 이해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 같다.

 

△중국 경제

 

지난 3월 31일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총리는 취임 후 외신과의 첫 인터뷰를 가졌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즈의 아시아 지역 편집장 데이비드 필링(David Philling)은 인터뷰 말미에 중국 당국이 7%내외로 정한 목표 성장률과 경기 하강에 관한 다소 민감한 문제에 대해 질의했다.

 

리 총리는 경기 하강의 압력이 존재하는건 사실이지만 취업률은 아직까지 별 문제가 없다며, 이미 GDP 총량이 10조 달러를 넘는 국가가 7% 성장률을 유지하는건 쉽지 않지만 연말에 발표될 결과로 평가하라는 말로 마무리하며 성장률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총리도 기자도 성장률에 유독 민감한 이유는 그것이 중국 경제가 역사적인 전환기에 들어섰다는 대표적인 신호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과거 10%대의 성장률을 달성하던 시기의 경제정책의 핵심은 수출과 투자였지만 지금은 소비와 생산성 향상, 제도 개혁, 산업 고도화가 주된 축이다. 당국은 내수 진작에 필요한 가계 소득의 증가를 위해 노동자의 임금 인상도 기꺼이 감수하며 내수 성장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임금 인상에 따른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혁과 산업 고도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7% 성장률은 바로 이런 경제구조의 질적 전환기(신창타이·新常態)의 배경 하에 제시된 중속 성장률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 지도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 정책도 내부 과잉생산설비의 해소, 신성장 동력 및 산업 고도화 모색, 저개발 지역의 인프라 확충, 4조 달러에 가까운 외환보유고의 적절한 운용처 등의 해결과도 맞닿아있다는 점에서 전환기에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한다. 즉 시진핑 지도부의 경제 및 대외전략을 종합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정책이 바로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정책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최근 싸드와 연관되어 한국의 가입여부가 주목받았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역시 일대일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금융 플랫폼으로서의 기구다.

 

△민족주의

 

저명한 홍콩의 시사평론가 린허리(林和立)는 최근 자신의 저서 “시진핑 시대에서의 중국 정치(Chinese Politics in the Era of Xi Jinping)”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시진핑을 강한 민족주의와 국가주의 성향을 가진 공산당 지도자로 정의하며 그가 얘기하는 중국의 꿈 중 하나는 2049년까지 경제, 군사분야에서 미국과의 격차를 최대한 줄이는데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시진핑은 중국이 2049년까지 남중국해를 포함한 아태 지역에서의 미국의 영향력을 감소시켜 적어도 아태 지역의 맹주가 될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베이징 당국은 금년 9월 3일 열리는 것으로 알려진 전승 70주년 기념 천안문 대열병 준비에 한창이다. 국무원은 이미 기념일 당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번 대열병은 횟수로 따지면 15차에 해당하지만 개혁개방 이후를 기준으로 1984년, 1999년, 2009년의 대열병에 이은 네번째 행사다.

 

이번 대열병은 여러모로 눈길을 끈다. 덩샤오핑이 개혁개방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국경절 35년을 기념하여 건국이래 최대 규모로 실시한 1984년의 대열병을 제외하면, 그간의 행사는 10년 단위로 치러졌던 것이 관례이기 때문이다. 전승 70주년을 기념한다는 것에서 명분도 과거와는 거리가 있다. 또한 모든 대열병의 거행 일자가 10월 1일 국경절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9월 3일이라는 날짜 역시 이례적이다.

 

△반부패 운동

 

지난 2014년 중국 당국은 본격적인 반부패 정책이 시작된 지난 2013년도 한 해 만에 약 18만명에 달하는 당원과 간부들이 처벌받았다고 밝혔다. 연초 중국 최고인민감찰원이 발행하는 지엔차르바오는 반부패 정책과 관련한 분석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는 성부급 이상의 고위 간부를 기준으로 18대 지도부 출범 이전과 이후의 부패사범 적발 건수를 비교하며 전자는 63년간 총 145명, 후자는 2년여간 68명으로 연간으로 환산하면 18대 이후의 적발건수가 무려 10배나 많다고 분석했다. 18대 시진핑 지도부 출범후 중국의 반부패 정책이 얼마만한 기세로 시행되었던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최근 반부패 운동에 대한 중국 고위층의 저항전선이 형성되었다는 분석이 나오고있다. 얼마전 시왕(시진핑과 왕치산의 약칭)이라고도 불리며 반부패 정책의 선봉에 서있는 왕치산(王岐山)기율위 서기는 ‘역사의 종언’의 저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를 비롯한 일본계 인사를 중난하이로 초청해 대담하는 자리에서 조직내 자기정화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아무도 가지않은 길

 

“돌을 더듬어 강을 건너다(摸着石河)”라는 중국 속담이 있다. 전인미답의 길에서 앞뒤를 살펴 신중하게 나아가는 것을 뜻한다. 개혁개방 시기 덩샤오핑은 이를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흑묘백묘론과 더불어 실용주의 국가정책의 지침 중 하나로 삼았다.

 

중국인들은 종종 정책으로서의 실용주의를 수식할 때 우디시엔(정해진 틀이나 한계가 없음)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여기엔 공산당 일당제를 견지한다는 전제 하에 실행되는 정책의 개방성과 함께 체제 안정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결연함이 담겨져있다. 개혁 개방과 천안문 사태, 남순 강화로 이어지는 덩의 시대사적 정체성도 이 우디시엔의 이해와 맞닿아 있다.

 

시진핑을 위시한 현 18대 중국 지도부의 고민도 덩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 경제적으로 중대한 전환기에 들어선 시기에 ‘중국의 꿈’으로 대표되는 민족주의적 가치가 다른 보편적 요소와 어떻게 균형을 이루고 구현될 것인지 정확하게 가늠하기는 어렵다. 민족주의는 본질적으로 모호성과 배타성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14억의 거대 공동체를 이끌고 전인미답의 길을 가는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에게 덩샤오핑의 고뇌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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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묵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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